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뤘다? 야구 인생 3년 버렸다"…18살 특급 유망주에게, '아기사자 대선배' 구자욱이 남긴 말

김민경 기자 2024. 9. 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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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라이온즈 주장 구자욱 ⓒ곽혜미 기자
▲ 삼성 라이온즈 박병호를 맞이하는 김헌곤과 구자욱(오른쪽)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때는 워낙 또 빈자리도 없었고, 그런 마음가짐이 내 야구 인생 3년을 버렸다고 생각해요."

삼성 라이온즈 주장 구자욱(31)은 신인 시절부터 '아기사자'로 큰 사랑을 받았던 선수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2순위로 삼성에 입단해 2015년 1군에 데뷔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프로의 벽을 절감하고 상무에서 군 문제부터 해결한 뒤에 본격적으로 1군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2015년 1군 첫해부터 타율 0.349(410타수 143안타), 11홈런, 17도루, 57타점을 기록하면서 호타준족의 자질을 보여줬고 올해까지 1군 10시즌 통산 타율 0.317(4672타수 1481안타), 162홈런, 139도루, 772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2022년 2월에는 삼성과 5년 120억원에 비FA 다년 계약에 성공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구자욱은 입단해서 1군에 데뷔하기까지 걸린 3년이 지금도 두고두고 아쉽다. 그는 "나는 처음 2012년에 입단했을 때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꿈을 이뤘고, 그냥 한 1~2년 2군에서 생활하다가 군대도 가고 뭐 이렇게 나태하게 생각했었다. 그때는 워낙 또 빈자리도 없었고,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이 내 야구 인생 3년을 버렸다고 생각한다. 내 야구 인생 3년이 없어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바늘구멍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듯이 진짜 노력해서 준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구자욱은 12년 전 아쉬움을 꺼낸 이유는 지난 11일 열린 '2025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의 미래를 이끌 후배 11명이 들어와서다. 특히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입단한 좌완 배찬승을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배찬승은 구자욱과 같은 대구고 출신이다. 구자욱은 배찬승이 삼성에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유심히 지켜봤다고 한다.

구자욱은 "항상 어떤 신인 선수들이 들어오나 지켜보는 스타일이다. 어떤 고등학생들이 있나 보는 편인데, 여러 선수들이 후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광주에 김태현(광주제일고, 롯데 1라운드) 선수도 있고, 배찬승 선수는 이번 국제대회에서 잘 던지는 모습을 보고 대구고 출신이라는 것도 봤다. 되게 잘 던지더라. 지금 우리가 왼손 불펜 중에 공이 빠른 투수는 없어서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공 빠른 투수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게 돼서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래서 기쁘다"고 말했다.

삼성은 배찬승을 향한 큰 기대감을 표현했다. 배찬승은 올해 고교야구 전국 대회에서 11경기에 등판해 34이닝, 2승2패, 46탈삼진,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국제대회에서도 6⅔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뺏는 등 빼어난 탈삼진 능력을 보여줬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번에 대표팀 경기를 처음 봤는데, 우선 구속도 구속이지만 제구가 안정된 것 같더라. 와서 조금 지켜봐야겠지만, 대표팀에 가서 그 정도 던질 정도면 배포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즉시전력감으로 충분히 기용할 수 있겠다고 보이긴 했다. 우리가 왼손 선발이 좌승현(좌완 이승현)도 있긴 하지만, 왼손 선발이 조금 귀하다. 그런 점에서 오면 기대가 되는 선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대구고 배찬승 ⓒ곽혜미 기자
▲ 삼성 라이온즈 이종열 단장(왼쪽)과 대구고 배찬승 ⓒ곽혜미 기자

이종열 삼성 단장은 "올 시즌을 치르면서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좌완 불펜이 필요했다.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삼성을 더 강한 팀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배찬승을 뽑았다"며 불펜으로도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밝혔다.

구자욱은 대구고 후배라고 해서 따로 배찬승을 특별히 더 잘해 줄 생각은 없다. 구자욱은 "사실 학교 후배라서 한번 더 눈이 간 것은 맞지만, 프로에서는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더 잘 챙겨줄 것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더 못해 줄 것도 없다. 프로의 세계이기에 와서 열심히 해서 그냥 좋은 선수가 되는 게 첫 번째다. 프로에 오면 학교 다닐 때랑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텐데, 잘 적응해서 내년 시즌부터 1군에서 활약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배찬승을 비롯한 삼성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구자욱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인의 자세는, 이제 '아 나는 꿈을 이뤘다'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고, 프로가 됐으니 꿈을 이룬 것이지 않나. 그런데 사실 꿈을 이룬 게 아니고 나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에 오는 게 이제 시작인데, 꿈으로 착각하는 친구들이 있다. 꿈을 이뤘다는 착각을 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마음가짐을 일단 다잡는 게 첫 번째인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어 "실력을 떠나서 인성도 이제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야구만 잘한다고 해서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지킬 것은 지키고, 행동 하나하나를 조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신인 선수들이 갖춰야 할 자세일 것이다. 일단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지 말기, 1군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그게 야구 선수다. 지금 프로에 입단했다고 야구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주장다운 생각을 덧붙였다.

구자욱은 또 자신의 신인 시절을 되돌아보며 "나는 목표를 1군으로 삼아야 했는데, 내 목표에는 1군이 없었다. 프로 입단이 꿈이었는데 꿈을 이뤘으니까 목표가 없었던 것 같다. 군대에 가면서 많이 느꼈고, 나와서는 그냥 하루하루를 완전히 야구에만 몰두하고 하다 보니까 또 1군에서 뛸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또 대선수가 되셨던 모든 야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 그렇게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1라운드를 받았다고 해서 자만할 것도 없고, 10라운드를 받았다고 실망할 것도 없다. 모든 신인 선수들이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했으면 좋겠고 빨리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 삼성 라이온즈 2025년 신인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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