걸리고, 잘리고 죽음의 사투장 된 바당 [시사기획창/죽음의 바당 1부 ‘숨’]①
[시사기획 창 '죽음의 바당 1부 숨' 중에서]
남방큰돌고래의 수명은 40~50년, 새끼는 성숙하기까지 10년 이상 걸립니다.
새 생명이 태어나고 죽기까지 녀석들의 삶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게 그의 일입니다.
[오승목/다큐제주 감독]
바다 자체는 기본적으로 조류의 흐름이 있기 때문에 암컷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바닷물에 떠 있을 때 좀 밀리는 현상이 생기겠죠. 그래서 양옆으로 그 부분을 보조해서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이 수컷 돌고래들이 있고 서로 도와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항상 보면 암컷 한 마리에 수컷이 두 마리 내지는 세 마리 이상 이렇게 붙어서 짝짓기 행위를 하게 되죠. 여기 보면 이게 광어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얘는, (이름이) 턱이라는 친구인데 (턱이네요) 구강암 걸려서 입을 닫지 못하는 상태. 입이 이렇게 변형이 일어나고 이 상태에서 얘가 사냥하는 장면이지. 참 경이로운 장면이에요 어떻게 보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의 카메라에 예상치 못한 장면들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오승목/다큐제주 감독]
(돌고래가) 해양쓰레기를 갖고 노는 경우들도 있어요. 지느러미 같은 데 걸치거나 꼬리 같은 데 끌고 가거나 그런데 나중에 그러다가 문제가 유발될 수 있거든요. 돌고래가 워낙 호기심이 많은 친구다 보니까 그런 행동들을 하는 경우도 많이 목격됩니다. 그래서 해양쓰레기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인데 돌고래는 그걸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놀이 기구로 이렇게 활용을 한다는 거죠.
지난해 11월 폐어구에 걸린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가 발견됐습니다.
꼬리와 주둥이에 걸린 낚싯줄과 바늘 반년 넘게 녀석을 옭아맨 폐어구
[오승목/다큐제주 감독]
잘리지 않고 계속 구조가 안 되는 상황이 되면 몸이 성장하면서 주둥이로부터 해서 그다음에 꼬리까지 연결돼 있는 이 줄이 팽팽해지게 되면 꼬리뼈 쪽이 어느 한쪽으로 휘어지려고 그러겠죠. 그게 장기화되기 시작하면 꼬리뼈 기형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남방큰돌고래는 1년 동안 새끼를 뱃속에 품습니다.
그렇게 소중히 보듬어 세상에 내보낸 새끼의 고통을 어미는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낚시꾼이 사투를 벌입니다.
팽팽해진 낚싯줄.
노인도, 미끼를 문 물고기도 물러날 기미가 없습니다.
엄청난 무게를 견딘 낚싯줄 덕분일까요.
고군분투 끝에 월척을 낚았습니다.
[부시리 낚시꾼]
손맛은 힘들어 죽겠는데. 손맛이 온몸이 짜릿짜릿하지. 그런 맛에 낚는 거지.
생선회로 그게 최고야. 삶으면 조금 뭐라고 푹석하다고 할까? 근데 생선회로 최고지.
[기자]
이 줄이 뭐예요? 엄청 단단해요?
[부시리 낚시꾼]
그렇지 못 잘라. 저거 잘라봐봐 못 잘라. 그래서 하는 거야.
바닷속 죽음의 사투
돌고래는 걸리고, 잘렸다
거미줄처럼 얇지만, 강철보다 강한 섬유, 나일론.
낚싯줄과 어망은 나일론이나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집니다.
원료를 녹여 찬물에 넣었다가, 다시 열을 가하고, 늘렸다 폈다를 반복합니다.
어마어마한 무게를 버티는 어구가 만들어집니다.
불에는 약하지만, 물속에선 그 무엇보다 강력합니다.
최대 600년 넘게 썩지 않죠.
우리나라 어업은 나일론 보급 전후로 나뉩니다.
1960년대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면 소재 그물이 나일론 그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나일론 복합섬유 대체 사업을 추진한 겁니다.
어구의 대형화는 어획의 대량화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꼬리지느러미가 잘린 남방큰돌고래, 오래입니다.
오래 살아야 한다며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이죠.
[오승목/다큐제주 감독]
추정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페어구라든지 이런 거에 의해서 걸려서 그거를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발생되지 않았느냐, 그러면 당시에는 아주 상당한 고통이 있었겠죠. 또 다른 하나는 우리 선박의 프로펠러 이런 거에 의해서 짧은 시간에 단기간에 잘려 나갔을 수도 있다.
오래와 폐어구에 걸린 새끼 돌고래 종달이가 헤엄칩니다.
서로의 고통을 알고 있는 걸까요.
방송일시 : 2024년 9월 10일 (화) 10시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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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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