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한동훈 방향 바람직하나, `겁박` 尹정부 태도불변…협의체 이르다"

한기호 2024. 9. 1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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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등 8단체 "누가 옳으냐 아닌 (의료대란) 해결 방법 이야기할 때란 韓 방향 바람직"
복지부 실언 여당 대표로 대신 유감 밝힌 韓…"전공의 사법대응 신중" 의사계와 일치
8단체 "정부, 총구·불통 멈추고 변화를"…與-의협 수뇌 대화중
왼쪽부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연합뉴스 사진·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료대란 관련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한 의료계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포함한 총 8개 의사단체는 13일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로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참여해 달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입장에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시점에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 주도로 1만3756명 중 90%를 넘는 사직 전공의(레지던트)의 대표자들을 표적 수사해온 것부터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협(집행부)과 의협 대의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전국광역시도의사 회장단 협의회 등 8개 단체는 이날 의협 회관에서 '의료대란관련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한 의료계 공동입장문'을 발표해 "한동훈 대표는 어제(12일) '지금 누가 옳으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얘기해야 할 때고 협의체가 그 통로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한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료현안 당정협의회에서 추석(17일) 전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재차 촉구한 한편 "협의체는 거기에서 머릿수대로 투표해 결정하고 그걸 강제하자는 게 아니다", "의제의 제한도 출발을 위한 전제조건도 없다. 의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하나뿐", "의사는 정부의 적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복지부 핵심인사의 '의새 발음, 의사 없어도 전세기, 카데바 공유·수입,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 발언 논란을 겨눈 듯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도 했다.

특히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정부)관계자들이 다소 상처를 주는 발언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당의 대표로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집권당 대표로서 대신 유감을 표했다. 한 대표는 당정협의 비공개 회의에서 의대 정원(기존 연 3058명) 2025년도 1509명 증원을 백지화하는 의료계 요구도 '논의를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으로, '절대 안 된다'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립하기도 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내년도 의대 증원 강행을 전제하고, 복지부 장·차관 경질론도 일축하며 논란의 발언에 사과할 필요 없단 태도다. 한 대표는 협의회에서 "지금 상황에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적인 대응에 신중해 달라"며 "(7달째 수사 중인 의사 익명 커뮤니티발) 블랙리스트 논란 같은 것으로 대화의 시작에 방해가 있는 것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8개 의사단체는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총리가 지금도 전공의들에게 (의료사태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함부로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들은 아무도 '파업'하고 있지 않다. 폭압적인 의대 증원에 좌절한 전공의와 의대생이 '수련과 학업을 포기'하면서 '잘못된 정책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파업 프레임'을 반박했다. 이들은 또 "전쟁 중에도 협상이 거론되면 총구를 거두는데 정부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와 수련병원별 대표 등) 아무 죄 없는 전공의들을 경찰서로 불러 망신을 주고 겁박한다"며 "의료계에 대한 우롱이다. 의료계와 대화하길 바란다면 정부는 즉각 전공의 사직 관련 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8개 단체는 "2025년 증원을 정부 계획대로 진행하면 의대생들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정권의 태도 변화를 재차 촉구했다 . 아울러 "국민께서 정부에 '무리한 정책들을 당장 멈추고 의사들과 대화하라'고 외쳐달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가 의료를 망쳤지만, 우리는 한 명의 생명도 잃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며 "정부는 불통을 멈추고 전향적인 변화를 보여야 한다. 의료계와 정치권, 국민, 그리고 정부가 협력해 의료대란을 멈출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까지 이틀째 임현택 의협 회장에게 직접 연락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참여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의협 등 8개 단체 입장이 나오자 한지아 당 수석대변인은 "의료계 입장을 존중하며 그 어려움 또한 이해한다"며 대화 취지를 재차 전한 뒤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해줄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린다. 국민의힘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의료공백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도 직접 의료계를 향해 "의제는 국민 건강과 생명뿐이고 전제 조건과 의제 제한은 없다"며 "(협의체는) 제가 제안하는 거니까 제 말을 들으시면(믿으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관악구 상록지역아동복지종합타운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정부도 의제를 자신들이 제한하겠단 건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제가 의료계 주요 단체 분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며 "계속 설득할 것이고 좋은 결정을 해서 이 상황을 해결하는 출발을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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