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밸리, ESS로 넘자"…K-배터리, 전기차 액셀서 발 뗐다

최동현 기자 2024. 9. 1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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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ESS 시장을 앞다퉈 공략하는 배경에는 당분간 전기차 시장 수요가 회복되기 어려운 환경이 놓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가 최대 주력 제품인 것은 변함없지만, 캐즘에 대응해 ESS 시장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이 ESS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기술력에서는 K-배터리가 앞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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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삼성SDI, 유럽·미국서 나란히 ESS 세일즈 경쟁
유휴 라인 돌려 ESS 생산량↑…시장 장악한 中과 대결
삼성SDI RE+2024 전시회 부스 조감도(삼성SDI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줄자, 새 매출원인 ESS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는 지난 9일부터 12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린 북미 최대 전시회 'RE+2024'에 나란히 참가해 최신 ESS 제품과 기술력을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부스에 고용량 리튬인산철(LFP) 롱셀 'JF2 셀'이 적용된 컨테이너형 모듈 제품의 실제 제품을 전시했다. 최대 5.1메가와트시(㎿h) 에너지를 낼 수 있고 모듈식이어서 맞춤형 제품 구성도 가능하다. 이 제품은 내년 미국 현지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차세대 전력용 ESS 배터리 '삼성 배터리 박스(SBB) 1.5'를 전면에 내세웠다. SBB는 20피트 컨테이너에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셀과 모듈, 랙 등을 설치한 제품으로 전력망에 연결만 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SBB 1.5는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밀도가 37%가량 향상돼 총 5.26㎿h 용량을 구현했다.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해당 셀을 포함하는 모듈에 소화약제가 분사되면서 화재의 확산을 방지하는 첨단 기술 '모듈 내장형 직분사'(EDI)가 적용된 것도 강점이다.

양사는 지난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도 나란히 참가해 ESS 라인업을 경쟁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삼성SDI가 SBB 1.5를 최초 공개한 곳도 유럽 시장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RE+ 2024' 전시 부스 조감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배터리 업계가 ESS 시장을 앞다퉈 공략하는 배경에는 당분간 전기차 시장 수요가 회복되기 어려운 환경이 놓여 있다. 반면 ESS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고속성장을 이어가며 '대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ESS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7% 늘어난 400억 달러(약 54조 70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나고, 오는 2035년에는 800억 달러(약 109조 4000억 원)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미국 애리조나에 7조 2000억 원을 투입해 ESS용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 5월에는 한화큐셀 미국 법인과 4.8GWh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역대 ESS 프로젝트 중 단일 기준 최대 규모로 계약금은 1조 4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난징 공장 라인 일부를 ESS LFP용으로 전환, 내년 하반기 LFP 롱셀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2026년엔 미국 애리조나에 17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미국 전력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와 6.3GWh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선 계약금이 약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SBB 1.5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을 제외한 ESS 시장에선 CATL 등 중국 업체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현실은 넘어야 할 과제다. 5년 전만 해도 ESS 시장은 한국 기업이 점유율 60% 이상 차지했던 텃밭이었지만, 현재는 10%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가 최대 주력 제품인 것은 변함없지만, 캐즘에 대응해 ESS 시장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이 ESS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기술력에서는 K-배터리가 앞서 있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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