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모아이 석상 만든 이스터섬 문명 자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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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표지에는 칠레령 섬인 이스터섬에 있는 모아이 석상 유적지 사진이 실렸다.
이처럼 많은 모아이 석상을 만들려면 이스터섬 인구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많던 인구가 사라진 원인, 모아이를 만든 문명에 대한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이론은 이스터섬 원주민들이 천연자원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섬이 황폐화되면서 인구 붕괴가 일어났다는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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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표지에는 칠레령 섬인 이스터섬에 있는 모아이 석상 유적지 사진이 실렸다. 표지에는 ‘게놈(유전체) 분석이 라파누이의 인구 역사를 조명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라파누이는 이스터섬을 칭하는 다른 용어다.
이스터섬에는 사람 얼굴 모양의 거대한 조각상인 모아이 석상들이 있다. 크기가 큰 모아이는 길이가 20m, 무게는 90톤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 모아이 석상은 이스터섬 전체에 600개 가량 있다. 이처럼 많은 모아이 석상을 만들려면 이스터섬 인구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많던 인구가 사라진 원인, 모아이를 만든 문명에 대한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이론은 이스터섬 원주민들이 천연자원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섬이 황폐화되면서 인구 붕괴가 일어났다는 가설이다.
빅토르 모레노-마야르 덴마크 코펜하겐대 세계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이스터섬 원주민들이 '에코사이드(환경 파괴)'로 인해 사라졌다는 가설을 반박한 논문을 11일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스터섬의 인구는 1722년 유럽인들이 도착했을 때 1500~3000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유럽인들은 섬을 뒤덮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 야자수 숲이 훼손돼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후 연구자들은 모아이 석상을 만들 때 필요한 노동력 대비 이스터섬 인구 수가 너무 적다는 점, 야자수 숲 훼손 흔적을 발견한 기록이 있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18세기 초 이전에 자연 파괴로 인한 인구 급감 현상이 나타났을 것으로 보았다.
연구팀은 이스터섬에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스터섬에 살았던 15명의 유골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된 유골의 치아 및 내이뼈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게놈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유골 주인들은 이스터섬 원주민인 폴리네시아인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방사성 탄소 연대 분석 결과 이들은 1670~1950년에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게놈 분석을 통해 이스터섬에 유전적 다양성이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였다는 점도 발견했다.
유전적 다양성은 인구가 증가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1722년 유럽인들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기존 추론에 대한 근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아이 석상을 만드는 데 많은 인원이 대동돼야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연구팀은 모아이 석상을 만들던 원주민들이 섬 생태계 파괴로 사라졌다는 증거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이스터섬 원주민과 아메리카 원주민 간에 접촉이 있었는지도 논쟁거리였다. 연구팀은 두 집단 사이에 교류가 있었다는 점도 확인했다. 폴리네시아인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의 유전자가 발견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스터섬에 유럽인들이 도착하기 훨씬 전인 1250~1430년에 이스터섬 원주민과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 융합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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