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일부러 키웠나. 다 본인들이 잘한 거지"...김태형이 일궈낸 '리빌딩', 국가대표 경험을 기대하는 이유
[OSEN=부산, 조형래 기자] “감독이 일부러 키운건가. 다 본인들이 잘한 거지 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전망은 이제 암울해졌다. 경기 수는 줄어가지만 5강의 희망은 옅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사직 한화전 4-8로 역전패를 당했다. ‘5강 공멸전’의 5경기 중 첫 경기를 패하면서 이제 롯데는 한화와의 남은 4경기를 모두 잡아내야 5강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는 절망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할 수는 없다.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더 높은 순위를 기대한 것도 있겠지만, 젊은 선수들, 특히 야수들의 성장도 기대한 것도 있었다. 두산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어내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명장’의 육성법을 롯데에서 보여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켰다.
앞날이 캄캄했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끝내 야수진 리빌딩을 어느 정도 완성했다. 젊은 야수들을 제 포지션에 정착시키며 세팅을 완료했다. LG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내야수 손호영을 트레이드로 데려오면서 중심 타선과 3루 적임자를 찾았다. 그리고 유망주에 그쳤던 나승엽과 고승민을 각각 1루와 2루에 정착시켰다. 나승엽과 고승민 모두 시즌 초반 타격 페이스를 찾지 못하면서 방황하던 시기를 겪었지만 김태형 감독은 빠르게 2군으로 내려서 재조정을 하게 했고 재조정 이후에는 재능을 만개하고 있다. 나승엽은 기대대로 주전 1루수로 거듭났고 고승민은 포지션 방황 끝에 2019년 입단 당시 포지션이었던 내야수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대주로 떠오른 윤동희는 올해 리그에서 손꼽히면서 한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우타 외야수로 거듭났다. 지난해에 비해 확실하게 스텝업 했다. 또한 빠른 발만 갖고 있었던 외야수였던 황성빈도 주전급으로 성장 시켰다.
앞서 언급한 이들은 오는 11월 열리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예비명단 60명에 포함됐다. 롯데는 내야수 손호영 나승엽 고승민, 외야수 윤동희 황성빈, 그리고 투수 김진욱, 포수 손성빈까지 총 7명의 선수가 예비명단에 합류했다. 손성빈도 올해 주전 포수 유강남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아웃을 당한 뒤 성장통을 겪으면서 경험치를 쌓았다. 1순위 유망주였지만 재능을 펼치지 못했던 김진욱도 올해 꾸준히 선발 기회를 부여 받으면서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들에게 적확한 시기에 적절한 기회를 줬다. 기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새로운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등 채찍과 당근으로 밀당을 펼쳤다. 저마다 풀타임 시즌은 올해가 처음. 풀타임 1년 차에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했다. 포지션별로 놓고 보면 동나이대는 물론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들로 성장했다.
이들을 두고 김태형 감독은 “본인들이 잘해서 대표팀 명단에 들어간 것이다. 대표팀에 몇명이나 뽑힐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성장을 한 것이다. 본인들이 잘해서 뽑힌 것이다”라면서 “다 똑같이 경쟁을 시켰는데 본인들이 잘해서 그 자리를 잡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사령탑 자신을 높이기 보다는 선수들의 성장을 더 칭찬하면서 미소를 드러냈다. 그만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김태형 감독을 기쁘게 한 것.
이어서 국가대표를 경험하면서 더 큰 선수로 성장해서 돌아오기를 바랐다. 과거 두산 감독으로 재임할 시절, 무수히 많은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보냈다. 후유증도 적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시즌 중에는 쌓지 못할 경험치를 쌓아서 돌아와 팀에 힘을 보탰다. 태극마크의 순기능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는 “대표팀에 뽑히면 선수들에게는 당연히 좋다. 대표팀에서 국제대회를 경험하고 오면 또 눈높이가 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역기능도 간과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눈높이만 높아져야 하는데 건방져지지만 않으면 된다. 눈높이만 높아지면 된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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