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감옥 해방" 1분에 500칸 채우는 괴물직원, 누군지 보니…

김성휘 기자 2024. 9. 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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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타트업씬] 9월 2주차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능형 스프레드시트 기업 '패러다임'을 창업한 안나 모나코/사진=소셜미디어 X

"반복 업무를 어떻게 자동화할까 늘 생각했죠."

마이크로소프트(MS) 엑셀로 대표되는 스프레드시트는 사무 업무에서 필수이지만 수많은 빈 칸을 일일이 채우는 건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이기도 하다. 엑셀은 단조로운 격자무늬 탓에 '엑셀감옥'으로도 불린다. 이른바 엑셀감옥의 무한 루프에서 직장인을 해방시킬 기술은 없을까.

미국의 청년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AI(인공지능) 기반 스프레드시트를 내세운 '패러다임'이다. 최근 미국 포춘은 패러다임 창업자이자 CEO인 안나 모나코를 다뤘다. 모나코는 펜실베이니아대학을 나와 친구들과 패러다임을 세웠다.
원하는 정보 자동검색·입력까지 뚝딱
패러다임 프로그램이 온라인 소셜미디어에서 이름, 연락처 등을 자동 추출해 저장하는 모습/사진=패러다임
모나코는 펜실베이니아대를 갓 졸업한 22세 청년. 와이콤비네이터(YC) 공동창업자인 아라시 페르도시, 랭체인 공동창업자인 해리슨 체이스 등으로부터 200만달러(약 26억6000만원)의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베일을 벗은 패러다임 기능의 핵심은 다양한 'AI 에이전트'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의 개입 없이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 지능형 시스템을 말한다. 이용자가 패러다임에 포함된 AI 에이전트에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입력하면, 패러다임은 자동으로 웹 검색을 한 뒤 엑셀에 정보를 채우는 것까지 해준다. 예컨대 '연락처 에이전트'는 비정형 데이터에서 연락처를 추출한다. 때문에 '똑똑한 스프레드시트'로 불린다.

현지 매체들은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해 무엇이든 대답하는 챗GPT의 시대가 됐음에도 그 이전에 개발된 '구글 시트' 'MS 엑셀' 외에 인상적인 스프레드시트 서비스를 떠올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모나코 CEO는 X에 올린 영상에서 "손가락에 당신을 위한 수천명의 인턴을 달고 일한다고 상상해보라"며 "기존 스프레드시트 작업보다 1000배 빠르고 1분에 500개의 셀을 채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모나코 CEO는 포춘 인터뷰에서 "구글, 스탠포드대, 맥킨지 등에서 이미 수백 명의 초기 사용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패러다임은 유료 기업고객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전문매체 벤처비트는 "기업 경영진에게 이 같은 기능은 생산성의 상당한 도약을 의미할 것"이라며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고 데이터 정확성을 높이는 능력은 비용 절감, 더 빠른 의사 결정, 인적 자원의 더 효율적인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머리에 쓰기만 하면 ADHD 개선하는 '헤어밴드'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증후군(ADHD)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나타나며 중요한 사회적·의학적 이슈가 됐다.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3억6600만명의 성인이 ADHD를 겪는다. 하지만 각성제 종류의 약물 투여 외에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간단히 머리에 쓰기만 하면 ADHD를 개선해주는 헤어밴드가 개발됐다. 호주 스타트업 뉴로드(Neurode)는 하루 20분 이 기기를 착용하면 집중력 부족과 같은 대표적 ADHD 증상을 완화한다고 밝혔다.

공동창업자인 나탈리 괄리하르도는 신경과학자다. 그녀 자신이 5살때 ADHD 진단을 받았다. 그는 "각성제 치료가 실제로는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학연구실에서 일하면서 비침습 뇌 영상기계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2021년 뉴로드를 창업하고 헤어밴드형 기기에 특허를 출원했다.


제품은 두뇌활동을 감지하는 모니터링 파트, 적당한 자극을 뇌에 보내는 파트로 나뉜다. 전두엽 피질에 가벼운 전기 자극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괄리하르도는 "커다랗고 비싼 뇌 영상 장치를 가져와서 비용과 크기를 100배 줄였다"고 말했다.

이 기기는 현재 비공개 베타 테스트로 이용할 수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목표이지만 구체적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바이오 업계에선 이 같은 기술이 인지력 저하, 우울증 등 다른 질환에도 효과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YC가 키운 첫 방산 스타트업, '미사일' 가격파괴
와이콤비네이터는 세계적 액셀러레이터(AC)이지만 방위산업과 인연이 없었다. YC가 처음 육성한 방산 스타트업이 '초저가 순항 미사일'로 방산업계를 뒤흔들 태세다. 신화 속 '전쟁의 신' 아레스의 이름을 딴 에리스(아레스·Ares) 인더스트리다.

이 회사 주력 생산품은 군함을 타격하는 대함 순항(크루즈)미사일인데 그야말로 가격파괴다. 록히드마틴의 순항미사일이 1기당 300만달러 수준이지만 에리스는 10%인 30만달러에 공급할 수 있다. 아예 회사의 한 줄 슬로건이 '저비용 순항미사일 개발'이다.

살상용 전쟁무기에 '가성비'를 거론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하지만 값싼 무인 드론이 첨단 전투함을 격침시키는 시대에 무기의 가격은 무시못할 요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 같은 점이 드러난다.

이 회사는 중국을 주요한 적대국으로 상정했다. 회사 측은 "대만해협에서 중국과의 전쟁은 우크라이나, 중동에서 본 것과는 다를 것이고 전문가들은 이때 가장 유용한 무기가 장거리 대함 무기나 순항미사일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갈등은 기존 무기가 현대 전쟁에 쓰기에는 너무 크고 비싸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20만달러짜리 소형 전함을 타격하는 데 300만달러짜리 미사일을 쓸 수 있느냐"고 밝혔다.

다양한 방산기업을 거친 창업 멤버들은 "우리는 미 국방부가 원하는 기능을 10배 더 작게, 10배 더 저렴하게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 미사일은 기존 발사 플랫폼과 호환되고 초음속으로 더 작은 탑재물을 전달하며 수백마일 떨어진 함선을 공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리스는 지상발사 및 함상 발사 미사일에 집중한 다음 장기적으로 전투기에서 발사할 수 있는 공중 발사형, 사거리가 더욱 긴 버전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브라질 억만장자의 손자, 美서 안경점 창업?
안토니우 모라에스 XP헬스 대표/사진= XP헬스
2014년 작고한 안토니우 에르미리오 모라에스는 브라질 최대 기업중 하나인 보토란팀 그룹을 이끌던 억만장자였다. 고인은 생전 포브스의 세계 500위권 부자에 들었다. 그의 손자로, 이름이 할아버지와 같은 안토니우 모라에스는 가업에 참여하는 대신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는 모양새다.

그가 미국서 창업한 '온라인 안경점' 엑스피(XP) 헬스가 332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QED인베스터스가 주도한 이번 라운드엔 캔버스벤처스, 아메리칸패밀리벤처스, 발로캐피털그룹 등이 참여했다. 불과 2년전 1710만달러 시리즈A 투자유치 후 다시 투자업계의 기대를 끌어모은 셈.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모라에스는 미국 스탠포드대를 다니며 '승계'보다는 '창업'에 기울었다. 친구인 제임스 웡과 함께 중국의 안경공장을 탐방한 그는 약 10달러 원가로 생산한 안경이 미국서 수백달러에 팔리는 것을 알고 놀랐다. 미국선 안경 구매가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대개 안과(시력) 보험을 들고 이를 통해 시력을 측정, 안경을 맞춘다. 보험이 모든 비용을 충당해주는 것도 아니다.

이에 두 청년은 2018년 XP헬스를 세우고 저렴한 비용으로 시력검사와 안경구매가 가능한 서비스를 내세웠다. 아시아의 공장과 직거래한 안경테와 렌즈를 싸게 파는 대신 정기적인 멤버십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온라인으로 안경을 구매하는 회원고객은 소매 가격에서 최대 69%를 절약할 수 있다고 모라에스는 밝혔다.

기업고객은 3000곳 이상이다. 이 기업 직원들은 XP헬스를 통해 안경을 구입할 수 있다. 모라에스가 과연 억만장자 할아버지의 경영 DNA를 물려받았는지 증명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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