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형제' 비극 기억하시나요…3개월 뒤 밝혀진 화재 진실[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0년 9월 14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용현동의 한 빌라에서 결식아동이었던 형 A군(당시 10세)과 동생 B군(당시 8세)이 보호자가 집을 비운 사이 발생한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다.
형은 이 화재로 전신에 40%, 동생은 5%가량 화재를 입었고, 동생은 사고 37일 만에 끝내 숨졌다.
해당 사건은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형제 단둘이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가 먹으려던 음식이 '라면'으로 알려지면서 초등생 형제는 '라면 형제'로 불렸다.
그러나 사건 발생 약 3개월 만에 화재의 진짜 원인이 형의 '불장난'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안겼다.
사고는 2020년 9월 14일 오전 11시 16분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도시공사 임대주택인 4층짜리 빌라 2층 A군 형제의 거주지에서 발생했다.
형제는 119에 신고했으나, 신고 당시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못하고 "살려주세요"만을 외친 채 전화를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A군 형제 빌라를 찾았다. 그러나 형제는 중상을 입은 뒤였다. A군은 전신에 3도 화상을, B군은 1도 화상에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형제의 어머니는 과거 형제에 대한 방임과 학대로 여러 차례 경찰 등에 신고가 접수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불이 주방 가스레인지 주변에서 시작한 점, 주위에 음식 포장지 흔적이 남아 있는 점 등을 토대로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생 형제가 직접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화재 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에서 형제를 돕겠다는 문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학산나눔재단에 따르면 사건 발생 4일 만인 2020년 9월 18일, 형제를 돕겠다고 나선 40여명으로부터 1700여만원이 모였다. 기부금은 적게는 1만원대 미만부터 많게는 1000만원이 전달됐다.
재단에 문의 전화를 한 사람 중에는 "당장이 아니라도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지속적으로 형제를 꾸준히 후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었다.
형제 소속 학교 교직원들은 1463만원을 전달했으며, 인천 지역 교직원들은 1억21만원을 기탁했다.
사고 37일 만에 동생이 숨지자 정치권에서는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각 정당은 논평을 내고 '돌봄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약 3개월 만에 화재의 진짜 원인이 밝혀졌다. 2020년 12월 10일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화재 원인을 A군의 실화로 판단했다. 그리고 A군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미성년자라며 내사 종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이 화재 당시 주방 가스레인지를 켜둔 상태에서 휴지를 가까이 갖다 댔다가 화재가 발생했다. A군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아이가 사고 이전에도 유사한 행동을 보여 혼낸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 역시 경찰에 같은 진술을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측은 "경찰은 처음부터 주방 쪽에서 불이 시작됐다고만 밝혔다"며 "라면 등 음식을 조리하다가 불이 났다고 추정해서 발언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화재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형제만 집안에 방치됐던 '방임'이 지적되면서 형제의 친모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C씨는 당시 지인 집에 방문하기 위해 형제만 두고 외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의 경우 2018년 7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 중인 데다, 평소 가스레인지에 찌개를 데우거나 라면을 끓이고 불장난을 한 적도 있어 보호와 감독이 필요했음에도 방임해 사고가 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는 2021년 6월 14일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40시간의 아동학대치료강의 수강도 명했다.
이 판사는 방임으로 인해 화재 사고가 발생해 형제 중 동생이 목숨을 잃는 등 피해가 큰 사고가 발생했으나, 남은 형을 적극적으로 돌보기 위해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C씨를 선처했다.
재판부는 "보호자로서 제공해야 할 영양섭취, 실내 청소 등 기본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방임으로 인해 화재사고가 발생했다"며 "다만 홀로 피해자들을 양육하면서 정신적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판단되고, 이 사건 이후 잘못을 반성하면서 양육 태도 개선을 위해 노력을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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