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1분 1초’가 시급한 구급차, 공간은 ‘30년 전’ 그대로”…응급의료 바꿀 법안은?

변문우‧정윤경 기자 2024. 9. 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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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인요한 의원, ‘응급의료법’ 개정안 발의…“구급차에 ‘1m 응급처치’ 공간 확보”
“30년 동안 차량 간소화로 ‘응급처치’ 공간마저 사라져…구급차 본기능 살려야”

(시사저널=변문우‧정윤경 기자)

2월22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 구급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30여 년 전 한국에 구급차가 없던 시절,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에 숨을 거뒀습니다. 이를 계기로 세계 곳곳의 구급차를 공부하며 필수 요소만 모은 '한국형 구급차'를 설계·제작했고, 응급의료체계와 구급차 제도가 한국에 도입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의 구급차는 (지금 환자들에게 필요한) 응급처치에 적합하지 않습니다."(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

목숨이 위급한 환자들이 있는 응급처치 현장은 언제나 촌각을 다툰다. 특히 최근엔 '의정갈등'으로 의사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현장이 더욱 긴박해진 분위기다.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선 단 한 대의 구급차도 아쉬운 상황이다. 관련해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6조에는 "구급차 등은 환자 이송 및 응급 의료를 하는 데에 적합하게 설계·제작돼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소방이 운용하고 있는 1800여 대의 구급차는 이 같은 조항에 들어맞을까.

답은 '아니오'다. 12인승 승합차를 개조한 구급차는 내부 공간이 협소해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를 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는 환자의 생명과도 직결돼 있다. 응급의료의 최전선에 서있는 구급대원들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공병삼 소방노조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환자 호흡을 위해서 기도에 관을 삽입해야 할 때나 정맥주사를 놓을 때 공간이 좁아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공 총장은 "특히 건장한 체격의 남성 구급대원들의 경우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부터 힘든 상황"이라며 "운전석에 앉은 구급대원은 의자를 재낄 수도 없어 꽉 막힌 상태로 구급차를 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한국은 지난 30여 년간 구급차를 사실상 방치해 왔다. 독일의 경우 승합차나 대형 픽업트럭을 활용해 앞뒤 길이 6m 이상으로 차체를 키웠다. 캐나다도 환자 생명권과 구급대원 안전을 위해 구급차 내부를 개조하기도 했다. 한국의 구급차를 만든 전직 의사가 "지금의 구급차는 응급처치에 적합하지 않다"고 고백한 이유다. 특히 응급실에 '빨간불'이 켜진 현 상황에서 구급차는 응급의료의 핵심 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구급차法'에 與 지도부도 공감대…'원내 1호 법안' 추진한다

국회에서도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발 벗고 나섰다. 30년 전 한국형 구급차를 설계부터 제작까지 도맡아 한 의사 출신의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구급차 내 응급처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지난 7월31일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동료들도 공감을 표하면서 '원내 제1호 법안'으로 정하고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구급차 내부의 운전자석과 환자 침대 머리맡 사이에 응급처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1m 이상의 응급처치 공간을 반드시 확보하도록 법률에 명시했다. 그동안 12인승 승합차 기반의 구급차는 환자 머리맡에 공간이 없어 구급대원들이 환자의 기도 확보와 심폐 소생 등 응급처치를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 인 의원의 설명이다.

인요한 의원은 1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법안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시장 논리에 의해 차량이 간소화되면서 '응급처치' 공간마저 사라졌다"며 "국민 생명을 살리는 구급차의 본기능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에서 보고 경험했던 내용을 담아 법안을 발의한 만큼 이 법을 꼭 통과시켜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래는 인 의원과의 일문일답.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시사저널 최준필

해당 법안을 발의하게 된 계기는.

"대한민국에 구급차가 거의 없던 30년 전,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를 당해 큰 병원으로 이동하던 도중 택시 안에서 눈을 감으셨다. 그때 대한민국의 응급의료체계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형 앰뷸런스' 개발에 몰두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30년이 지나 시장 논리에 의해 간소화된 차 기종에 (구급차가) 맞춰지면서, 구급차의 본래 기능인 심폐소생과 기도확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구급차의 본래 기능을 살리고자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응급 처치' 환경은 환자 생명의 골든타임을 지킬 핵심이다. 그럼에도 30년 간 방치돼온 이유는 무엇으로 보는가.

"지금의 구급차는 '골든타임'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신속성과 기동성만을 갖춘 모델로 발전하였고, 그러한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안전성과 정확성에 대한 부분을 놓친 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또 자동차 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사이즈의 차량을 제작하다 보니, 적정 규모의 공간과 기동성까지 갖춘 구급차는 점차 사라지게 됐다. 결국 구급차에 맞는 차량 개발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도 핵심 이유로 보인다."

국민들 입장에선 법안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변화되는가.

"이번 개정안은 구급차 내 운전석과 환자 침대 사이에 1m 정도 충분한 응급 처치 공간을 확보하도록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관련 드라마나 영화에도 나오지만, 수술실에서 집도의는 환자 머리맡에 있다. 구급차에서 응급 시 심폐소생술 시행을 위한 기도삽관 등의 의술은 환자 머리맡에서 진행된다. 개정안은 구급차에서 그러한 '응급처치 공간'을 반드시 확보해 국민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의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다. 이번 법안을 꼭 통과시켜 국민 한 분 한 분의 생명을 보호하고 싶다. 또 앞으로 사람을 살리고 이웃을 지키는 안전한 한국형 응급차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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