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우라늄 농축시설 첫 공개…3종 도발도 외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평양 주재 유럽 외교관들이 공관에서 철수했는데요.
이들이 4년 만에 복귀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8월부터 국경을 재개방했는데요.
외국 외교관의 평양 부임은 지난해 12월 브라질, 니카라과, 몽골 등 친북 성향의 비서방 국가들에 먼저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9월 둘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북한이 핵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 제조 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는데요.
김 위원장은 또, 신형 600mm 방사포차 시험 사격을 참관하고, 특수작전 무력 훈련 기지를 시찰하는 등 광폭 군사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최신식 시설 안에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원심 분리기가 빈틈없이 들어찼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핵개발 총책인 홍승무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무언가를 지시합니다.
[북한 조선의 소리/9월 13일 :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더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이 오랫동안 은밀하게 관리해 온 우라늄 농축 기지를 외부에 전격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은 2010년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해커 박사를 초청해 영변 핵시설 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여준 바 있지만, 대외에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크롤리/미 국무부 대변인/2010년 12월 : "해커 일행이 본 농축 시설이 난데없이 나온 건 아닙니다. 최소한 다른 한 곳에서 농축 작업이 분명 이뤄진 겁니다. 매우 심각한 우려 사항입니다."]
이번에 공개한 장소는 미국 정보당국이 오래전부터 비밀 핵시설로 지목해 온 평양 인근 강선 단지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4월 초 강선 단지 별관 공사가 완료돼 사용 가능 면적이 늘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은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있습니다.
우라늄 핵무기는 천연상태의 U-235를 90% 이상 농축시켜 만드는데, 원기둥 모양의 원심분리기에 우라늄을 넣고 초고속으로 돌리면 고농축 U-235를 포집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영변 원자로에서 소량으로 생산하는 플루토늄보다 지하에서 은밀하게 대량 생산하는 고농축 우라늄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천명국/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위촉연구위원 : "플루토늄 생산 능력은 한꺼번에 그렇게 늘릴 수 없지만 우라늄 농축 설비는 충분히 북한이 계속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북한의 (핵물질) 생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생산할 능력은 안 된다. 여전히 제한적이다 (미국 전문가들이) 이런 식으로 얘기했는데 그런 부분들을 좀 의식해서 공개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는 경제난 속에서도 국방 과업의 성과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핵무력을 과시해 차후 대미협상 과정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의도란 해석도 나옵니다.
[천명국/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위촉연구위원 : "아무래도 이런 능력을 보여주게 되면 미국 쪽에서도 '이거 심각하다. 그대로 계속 방치하기는 참 부담스럽다' 이런 생각을 지도부에서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신형 600mm 방사포차 성능 검증을 위한 사격 시험을 참관하고, 특수작전 무력 훈련기지도 시찰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7월 1일 이후 73일 만인데, 초대형 방사포에는 전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 매우 위협적입니다.
앞서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닷새 연속 쓰레기 풍선 도발을 이어가던 북한은 지난 11일 밤에도 또다시 풍선을 살포했습니다.
지난 7월 말부터는 전방 지역에서 확성기를 이용해 사이렌 소리, 쇳소리 같은 소음을 남한에 흘려보내고 있어 주민 불편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홍민/인천 송해면사무소 부면장 : "24시간 막 나왔다 안 나왔다 할 때도 있는데 거의 하루 종일 틀어놔요. 밤에도 틀어놓고 그러니까 잠도 잘 못 자고 그렇죠."]
[앵커]
북러 밀착 본격화…군사 협력이 핵심
연일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보스토치니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는데요.
1년 사이 북러 관계는 선대인 김일성, 김정일 시대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리포트]
지난해 9월,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습니다.
우리나라의 나로우주센터보다 140배나 큰 우주기지에서 만난 두 사람.
우주 강국의 실체를 목도한 김 위원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이게 보조 밑에까지 포함해서 8m인가요? 이 우주 발사대에서 발사할 수 있는 가장 큰 대형 로켓포의 발사 추진력이 얼마인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로켓발사대를 쳐다보는가 하면, 걸어 다니며 화염 모양을 손으로 그려보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북한은 기존 상온 추진제 엔진이 아닌 액체산소 엔진을 활용한 정찰위성을 처음 쏘아 올렸습니다.
액체산소 엔진은 선진국들조차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고난도 기술이어서, 러시아의 직접적인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춘근/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 "저는 러시아가 정말 화끈하게, 강력하게 지원해 줬다고 봐요. 왜냐하면 작년에 1차 성공한 지 몇 달밖에 안 됐는데, 새로운 연료 체제를 탑재한 엔진, 발사체를 이렇게 빨리 발사하는 사례는 없어요."]
"잃을 게 없는 왕따들의 회담", "악마의 거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회담에 대한 국제사회의 혹평이 쏟아졌지만, 북러 관계는 이 만남을 기점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습니다.
9개월 뒤 평양에서 재회한 두 정상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으며 북러 관계를 수직 상승시켰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미중이라는 두 개의 틀로 가려고 했던 상황에서 약간 제3인자나 후방에 밀려 있던 러시아가 부활을 꿈꾸면서 나오고, 본인의 몸값을 내세우려는 북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던... 변화하는 국제 질서를 확인시켜 줄 수 있고 그걸 명확하게 나타내는 만남."]
보스토치니 정상회담 이후 북러 협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례 없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19로 4년여간 관광객을 받지 않다가, 올 초 러시아인 위주로 관광을 재개했습니다.
[갈리나 볼레프시코바/러시아 관광객/지난 2월 : "흥미롭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스키 타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그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가장 폐쇄적인 공간이어서 정말 가보고 싶습니다."]
러시아는 대북 곡물 수출과 정제유 수출을 이어가며, 사실상 북한의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갑니다.
하지만 최대 관심사는 역시 북러 군사협력입니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지난해 러시아에 공급한 포탄이 약 113만 발이며, 러시아에 불법적으로 무기를 수출해 번 돈이 약 72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개 자료를 종합해 추정한 것인데, 북러 거래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러 간 군사기술 협력 움직임도 더욱 본격화되는 분위깁니다.
[두진호/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그들의 국방력 5대 발전 계획을 가속화하기 위해서 그리고 노후화한 해공군의 무기 체계들을 현대화하기 위해서 즉 성능 개량을 위해서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고요."]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방산기술 전시회에선 군복 입은 북한군 장성이 포착됐습니다.
리병철, 장창하 등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 3인방으로 불리는 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입니다.
북한 고위당국자가 러시아의 무기 전시회를 찾은 건 2017년 이후 7년 만입니다.
북러 간 인공위성 등 우주 분야는 물론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협력 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됩니다.
[두진호/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국제 행사 'Army-2024'에 거의 90개국이 넘는 러시아의 동맹 및 우방국, 대표적으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대거 참석을 했는데 이란, 시리아와 같은 중동, 아프리카의 제3세계 국가들과도 나름대로의 접점을 강화해서 고립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평가해 봅니다."]
지난 6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수십 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주의 정책에 맞서왔다”며 러시아 대외 정책에 대한 북한의 지지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러 밀착도 끝이란 분석이 있지만, 양국의 반미 연대 기조가 계속되는 한 북러 협력 또한 지속될 거란 관측도 제기됩니다.
[두진호/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 "설령 유럽에서 그리고 중동 지역에서 전쟁들이 언젠가 끝난다 하더라도 파장과 상처가 상당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또 체제적으로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의 세력권 분리 현상이 아주 구조적으로 심화가 됐기 때문에 최소 이 기간만큼은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화양연화가 상당 기간은 지속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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