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지갑 1위 CEO "지갑 업체, 통제권 최소화해야 살아남는다"[인터뷰]
보안 시스템 통해 사용자 자산 5900억원 지키고 회수까지 지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2018년 세계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인수된 트러스트월렛은 가상자산(암호화폐) 지갑 업체다. 현재 메타마스크를 제치고 전 세계 가상자산 지갑 점유율 1위(30%)를 기록 중이다.
트러스트월렛은 2022년 글로벌 거래소 FTX가 파산한 일명 'FTX 사태'를 겪으면서 급성장했다. 테라 사태에 이어 터진 FTX 사태로 지난 2년간 가상자산 업계는 하락장(베이마켓)을 겪고 있지만 트러스트월렛의 월간 사용자 수는 2000만명을 넘어섰고, 앱 다운로드 수도 1억4000만건을 넘어섰다.
<뉴스1>은 바이낸스 부사장을 지냈던 에오윈 첸 트러스트월렛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지난 4일 가상자산 지갑 1위 업체의 성장 전략과 함께 향후 지갑 생태계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 에오윈 첸 CEO "FTX 사태가 사용자 인식 바꿔…지갑 사용자수 2배 증가"
에오윈 첸 CEO는 우선 트러스트월렛의 성장 배경 중 하나로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보관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꼽았다. 특히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FTX 사태 발생을 계기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첸 CEO는 "FTX 사태가 불행한 일이긴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스스로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꽤 중요하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로 인해 트러스트월렛의 사용자 수가 급증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FTX 사태 직후 일간 사용자 수는 2배 이상 증가했다"며 "당시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에 대한 교육도 진행했는데 (FTX) 직후 사용자들의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체감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가상자산 지갑 업계도 투자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는 '셀프 커스터디', 즉 투자자들의 이같이 변화된 인식을 올바르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갑 업체 스스로의 통제권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록체인 산업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더욱 신뢰라는 요소가 필요한 산업"이라며 "사용자들이 이 회사를 믿을 수 있는지, 이 지갑을 믿을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트러스트월렛은 사용자들에게 보안과 관련한 신뢰를 주기 위해 지갑 업체 중 유일하게 ISO 보안 라이선스를 취득했고, 해당 보안 라이선스는 단순히 지갑을 관리하는 코드 퀄리티뿐만 아니라 소속 직원들의 업무 분담과 지갑 관리에 대한 탈중앙성을 포함한다.
◇ 사용자 자산 5900억원 지킨 트러스트월렛…"회수한 금액도 올해만 13억원"
첸 CEO는 가상자산 지갑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자산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혹여나 사용자들이 스캐머에 의해 탈취된 자산이 있다면 이를 다시 사용자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러스트월렛이 메타마스크를 제치고 글로벌 블록체인 업계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도 최근까지 이들이 바이낸스와 합작해 스캐머에게 탈취당한 자산을 다시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기본적으로 코드 퀄리티를 잘 유지하는 것 이상으로 사용자가 (트러스트월렛을) 사용하면서 돈을 잃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며 "'시큐리티 스캐너'라는 상품을 활용해 만약 트러스트월렛의 사용자가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디앱)을 연결하려고 할 때 강력한 '하이 리스크' 표시를 띄워준다. 이를 통해 1차적으로 투자자들의 자산을 보호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해당 기능 하나로 트러스트월렛은 현재까지 4억3900만달러(약 5900억원) 상당의 사용자 자금을 스캐머로부터 보호했다.
나아가 그는 "사용자들이 이미 스캠을 당해서 스캐머한테 뺏긴 돈이 중앙화 거래소에 입금됐을 때 뺏긴 돈을 복구해 주는 기능도 있다"며 "올해만 해도 20건, 총 100만달러(13억4000만원) 규모의 자산을 회수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자산 회수 기능은 모회사였던 바이낸스와 적극적으로 같이 진행하고 있다. 첸 CEO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트러스트월렛은 바이낸스로부터 독립적인 업체가 됐지만, 여전히 자산 회수 등 가상자산 업계의 보안과 관련한 사항은 적극 협력하고 있다.
그는 "작년에만 바이낸스가 트러스트월렛을 포함해 여러 가상자산 디앱과 협업해 회수한 자금만 7000만불(약 940억원)가량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트러스트월렛은 혹여나 사용자가 송금 주소를 잘못 입력해 가상자산을 잘못 이체한 경우에도 개발자들이 다시 사용자에게 자산이 돌려가게끔 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 메타마스크 겨눈 SEC에 "트러스트월렛과는 구동 방식 자체가 달라…리스크 無"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메타마스크 개발사 컨센시스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가상자산 지갑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의 '리스크'가 존재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첸 CEO는 "트러스트월렛과 메타마스크는 수탁 방식부터 해서 많은 부분이 다르다"며 "리스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SEC가 지갑 플랫폼이 사용자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접근 권한이 어느 정도인지를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메타마스크와 달리 중간의 매개자가 없이 P2P 형식으로 그대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첸 CEO의 설명에 따르면 메타마스크는 가상자산 전송 관련 주소를 사용자로부터 받았을 때 잠시 동안이나마 브로커 딜러를 거친다. 반면 트러스트월렛은 사용자 입장에서 외부에서 볼 때는 메타마스크와 같은 과정처럼 보이지만 컨트랙트상 참여하는 주체가 없다.
첸 CEO는 "바이낸스에서 컴플라이언스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월렛 회사들과 대비되는 식으로 이 같은 구동 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 2000만명 쓰는 트러스트월렛…"아시아 마케팅에 집중, 韓거래소와 협업하고파"
트러스트월렛은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최근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용자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
첸 CEO는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권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아직 개인 가상자산 지갑을 사용하는 것보다 중앙화거래소(CEX)에 자산을 맡기는 것을 선호한다"면서도 "아시아 투자자들에게 더 간편하고 유저 친화적인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트러스트월렛의 UI와 UX가 다소 '웨스턴'적인 부분이 있는데 아시아 유저들에게 더 친화적으로 변화하려고 한다"며 "아시아 유저들이 많이 늘어나면 훨씬 더 큰 유동성이 확보돼 지갑 플랫폼의 안전성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아시아 시장에서 최근 기업간거래(B2B) 차원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한국의 중앙화거래소와 협업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무엇보다 트러스트월렛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기술적으로 문제없이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글로벌 사용자들에게 훨씬 더 많은 웹3적 경험을 편리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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