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도 피어난 찬란한 사랑, ‘파친코2’ [多리뷰해]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ksy70111@mkinternet.com) 2024. 9. 14. 1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多리뷰해 (67) ‘파친코2’]
이 땅의 모든 선자들을 공감시킨, 윤여정x김민하
한치 앞도 안보이는 어둠, 그 속에도 사랑은 있었다
자서전인듯 리얼리티 넘치는 시대상
‘파친코2’ 포스터. 사진| 애플TV+
[작품 소개]

나라를 빼앗기고 인격마저 말살당한 시절을 살아낸 선자(윤여정, 김민하 분)의 부모와 자손들. 고난과 상실의 시대, 선자 가족 4대가 버텨낸 시절을 통해 돌아본 사랑과 생존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선자 세대부터 아들 노아, 모자수, 손자 솔로몬 세대까지 모든 세대가 공감할 우리의 이야기.

명불허전 국내 최고의 배우 윤여정과 ‘파친코’로 얼굴을 알린 배우 김민하가 선자의 노년과 젊은 시절을 각각 연기한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이민진 작가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영화 ‘필리’로 영국 아카데미상 신인상 후보에 올랐던 리안 웰헴 감독과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선정작에 올랐던 ‘러브 투모로우’의 연출자 진준림 감독, ‘훌라 걸스’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던 재미교포 3세 이상일 감독이 각각 1-2회, 3-5회, 6-8회 연출을 맡았다.

2022년 공개 후 큰 사랑을 받았던 ‘파친코’는 지난달 23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애플TV+를 통해 시즌2 공개를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 한 편씩 순차 공개된다. 총 8부작.

‘파친코2’. 사진| 애플TV+
[줄거리]

‘파친코’는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삶과 꿈을 그려낸 작품이다. 시즌1은 선자(김민하 분)의 남편 이삭(노상현 분)이 일본 경찰에 잡혀가는 이야기로 막을 내렸다. 시즌2는 시즌1으로부터 7년이 지난 1945년 오사카를 배경으로 2차 세계대전의 위협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선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든든한 두 아들의 아빠였던 이삭은 무려 7년 만에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고된 옥중 생활에 이삭의 병은 깊어질 대로 깊어져 있다. 폐에 물이 찬 이삭을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선자의 노력에도 그는 결국 숨을 거둔다. 이삭의 사랑은 죽기 전까지 끝이 없었다. 자신을 일본 경찰에 밀고한 동료 목사를 불러 “용서한다”고 말했고 그 모습을 아들 노아에게 보여주며 아들의 마음에 증오와 복수라는 마음이 움트지 않도록 했다. 아내 선자에게는 “내가 죽으면 꼭 다른 사람 만나라”며 마지막까지 아내의 행복만을 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파친코2’. 사진| 애플TV+
이삭이 없는 동안 김치 장사를 해서 아이들을 건사해온 선자. 그 뒤를 지켜주던, 다른 사랑도 있었다. 십여년을 뒤에서 지켜보던 한수(이민호 분)는 선자가 밀주를 팔다가 경찰에 끌려가게 되자 그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한수는 이삭을 옥에서 빼주고 선자 가족을 공습 직전 빼내 시골로 이주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발산한다. 특히 노아에게 신문을 가져다주며 교육에 나서는 등 아버지라는 것만 밝히지 않은채 아버지 노릇을 시작한다. 2차 세계대전이 심화되면서 삶은 더욱 팍팍해져 간다. 선자 가족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한수는 어떤 식으로 아들 노아의 삶에 관여하게 될까.

1989년 도쿄를 배경으로 선자의 손자 솔로몬(진하 분)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솔로몬은 승진을 위해, 회사를 위해 재개발 예정지에 있는 재일교포가 살고 있는 집을 매수하려고 도쿄에 왔다. 그러나 계약 마지막 단계, 사인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솔로몬은 “네 할머니의 한맺힌 피가, 핏방울 하나하나가 이걸 못하게 막는다 하면 뭐라고 말씀드리겠느냐” 는 집주인의 질문에 “하지 마세요 라고 말씀 드렸을거다”라고 말하며 파토를 낸다. 결국 이 일로 일자리를 잃는다. 벼랑 끝에 내몰린 솔로몬은 어떻게 난관을 타개할까.

[캐릭터 소개]

‘파친코2’ 선자. 사진| 애플TV+
# 강인한 생명력, 젊은 선자(김민하)

부산 영도 작은 하숙집 딸. 생선 중개상 한수를 만나 더 큰 세상을 보게 됐고 아이를 가지게 됐다. 그러나 한수에겐 이미 가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풍족한 지원과 함께 내연녀로 살 것을 제안받지만 거절한다. 그때 하숙집에 머물고 있던 이삭에게 청혼을 받고 함께 오사카로 건너가 가정을 꾸린다.

한수의 아들 노아와 이삭의 아들 모자수를 낳고 이삭과 행복하게 살던 중 이삭이 경찰에 붙잡혀 가면서 가장의 부재로 힘든 상황에 처한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하숙집에서 쌓아온 음식 솜씨와 강인한 생명력 덕에 남편에 의지해 손을 놓고 있는 대신 김치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강인한 인물. 한수의 도움으로 피난을 가서도 불안해하는 손윗동서 경희와 아이들을 잘 건사하며 가정을 지켜낸다.

‘파친코2’ 선자. 사진| 애플TV+
# 실존인물 아닐까? 노년 선자(윤여정)

1989년. 아들 모자수의 파친코 사업이 순탄하다. 손자 솔로몬 역시 미국에서 학교를 나온 뒤 제 할 일을 잘하며 살고 있다. 고난을 넘어서 더는 걱정할 일이 없는 순조로운 노년을 보내게 될 줄 알았으나 솔로몬이 위기에 처하면서 다시금 과거와 마주하고 싸워야하는 위치에 선다. 선자에겐 이미 지나온 세월의 흉터가 스며들어 있어 극의 리얼리티를 높인다.

‘파친코2’ 한수. 사진| 애플TV+
# 첫사랑 선자, 왜 가질 수 없지? 쓰랑꾼(쓰레기+사랑꾼) 한수(이민호)

옷조차 단 한 벌 밖에 가지지 못했던 빈곤층. 사회 가장 밑바닥부터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생선 중개상으로 발돋움한다. 한수의 뛰어난 상황 판단 능력과 정치력, 기회를 포착하는 결단력은 그를 광물을 거래하는 무기밀매상으로 끌어올려줬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누구보다 높은 자리를 찾아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단 한가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첫사랑 선자.

아내와 딸들이 있지만 정작 한수 마음에 처음 들어온 이는 부산 영도에서 만난 작은 여자애 선자였다. 첩을 두는게 그리 이상하지 않은 시절이다. 오사카에 처자식이 있어 결혼은 어렵지만 자신의 아이를 가진 선자에게 영도의 큰 집과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경제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선자는 왜 가질 수 없을까. 이삭과 결혼한 선자를 멀리서 지켜보며 보살핀다.

‘파친코2’ 경희. 사진| 애플TV+
# 잘 자란 부잣집 아가씨의 표본 경희(정은채)

잘자란 부잣집 아가씨로 심성이 곧고 착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본 경희에게 강인하고 생명력 넘치는 선자는 처음 보는 캐릭터다. “함께하자”는 선자의 손을 잡은 뒤 가족이 처한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조카인 노아와 모자수를 지키기 위해 서툴지만 최선을 다한다. 공습이 예고되어도 ‘남편의 허락’ 없이는 피난길에도 오르지 못할 정도로 순종적인 인물.

시골로 피난을 간 뒤 한수가 보내준 심복 창호(김성규 분)와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당황스럽지만 가부장적인 남편 요셉(한준우 분)과 사뭇 다른 창호의 모습에 마음이 점점 열린다.

‘파친코2’ 솔로몬. 사진| 애플TV+
# 한국인도, 일본인도, 미국인도 아닌. 솔로몬(진하)

선자의 손자이자 모자수의 아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이자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유학생 출신. 재일교포로서 겪는 이질감과 거리감. 미국에서 동양인으로서 겪는 차별을 모두 겪고 살았으나 뛰어난 자신의 능력으로 못할 것이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동양인에 대한 차별 때문에 승진에서 밀리고, 일본에서는 재일교포라는 것 때문에 끊임없이 ‘충성심’에 의심을 받는다.

자신이 설득하려던 재일교포 땅주인의 한맺힌 말이 솔로몬의 마음 속 임계점을 넘겼고, 결국 폭발하면서 회사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된다. 회사에서 쫓겨나버린 뒤엔 다시 땅주인을 찾아간다. 월가의 능력주의 엘리트가 아닌 솔로몬은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인물.

‘파친코2’. 사진| 애플TV+
[단소리]

#구멍 없는 연기 천재들

한 순간, 한 장면도 연기력이 아쉬운 배우가 없다. 윤여정, 김민하, 이민호 등 주연들부터 단역까지 작은 구멍도 허용하지 않는 연기 맛집. 드라마인데 실존 인물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시청자를 진심으로 만들어버리는 배우들의 연기력. 자신과 비슷한 세대의 인물 뿐 아니라 선자 가족 4대 모두에게 깊이 공감하고 이입하게 만든다.

# 잘 몰라 외면받았던, 재일교포의 삶 조명

자이니치(재일교포)의 삶은 국내외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대한제국부터 일제 강점기 당시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넘어간 이들과 오랜 전쟁 등으로 자국내 노동자가 부족했던 일본 정부가 탄광, 군수광장 등으로 징집해가면서 억지로 넘어간 사람들 등이 재일교포의 시작이 되었다는 점,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가 열악했다는 점,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혹독한 상황에 처했었다는 점, 긴 시간이 지나 재일교포 3세인 솔로몬도 차별적인 시선 속에서 살아야 했다는 점 등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은 재일교포들의 삶이 간접적으로 그려졌다.

[쓴소리]

#한국 특유의 정서 ‘한(恨)’. 아쉬운 설명 부족

국가, 민족별로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정서가 있다. 한민족에게 그 정서는 바로 한(恨)이다. 원망과 억울함 등 가슴에 응어리진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한은 설명하기 쉽지 않은 정서다.

어떤 아재가 찾아와가 만주 공장에 좋은 일거리가 있다고 소개시켜준다카대. 전쟁 끝나고 여그 와보니 너희 어머이 안계시대. 솔직해 말해가 다행이다 싶었다. 우리가 이래 변한 꼴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내는 그렇게라도 여 돌아온걸 좋아했는데 동희는 그 기쁨이 오래가지 않더라고. 우리가 빨래하던데 있지 거서.. 있더라.

선자네 하숙집에서 일하던 복희가 노년에 선자를 만나서 한숨 쉬듯 내뱉은 말이다. 한국인이라면 행간에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복희와 동희가 종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왔고, 이로인해 동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으나 외국인에게는 불친절한 묘사다. 직업 소개를 핑계로 종군 위안부로 여성들을 데리고 간 일, 이로 인해 피해 여성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던 일 등 한국의 역사를 알지 못하고는 선자 세대의 한을 제대로 보여주기 어렵다.

# OTT 장점 못살린 주 1회 공개

‘파친코2’는 매주 금요일 1화씩 공개 중이다. 총 8부작으로 전체 공개까지 두 달 가까이 걸린다. 코로나 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이후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OTT를 통한 ‘정주행’이 시청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매주 1화씩 공개하는 것은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되는 8주간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번에 몰아보며 정주행하는 것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는 템포가 느리게 느껴진다. 모두 공개되길 기다리며 시즌2 시작을 미루는 시청자들도 있고, 주 1회 기다림에 지쳐 이탈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파친코2’ 포스터. 사진| 애플TV+
[흥행소리]

‘파친코’는 지난해 1월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시즌2 역시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9월 9일 기준 애플 TV+ 쇼 부문 4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몽골,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9개 국가에서 1위에 올랐다. SNS 등에서 “완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반응들이 심심치않게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8편 모두 공개 완료 후에도 한동안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평론가 점수) 100으로 최고점을 기록했으며 세계 최대 규모 콘텐트 평점 사이트 IMDb에서도 평점 8.3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시청자 소리]

“제작비 1000억이 아깝지 않다”, “이민호의 얼굴, 쓰레기 같은 한수 서사에 충분한 당위성”,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한다. 정말 잘 만든 작품”, “2년이나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다”, “빨리 다 공개되면 좋겠다”, “시즌1, 2 한번에 정주행하고 싶은 작품”, “아역들 연기도 너무 좋았다”, “아이들이 진짜 한수 아들, 이삭 아들처럼 생겼다”

불호

“근현대와 현대를 오가는 시점이 정신 없다”, “너무 잘 그려낸 점이 마음 아파서 오히려 보기 싫다”, “한국인들은 알지만 외국인들은 설명이 필요하겠다 싶은 장면들이 아쉽다”, “주 1회 공개라니, 기다리다가 다 까먹었다”

[제 점수는요(★5개 만점, ☆는 반개)]

# 별점 ★★★★★

한 가족의 역사, 미시적으로 담담히 그려낸 통한의 역사(김소연 기자)

# 별점 ★★★★

가혹하지만 견고하고 아름답다(한현정 기자)

# 별점 ★★★★★

한국도 일본도 외면했던,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었던 우리들의 이야기(재일교포 후지모토 미노리)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