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진 한솥밥…오늘은 불구대천의 원수 '게임 개발자들'

최우영 기자 2024. 9. 1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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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개발인력들 퇴사 후 독립하는 과정에서 IP분쟁 이어져
일부 인력은 기존 업체 자료 유출했다는 혐의 받아
대표 IP 개발자에 대한 예우로 형사소송은 안하는 경우도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블루아카이브와의 유사성 논란에 개발을 중단하게 된 프로젝트 KV 이미지. /사진=디나미스 원
게임회사 개발 인력들은 이직이 잦은 편이다. 특히 게임을 기획하고 서비스해 '대박'을 터뜨려본 경력이 있는, 수준급 개발자들은 어디서나 모셔가기 바쁘다. 보통 이런 스타급 개발자들은 자신의 회사를 세우고 투자를 받아 새 게임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친정'과 분쟁이 생긴다. 기존에 몸 담았던 게임사에서는 과거 개발작과의 유사성을 문제 삼고, 독립한 개발자들은 아니라고 우긴다. 때로는 검찰과 경찰의 손을 빌리기도 하고, 법정에서 맞붙어 서로 적이 되기도 한다. 최근 이러한 갈등을 빚는 '독립 개발자'들의 사례를 꼽아봤다.
블루아카이브 개발진의 '프로젝트 KV' 유사성 논란에 개발 중단
국내 대표 서브컬처 게임 중 하나인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 핵심 개발진들이 독립해 지난 4월 '디나미스 원'이라는 게임사를 만들었다. 박병림 PD가 대표를 맡은 이 회사의 첫 신작은 '프로젝트 KV'로 알려졌다. 디나미스 원은 이달 1일 프로젝트 KV의 세계관과 스토리 등의 정보를 소셜 미디어에 공개했다.

이후 국내외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시놉시스와 아트 콘셉트 등에서 블루아카이브와 너무나 유사한 내용들이 반복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같은 개발자'가 만든 수준이 아니라, 블루아카이브를 그대고 '베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넥슨게임즈 내부에서도 디나미스 원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에 디나미스 원은 정보공개 8일만에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디나미스 원은 지난 8일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저희의 미숙함이 여러분께 더 이상 상처와 불편을 드리지 않도록 프로젝트 KV 중단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프로젝트 KV를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고,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의 팬 여러분들께도 폐를 끼쳤다"고 전했다. '서비스 중인 게임'은 블루아카이브를 일컫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디나미스 원은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 올라왔던 프로젝트 KV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하는 후속 조치를 취했다. 이는 이들이 기존에 몸 담았던 넥슨게임즈에 더해, 국내외 게임 커뮤니티의 '표절' 지적을 신속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읽힌다.
소송은 거는데…'리니지의 아버지'라 형사 고소 자제한 엔씨소프트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창업자. /사진=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2 트레일러 캡처
독립한 개발자가 창업자의 '절친'이자, 대표 IP(지식재산권)의 '아버지'라 난감한 경우도 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을 표절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아키에이지 워'가 그렇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아키에이지 워의 개발사는 엑스엘게임즈다. 엑스엘게임즈의 창업자는 1세대 개발자이자 김택진 엔씨 창업자와 동고동락했던,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이다.

엔씨는 엑스엘게임즈 등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형사 고소는 진행하지 않았다. 리니지M을 표절한 것으로 알려진 웹젠의 R2M에 대해서는 민·형사 모두 소송을 제기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송재경 창업자가 1990년대 리니지 개발을 사실상 주도하며 오늘날의 엔씨소프트 기반을 마련한 '공적'을 우대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송재경 엑스엘 창업자를 영입하기 전의 엔씨소프트는 게임업체가 아닌, 사무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불과했다. 실제로 김택진 엔씨 창업자는 '아래아 한글' 공동개발자이자 '한글과컴퓨터' 원년 멤버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송재경 창업자가 '아이네트'에 입사해 리니지 개발을 시작했을 때, IMF 구제금융 여파로 아이네트가 경영난에 빠지자 김택진 대표가 직접 송재경을 영입해 게임 개발을 이어가도록 도와줬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IP는 엔씨소프트의 핵심인데, 그걸 처음부터 만든 사람이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창업자"라며 "아키에이지 워와 리니지2M의 유사성에도 불구, 엔씨의 근간을 만들었던 송재경의 회사를 형사 고소까지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타협은 없다" 넥슨 vs 아이언메이스의 살벌한 법정 다툼
다크앤다커. /사진=아이언메이스
넥슨게임즈나 엔씨와 달리 넥슨은 타협도, 예우도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과거 넥슨의 식구였으나 독립해 아이언메이스를 창업한 박승하 대표와 최주현 전 개발팀장 등이 대상이다. 넥슨은 과거 신규개발본부에 있던 최 팀장이 미공개 상태이던 '프로젝트 P3' 소스코드와 데이터를 개인 서버로 유출하고, 다른 팀원들과 함께 퇴사해 아이언메이스에서 '다크앤다커'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넥슨은 최 팀장이 2021년 6월 온라인에 업로드한 P3 소스 코드를 근거로, 아이언메이스의 IP 다크앤다커와 넥슨의 P3가 동일한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의 새로운 요소들을 지목하며 넥슨의 지적이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넥슨-아이언메이스는 형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넥슨은 2021년 아이언메이스 운영진을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경찰이 아이언메이스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넥슨은 민·형사 모두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한편 넥슨-아이언메이스의 소송 결과는 크래프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크래프톤은 아이언메이스로와의 계약을 통해 다크앤다커 IP를 활용한 익스트랙션 RPG(역할수행게임)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법원에서 다크앤다커 IP를 두고 넥슨의 손을 들어줄 경우, 크래프톤과 넥슨 간 새로운 계약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넥슨-아이언메이스의 민사소송 1심 판결은 다음달 24일 나온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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