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픽 노 이블'의 진정한 공포는 엔딩에서 시작한다[노컷 리뷰]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24. 9. 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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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외화 '스픽 노 이블'(감독 제임스 왓킨스)
외화 '스픽 노 이블'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현실의 불안과 공포를 포착해 스릴러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고 있는 블룸하우스가 이번에도 현실의 불안정함과 균열을 파고드는 서스펜스 스릴러를 내놓았다. '스픽 노 이블'은 원작인 동명의 덴마크 영화와 다른 길을 가며 엔딩에서 진짜 공포를 선사한다.

휴양지에서 처음 만나 우연히 함께 휴가를 보내게 된 두 가족. 패트릭(제임스 맥어보이)은 자신의 집으로 루이스(맥켄지 데이비스)의 가족을 초대한다. 다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 예상한 것도 잠시, 거절할 수 없는 호의와 불편한 상황들이 계속되며 불길한 두려움을 느끼고 집에 돌아가려 하던 중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블룸하우스'라는 이름은 어느덧 호러와 스릴러 장르에서 '기대감'을 나타내는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해피 데스데이' '메간' 등 호러테이닝 외에도 '겟 아웃' '인비저블맨' 등 서스펜스 스릴러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블룸하우스가 제임스 왓킨스 감독, 제임스 맥어보이의 손을 잡고 '스픽 노 이블'을 선보였다.

'인비저블 맨'에서 보여줬듯이 현실의 문제를 스릴러라는 장르 안으로 가져와 영화적으로 풀어냈던 블룸하우스는 이번에도 '스픽 노 이블'을 통해 현실의 문제,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을 그려내며 불편한 공포를 자아냈다.

외화 '스픽 노 이블'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스픽 노 이블'은 이탈리아 휴양지에서 만난 미국인 루이스 가족을 영국인 패트릭 가족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아름다운 휴양지가 가진 분위기와 달리 초반부터 '낯섦'에서 오는 긴장을 드러낸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이는 여행지, 그곳에서 사는 곳도 살아가는 방식도 전혀 다른 낯선 두 부부가 만나 친밀함을 이어간다는 이야기는 얼핏 보면 훈훈하다.

평화로워 보이는 낯선 두 가족 사이 어딘가 불편한 균열은 현실에서도 부딪히는 문화적·사회적 주제를 통해 실체를 드러낸다. 채식주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총기 문제, 패스트 패션 등 문화와 개인적 신념, 사회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차이로 인해 두 가족 사이에는 내내 미묘한 불편함이 감돈다.

이처럼 낯섦과 다름이라는 현실 사회에서 만날 수 있는 일들은 '스픽 노 이블' 안에서 불편한 듯 불쾌한 긴장과 공포로 뻗어 나간다. 낯섦과 다름 속에 숨겨진 건 '불안정함'과 '불편함'이고, 이러한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 불쾌함마저 느껴지는 공포로 이어지는 것이다.

외화 '스픽 노 이블'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낯선 이의 정체 모를 친절이 파고들 수 있었던 건 루이스 부부 사이에 불안정하다는 균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루이스와 벤은 각기 직장 문제로 내면의 균열이 생겼고, 루이스와 벤 사이 역시 균열이 존재한다. 그러한 균열, 내면의 불안정을 패트릭이 파고들게 된다.

천천히 쌓아간 등장인물들의 불편함이 폭발하는 순간부터 패트릭은 잔혹하고 폭력적인 내면의 악을 외부로 서슴없이 드러낸다. 패트릭은 현실의 불안정과 불편함이 어떻게 '악마화'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패트릭이 선사하는 진짜 공포는 '스픽 노 이블'의 엔딩에 있다.

패트릭은 영화 중간중간 자신의 악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이야기한다.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악은 불안정했던 패트릭을 파고들어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불안정한 마음에 파고들어 어린 희생양이자 또 다른 악을 만들어낸다.

물론 영화의 엔딩은 완전한 악의 탄생이라고 보기에는 모호한 면이 있지만, 어쩌면 또 다른 악의 탄생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관객들에게 안겨준다. 패트릭의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관객이라면, '제2의 패트릭'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 자체로 불안이자 공포다.

우리는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들을 목도하기에 '스픽 노 이블'의 진짜 공포는 엔딩을 마주했을 때, 가장 마지막에 클로즈업된 얼굴에서 시작된다.

외화 '스픽 노 이블'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이처럼 영화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불안정함을 파고드는 다양한 공포를 이야기한다. 현실에 발붙인 채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혹은 벌어질 법한 사실을 가져와 천천히 쌓아가며 긴장과 공포를 자아낸다.

'인비저블 맨'에서도 그러했듯이 사회에서 현대인들이 마주하는 공포 중 하나를 영화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스픽 노 이블'은 블룸하우스만의 서스펜스 스릴러 계보를 이어간다.

동명의 덴마크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스픽 노 이블'은 큰 줄기와 일부 작은 설정들은 같지만, 주요한 설정과 엔딩 등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에 원작과 블룸하우스의 손길을 거친 '스픽 노 이블'을 비교해 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23 아이덴티티' '글래스' 등에서 스릴러에 어울리는 얼굴임을 입증했던 제임스 맥어보이는 '스픽 노 이블'에서도 평범한 속에 숨겨진 악의 모습을 뛰어나게 표현해 냈다. 루이스 역의 맥켄지 데이비스 역시 불안정함 가운데서도 딸을 위해 용기 내는 강인한 엄마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109분 상영, 9월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외화 '스픽 노 이블'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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