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 잃고있는 북극곰과 부산 해상도시 [이경화의 하이브리드 美MI]
올해 기록적인 열대야와 폭염으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극곰의 다이어트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전세계가 북극곰을 마치 셀럽처럼 주목하는 가운데, 그들과 셀럽의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요즘 북극곰은 유명하고 인기가 있으며 매우 날씬하다는 점이다.
그린란드 남동부 지역 민물 빙하에서 식단을 명상수행자와 힙스터들처럼 채식으로 바꾸고 살아가는 북극곰 무리가 발견되었다. 원래 이들의 주식은 단백질과 지방함량이 높은 바다표범이었는데 최근 몇 년간 딸기와 채소잎으로 바뀌었고 최고 250㎏상당의 다른 지역 북극곰들에 비해 180㎏정도의 몸매로 날씬해졌다. 과연 기후변화는 이 폭신하고 사랑스러운 동물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켰을까? 이 동물은 시간이 지날 수록 아이러니컬하게 K팝 스타처럼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
빙하 위에서 주로 바다표범을 사냥해 생존해온 북극곰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줄어드는 빙하로 먹이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들은 서식지에서 이동하여 새로운 먹이를 찾아 헤매야 했다. 이로 인해 북극곰의 몸무게가 눈에띄게 감소하게 된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발견된 북극곰 무리는 그린란드 표층 얼음에서 떨어져 나온 민물 빙하에 의존해 생존하고 있었다”며 “이런 특이한 서식지가 북극곰의 피난처가 될 수도 있다” 고 밝혔다.
인간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이동하는 베지테리언 북극곰은 전통적인 본성에서 벗어나 현대 생활에 적응하며 하이브리드적인 삶을 살고 있다. 팬데믹 이후의 전 지구적 생물의 삶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하이브리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유일한 가능성은 하이브리드를 포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성공은 못했지만 세계 엑스포 유치에 제안되었던 '해상도시'가 그 한 예다. 부산 앞바다에 설계된 이'떠다니는 도시'는 난민과 기후 변화와 같은 이 시대의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하이브리드라는 혁신적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에 기대어 제시하고있다.
우리가 눈을 돌리는 곳마다 반세기 전과 같이 ‘순수’하거나 전통에 따른 것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북극곰은 인간이 낚시를 하는 곳에서 먹이를 찾고 체중을 줄이기 위해 채식을 하며, 부산 해상도시와 같은 '하이브리드' 도시도 그 혼종성을 수용하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혼돈에 직면한 우리에게 그 방법론으로서 창조적인 힘이 될 수 있을까? 해상도시에 적용된 아이디어는 전통과 혁신을 통합한 하이브리드를 포용하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상상해 낼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전 세계의 해안 도시들이 가라앉고 있다. 빙하가 녹고, 폭우가 쏟아지며, 해안 침식, 지하수 고갈, 산불, 신종 바이러스, 식수 오염 등 환경 위기 이슈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개별적 재난상황은 서로 연결되어 전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우리 모두에게 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별개의 현상으로 취급할 수 없다. 에코 페미니스트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는 "우리의 시급한 과제는 레퓨지아(피난처)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학자들이 현재의 생태 위기를 레퓨지아의 붕괴라고 이야기한다. 46억 년 전에 탄생한 지구는 여러 차례 빙하기를 겪었고 이 기간 동안 기후 변화를 비롯한 극심한 환경 변화가 일어났지만 이를피할 수 있는 지역과 피난처가 있었다고 한다. 이제 인간이 촉발한 기후 변화가 이러한 피난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와 생태계의 위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장'에만 의존해 해결책을 찾으려 해서도 안된다. 정부, 지역사회, 개인을 포함한 모든 수준에서 정치, 경제, 생활양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우리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 개념을 적용한 해상도시 건설은 이러한 노력을 상징한다. 한국은 과학기술 분야의 리더로서 지속 가능한 건축 프로젝트와 최첨단 기술을 구상하는 능력을 여러 차례 입증해왔다.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 산업과 전 세계, 특히 중동에서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를 건설한 최고의 건설 산업을 자랑한다.
부산시가 월드 엑스포에 제안한 해상도시는 UN해비타드와 오셔닉스의 협업으로 덴마크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었다. 이는 바다와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 제시된 인류의 청사진
이었다. 2022년 4월, 유엔 본부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심각한 토지 부족 현상에 주목을 하였다. 획기적 기술제공을 목표로 한 세계 최초의 지속 가능 해상도시 프로토타입 설계를 공개한 것이다. 기술과 문화, 예술의 힘을 통해 전 세계 기후 위기에 대한 해결방안이며 향후 미래에 다가올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들의 설계를 이끄는 한 가지 원칙은 바로 하이브리드이다.
이 제안은 현재 계획을 바꿔 북항 재개발 2단계 부지 부산 앞바다로 전환 추진될 예정이다. 총 면적 6.3헥타르의 상호 연결된 플랫폼으로 구성, 이 해상 커뮤니티 모델은 초기에는 1만2000명, 최종적으로는 10만명 이상의 인구수용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유럽연합이 내민 해법에 더해 한가지 제안을 해보고자한다. 재해에 대응하는 대안으로서 한국의 미학과 철학을 담은 해상도시를 한국의 주요 해안에 만들면 좋겠다. 동양 사상은 근본적으로 "자연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는 유기적 사고를 갖고있다. 자연과의 조화를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한국 전통 건축은 자연과 인간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을 중요시한다. 자연에 인위적질서를 강요하지않고 대상과 자신을 분리하지 않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한국미학에서 중시되어 온 전통적 시각이다.
한국 전통 건축의 자연 친화적 철학을 바탕으로 해상 도시에 '피난처'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인류에게 희망을 선사할 수 있다.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은 역사적으로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처럼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한국은 일제 식민 통치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실향의 아픔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재건했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처 역할을 했으며 역사적 항구 도시로서, 유입되어온 외국 문화의 영향으로 개방적이고 복합적인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국제사회와 잘 어우러지는 지정학적 특성을 지닌 곳으로 새로운 희망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부산에 제안된 해상도시는 각 플랫폼이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 주거, 연구, 숙박, 수상 레크리에이션, 문화 예술 및 공연을 위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온실, 폐기물 제로 순환 시스템, 자체 처리 폐수시스템, 식량, 탄소 중립 에너지 및 혁신적인 모빌리티를 통해 에너지와 농작물을 생산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해안 서식지 재생, 태양 에너지 생산 시스템, 자원 절약 및 재활용을 위한 상호 연결된 시스템이 포함된다. 국제기구인 유엔 해비타트의 비전을 바탕으로 각 도시는 국제 환경 정책에 따라 일관되게 지속 가능한 관리를 받게 된다.
한국은 이제 세계 무대의 리더가 되었다. 건축, 문화, 예술, 도시 정책은 유엔과 함께 글로벌 위기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유엔의 역할과 아시아의 허브로서 부산의 역할을 결합하면 윤리적이고 실용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현재의 도시 계획에 대한 대안을 설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지구 생태계의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의 힘은 지구운명을 결정하는 한 요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세상에 혼자 살아남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다른 존재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해야한다.
해상도시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K건축, K컬처)와 혁신은 이러한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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