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의 깨는 참깨일까 들깨일까…알고 볶는 한가위 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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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처럼 민족 대이동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여전히 한끼는 모여서 먹고 또 제사음식을 만들거나 음식을 선물하는 우리의 명절 추석.
들기름과 참기름의 원료인 들깨와 참깨는 같은 깨로 불리어 비슷해보이지만 분류학상으로 과가 다른 식물이다.
중국산 참깨가 한국에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참기름의 가격이 확 내렸다.
볶아서 짜는 전통 방식의 고소한 기름부터, 차게 압착하는 냉압착(콜드 프레스) 형태의 생참기름, 통깨를 짜는 참기름, 깻가루에서 기름을 얻는 신개념 참기름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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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처럼 민족 대이동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여전히 한끼는 모여서 먹고 또 제사음식을 만들거나 음식을 선물하는 우리의 명절 추석. 1년 중 들기름과 참기름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소비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명절에 모이는 식구들이나 손님들을 위해 요리할 때 ‘새로 짠 기름’을 사용하는 풍습 때문인지 사람들은 이 시기에 들기름·참기름을 새로 장만하곤 한다.
들기름과 참기름의 원료인 들깨와 참깨는 같은 깨로 불리어 비슷해보이지만 분류학상으로 과가 다른 식물이다. 들깨는 꿀풀과에 속하고, 참깨는 참깨과에 속하는데, 이 둘은 그 형태나 성분에서 차이가 크다. 인도와 중국에서 재배되던 들깨는 참깨보다 우리나라에 먼저 들어와 토착화된 작물이다. 이 들깨의 잎이 우리가 즐겨먹는 깻잎이다.
초여름이면 이 깻잎의 여린 순을 나물로 무치거나 볶아서 먹고, 여름이면 풍성하게 잘 자란 이파리로 쌈을 싸서 먹거나 장아찌, 김치 반찬을 만든다. 가을이면 깨 씨앗을 털어내고, 깨가 맺힌 깨고물에 찹쌀풀을 발라 말려 다시 튀겨내서 깨고물 부각을 뜬다. 털어낸 씨앗은 볶아서 고소한 기름을 내고, 남은 깻묵으로는 죽을 쑤어 먹거나 소 여물로 사용했다.
참깨는 들깨보다 고소하고 기름이 많이 짜진다는 장점이 있으며 기후나 지형, 토양을 막론하고 잘 자라는 식물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도 참깨의 원산지가 정확히 어디인가에 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는데, 인도 혹은 아프리카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인도는 참깨를 생산도 하고 소비도 하는 반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참깨를 먹지 않는다고 알려져있다. 그래서 거의 전량을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도 깨를 많이 길러내는 생산지이면서 또 소비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산 참깨가 한국에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참기름의 가격이 확 내렸다.
기름을 짜낼 만한 마땅한 작물이 없는 한반도 땅에서 들기름·참기름은 그야말로 ‘럭셔리 아이템’이었다. 식중독을 예방하고 눈을 맑게 한다거나 머릿결이 좋아진다는 불포화 지방산의 긍정적 효능 덕분에 약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실제로 ‘약’ 자가 들어가는 전통요리인 약과, 약식 등에는 귀하다고 여겨진 참기름과 꿀이 같이 사용된다.
참기름도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나뉜다. 볶아서 짜는 전통 방식의 고소한 기름부터, 차게 압착하는 냉압착(콜드 프레스) 형태의 생참기름, 통깨를 짜는 참기름, 깻가루에서 기름을 얻는 신개념 참기름까지 다양하다. 참기름이나 들기름 가격은 이와 같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결정된다. 국산 통깨 냉압착이 제일 비싸고, 국산 통깨 볶아서 짠 것, 수입 통깨 볶아서 짠 것 순으로 싸진다. 수입 깻가루 짠 것이 그나마 가장 저렴한 편이다.
깨는 씨앗이기 때문에 씨앗째로 수입하는게 까다롭고 비싼 반면, 깻가루는 가공식품으로 분류돼 깨보다 저렴하다. 기름은 얼마나 신선한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어차피 농사지어서 직접 짜먹을 게 아니면 생산날짜를 보고 구매하는 걸 권한다. 구매 이후 들기름·참기름은 냉장고에 보관하고 가급적 빨리 소비하는게 좋다.
참기름·들기름이 많이 싸지긴 했으나 여전히 영업을 하는 식당 같은 곳에서 다량으로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런 가격이다. 그래서 향미유라는게 등장했다. 이것은 일반 콩기름이나 기타 저렴한 식용유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약간만 섞어 색깔과 향만 흉내낸 기름이다. 주로 고깃집에서 기름장으로, 김밥집에서 김밥 겉에 바르는 용도 등으로 쓰인다. 요즘은 저렴한 수입산 덕분에 진짜 참기름·들기름을 사용하는 식당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부분은 향이 비슷하다고해서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기름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에 주의하자.
예로부터 좋은 상황에는 ‘깨를 볶는다’거나 ‘기름내가 진동한다’는 표현을 써왔다. 모두에게 고소한 내음 진동하는 풍요롭고 건강한 한가위 명절 되시기를!
홍신애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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