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은의 이슈 뒤에는] “전 국민 티켓팅” 치열한데…명절 기차 20만석 ‘노쇼’, 빈자리 운행
암표 거래 여전히 극성…코레일, 단속 강화
5일 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부산에서 동해로 향하는 여정에 오른 박모(26)씨는 “명절마다 원하는 시간대에 맞는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직통열차가 없어서 서울을 거쳐 동해로 가야 하는데, 서울행 기차도 금방 매진된다”고 하소연했다. 매년 명절이 다가오면 고향으로 떠나기 위한 귀성객들의 승차권 예매 전쟁이 치열하다. 이 가운데 승차권을 구매한 후 정작 탑승하지 않는 ‘노쇼’ 행위로 인해 빈자리로 운행된 KTX 좌석이 매년 명절 연휴마다 20만 석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명절 기간 이같은 노쇼 행위 및 승차권 재판매를 방지하고 취소표를 최소화할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 지난 2월 설 연휴 KTX 11%는 공석으로 출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월 설 연휴에 KTX 취소표 19만 5244석이 열차 운행 전까지 재판매되지 않았다. 당시 판매된 166만 석 중 11%가량은 사람 탑승 없이 빈 상태로 출발한 것이다. 같은 기간 수서고속철도(SRT)도 비슷한 상황으로 5만 4000여 석의 공석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명절 기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하는 시민들의 불편함은 매번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2019~2024년 설) 명절 연휴 기간 코레일 열차 승차권 반환율은 연평균 판매량 331만 6619매 가운데 41%에 달하는 135만570매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서고속철도 운영사 에스알(SR)은 평균 55만 7685매의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이 중 15%인 8만704매가 반환됐다.
코레일은 지난달 21일 모든 국민 대상 예매를 진행했다. ‘전 국민 티켓팅’으로 불릴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날도 주요 지역을 향하는 기차 편은 30분 이내에 매진된 상태였다. 이 때 원하는 시간대의 표를 구하지 못하면, 코레일 앱과 홈페이지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취소표를 잡아야 한다. 평소엔 출발 시간이 임박했을 때 취소되는 표를 다른 사람이 잡아 탑승하는 경우도 많지만, 명절 기간엔 이 자리들이 공석으로 남아 철도 운영기관과 시민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KTX의 취소 수수료가 낮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공석이 발생한다는 의견도 있다. 명절 기간 일반 승차권을 하루 전에 취소할 경우 400원만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당일 3시간 전까지 취소하면 운임의 5%, 출발 직전에 취소하더라도 수수료는 10%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 귀성·귀경 상황 변동으로 생긴 빈 좌석 운임을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등 승차권이 비지 않게 수요를 분산시킬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취소 수수료를 인상하기엔 코레일이 지난해 취소 수수료로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렸기 때문에, 단순히 수수료 값을 올리기엔 지적이 따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중고 거래 사이트서 승차권 되팔이 행위…“처벌 강화 논의해야”
버스표 역시 좌석이 금방 매진돼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휴 시작 하루 전인 지난 13일 오후 귀성길에 오른 직장인 신모(36)씨는 “버스 신청 기간을 놓쳤더니 하루 일찍 버스표를 예매하게 돼서 회사에 반차를 내고 버스표 시간에 일정을 다시 맞췄다”며 “명절 기간마다 원하는 시간대 표 예매에 실패한 시민들이 터미널 매표소 인근에서 표를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여럿 봤다”고 전했다.
이처럼 명절 기간마다 승차권 예매 전쟁이 지속되다 보니 ‘암표 거래’도 끊이지 않는 문제다. 열차 승차권을 구매한 가격보다 비싸게 되파는 암표 거래는 철도사업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상습·영업적으로 암표를 판매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기차표’, ‘KTX’ 등을 검색하자 “추석 기차표 양도한다”는 게시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승차권이 필요한 시민들은 웃돈을 주더라도 표를 구하겠다며 가격을 제시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코레일 측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에는 31건의 암표 제보가 접수됐다. 코레일은 주요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과 협력해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게시물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발견되면 즉시 삭제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순식간에 이뤄지는 거래를 모두 막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취소표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명절 연휴 기간 적어도 운행 24시간 이내에 취소했을 경우엔 수수료를 늘려 미리 취소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암표의 경우 동일인이 여러 번 암표 행위를 할 경우 철도 운영기관과 사이버 수사대가 협조 관계를 맺어 처벌 강화를 논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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