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명 찾는다"…추석엔 제주 전통문화·재래시장에 '풍덩'
"제주다움 물씬 풍기는 여행지서 잊지 못할 추억 만들길"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이번 추석 연휴(9월 14∼18일)는 5일이지만 휴가를 덧붙이면 22일까지 최장 9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인 만큼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손꼽히는 여행지이자 힐링과 낭만이 함께하는 곳 제주로 떠나는 건 어떨까.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지만 단순히 자연경관만으로 제주의 가치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너무나 익숙해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여기지만 생각보다 더 모르는 제주만의 역사, 문화가 살아 숨 쉰다.
추석을 맞아 제주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전통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제주 원도심
제주 원도심 한 가운데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오랜 건물이 하나 있다.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의 단층 목조건물인 관덕정이다.
1905년 제주에서 처음으로 오일장이 열렸던 곳이 관덕정 앞 광장이며, 제주인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이정표 역할을 했다.
사실, 관덕정은 제주에서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됐다.
조선 세종 30년 병사훈련과 무예수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세운 것이 시초다.
제주에 몇 안 되는 보물로 지정된 국가유산임에도 남녀노소 누구나 잠시 관덕정 마루에 앉아 지친 다리를 쉴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관덕정 바로 옆에는 조선시대 제주의 모든 행정 업무를 맡아 처리하던 기관인 제주목 관아가 있다.
관아의 관문으로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외대문을 지나면 바람결에 잔잔하게 일렁이는 아담한 연못과 마주한다.
푸른 연못 위로 연회 장소로 쓰인 우연당의 처마와 하늘이 비치고 목사의 집무실이었던 연희각과 군관들의 근무하던 영주협당, 제주 앞바다로 침범하는 왜구를 감시하는 망루 역할을 해던 망경루 등이 차례로 펼쳐진다.
망경루 1층에는 제주의 또 다른 보물 국가유산인 '탐라순력도'를 테마로 한 역사 체험관이 마련돼 있다.
탐라순력도는 조선 숙종 1702년 3월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형상이 도내 각 고을 순시를 비롯해 한 해 동안 거행했던 여러 행사 장면을 화공(畵工) 김남길에게 그리게 하고 간략한 설명을 곁들여 만든 화첩으로 300년 전 제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국가유산이다.
추석 연휴 기간(14∼18일) 제주목 관아가 무료로 개방되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민속놀이마당이 펼쳐진다.
제주목 관아 인근에는 한복 대여점도 있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제주 원도심 구석구석에 즐비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추천한다.
제주 전통문화 한눈에 "박물관은 살아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제주의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제주의 대표 박물관이다.
1984년 5월 24일 제주 최초이자 전국 6번째 공립박물관으로 문을 연 박물관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화산섬 제주의 형성과정을 비롯해 제주 신화와 전설, 제주 사람들의 생애, 민속문화, 자연환경 등을 한 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박물관 로비에서부터 지난 2019년 12월 비양도 인근에서 발견된 12.6m 크기의 참고래 골격 표본이 전시돼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어 제주의 탄생과 자연환경을 소개하는 자연사 전시실, 제주 사람들의 생활 문화가 집약된 민속전시실, 도시화·산업화 이후 변화한 제주의 생활문화를 소개하는 근현대 생활사 전시실, 제주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을 알 수 있는 제주바다전시관 등이 있다.
또 특별전시실에서는 40주년을 맞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의 과거·현재·미래를 소개하는 아카이브 전시 '기록과 기억을 잇다'가, 테마전시로 2024 파리올림픽의 열기와 여운을 이어가고 제주와 올림픽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공간과 사람으로 본 제주와 올림픽' 전시가 펼쳐진다.
추석 다음날인 18일 박물관 광장에선 '추석 민속한마당'과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오예진 선수의 사인회도 마련된다.
갓을 테마로 한 전시관이 제주에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햇볕을 가리는 실용성 뿐만아니라 신분을 드러내고 멋을 내는 용도로 쓰이던 조선시대의 모자 '갓'을 생산하는 본고장은 제주다.
말 꼬리털이나 갈기인 말총, 그리고 실처럼 가늘게 가공한 대나무실(竹絲)로 각각 총모자와 양태를 만들어 조립하면 우리가 아는 '갓'이 완성된다.
갓의 역사와 변천사, 제작과정을 이곳 갓전시관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갓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남자들이 상투를 튼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정리하기 위해 이마에 두른 머리띠인 '망건', 갓 아래 받쳐 쓰던 관(冠)인 탕건에 대한 설명과 작품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이들 박물관과 전시관을 찾아가기에 앞서 휴일 여부를 확인하는 건 필수다.
제주에서도 600여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마을 '성읍민속마을'을 찾아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성읍민속마을은 과거 조선시대 제주의 행정단위 제주목·대정현·정의현 중 정의현의 행정 중심지로, 옛 제주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일반 민속촌과는 달리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1984년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188호로 지정됐다.
마을의 형태는 물론 전통 초가들이 잘 보존돼 있어 살아 있는 역사를 생생히 느낄 수 있고, 마을 안에는 유·무형 문화재와 천연기념물 등 숨은 보물들로 가득하다.
성읍민속마을에는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것만큼이나 오래된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나란히 존재감을 뿜어내며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성읍 마을을 지켜온 수호목이 이들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1호로 지정돼 있다.
팽나무는 제주어로 '폭낭'이라 불리며 예부터 풍수지리설에 따라 마을의 기운이 약한 곳을 보태주는 역할을 했다. 느티나무는 제주어로 '굴무기낭'이라 불리는데 예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당산나무로 보호를 받았다.
이외에도 옛 전통 방식 그대로 술을 빚는 양조장인 '제주 술익는집',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도자기를 만드는 '성지도예' 도자기 체험, 가성비를 겸비한 도민맛집 '옛날팥죽', 옛 돌집을 그대로 살린 카페 '초가시월' 등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
제주 필수 여행 코스 '전통시장'
제주 여행 중에 빠트릴 수 없는 필수 코스 하면 '전통시장'이다.
지역 특산물, 향토 음식이 가득한 전통시장은 제주만의 문화와 특색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의 활력을 충전할 수 있는 대표 명소다.
제주 지역을 대표하는 상설 시장 중 동문재래시장은 제주 원도심에 자리잡고 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형성된 동문시장은 제주에서 가장 크고 역사가 깊다.
동문 로터리 일대 식료품, 신발, 포목을 파는 좌판이 즐비했는데 3차례의 큰 화재가 발생한 후 1960년대 들어 재개발을 통해 현재의 시장으로 발달하게 됐다.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상인들과 손님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먹거리 골목이 형성됐고 1970년에는 수산물 전문 시장인 동문 수산시장이 개설됐다.
동문시장에선 철마다 귤, 한라봉, 레드향, 황금향 등 제주 특산물은 물론 갈치와 방어, 고등어, 딱새우 등 각종 수산물을 판매하고 택배 배달까지 원스톱 서비스해준다.
동문시장이 옛 제주읍성(濟州邑城)의 동문(東門)이 있던 자리에 생겨났다면, 서문시장은 서문(西門)이 있던 자리에 위치해 있다.
서문공설시장은 약 80여 개의 점포를 갖추고 있으며, '고기'는 서문 시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축산, 정육 등 육류로 유명하다.
시장 내에는 3개의 정육 마트가 자리하고 있다.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저렴하게 구매한 후, 10여 개의 정육 식당이 들어선 상가건물로 들어가면 상차림 비용만으로 구매한 고기를 그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서귀포시 중심에 자리한 전통시장이자 동문시장 만큼이나 제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원래 명칭은 서귀포 매일 시장이었으나, 2009년 제주 올레길 6코스에 포함되면서 '올레'라는 이름을 더해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바뀌었다.
서귀포시에서 가장 크고 오랜 상설시장인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365일 제주도민들과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시장에 들어서면 제주의 특산물인 오메기떡, 감귤, 한라봉, 옥돔, 은갈치, 흑돼지 등을 만나볼 수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즐비하다.
이외에도 제주에는 70년을 훌쩍 넘은 전통시장인 한림매일시장, 제주식 전통순대로 유명한 보성시장, 현지인의 삶이 반영된 모슬포 중앙시장 등과 같은 상설시장이 있다.
5일마다 열리는 오일시장은 매일 열리는 상설시장과는 또 다른 매력을 내뿜는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부터 다양한 주전부리, 그 지역의 특색과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어쩌다 마주친 오일시장은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상설시장보다도 더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제주 민속오일시장'(매월 2·7일),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한 제주 동쪽 지역 대표 오일시장 '세화민속오일시장'(매월 5·10일), 제주 서부 지역의 가장 큰 오일시장으로 과거 6·25 전쟁 당시 육군훈련소와 더불어 성장한 '대정 오일시장'(매월 1·6일), 서귀포 시내에 있는 도심 속 장터 '서귀포 향토 오일시장'(매월 4·9일), 싱싱한 제철 수산물이 즐비한 '표선 오일시장'(매월 2·7일) 등 지역마다 독특한 오일시장이 많다.
고승철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5일 동안 이어지는 긴 추석 연휴에 30만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예정"이라며 "이 기간 제주다움이 물씬 풍기는 다양한 여행지와 전통시장 등에서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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