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오려내고 목소리 편집하고...1020팬들이 나선 ‘태일 지우기’
서울 방배경찰서는 성범죄 혐의로 입건된 아이돌 그룹 NCT의 前 멤버 ‘태일’을 지난 12일 검찰에 넘겼다고 13일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8일 공지를 내고 자사 소속 그룹 NCT 멤버였던 태일(문태일·30)이 지난 6월 성범죄 혐의로 입건 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그룹을 탈퇴했다고 전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그룹 NCT 팬들은 손수 ‘태일 지우기’에 나섰다. 팬들은 “충격을 받기보다는 배신감 때문에 화가 난다” “왜 하필 이런 아이돌을 좋아했나, 자책감과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범죄 혐의가 곧 그가 연습생 데뷔조에 속해있던 약 10년 전부터 변함없는 지지와 사랑을 준 팬들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대학생 이모(20)씨는 NCT 127 멤버 8명이 함께 촬영한 단체 사진에서 태일을 오려낸 편집본을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이씨는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사진을 볼 때마다 태일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직접 사진을 편집했다”면서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고 활동을 중단했을 때 본인을 걱정하며 눈물을 보였던 다른 멤버들의 모습을 모두 지켜봤으면서도 범죄를 저질러 그룹에 민폐를 끼치는 모습이 뻔뻔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태일은 지난해 8월 일과를 마치고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
고등학생 김모(16)씨는 그룹 NCT 발매 음원에서 태일의 목소리를 뺀 편집본을 제작했다. 그는 ‘No Moon(문태일 목소리를 뺐다)’ 말머리를 달아 유튜브 채널에 음원을 올렸다. 김씨는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이슈가 되고 있는 와중에 가까이 여기던 연예인이 성범죄를 저질렀다니 믿기지 않았다”면서 “자주 듣던 노래를 편하게 들을 수 없게 돼 직접 태일 음성을 편집한 ‘클린 버전’을 제작했다” 밝혔다. 김씨는 “태일에 대한 실망이 크지만 NCT 그룹을 여전히 좋아하는 팬들이 음원을 통해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팬들은 “소속사가 곧바로 탈퇴를 논의할 만큼 심각한 수준의 범죄라면 그 내용이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백한 피해자가 있는 범죄인 만큼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은 태일의 사진이 담긴 포토카드 굿즈를 가위로 자르는 영상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기도 했다.
NCT와 협업한 팝업부스를 운영 중이던 인천공항도 ‘태일 지우기’에 나섰다. 인천공항은 SM엔터테인먼트와 협약을 맺고 지난 5월 공항 내부에 ‘NCT 스마트패스 팝업’을 마련했다. 이 팝업부스에는 NCT 멤버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는데, 태일의 성범죄 피소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인천공항 측은 태일 사진이 걸려있던 액자를 다른 포스터로 가렸다. 태일 사진을 가리고 있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태일에 대해 “탈퇴하고도 여러 명 고생시킨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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