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 女 뒤늦은 후회 “집값 ‘반반 결혼’, 집안일도 ‘반반’할 줄 알았는데…”

권준영 2024. 9. 14.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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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DB, 연합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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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회사 가연 제공>

집값, 예식비용, 생활비 등 '반반 결혼'을 했다고 주장한 한 기혼 여성이 친구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비관하는 듯한 글을 올려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14일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는 "'반반 결혼'했는데 친구 보니 묘하다"라는 제하의 글이 지난 11일 게재됐다. 해당 게시물은 3일도 채 지나지 않은 이날 오전 12시 45분 기준, 10만2247 조회수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이 게시물은 높은 조회수와 수많은 댓글들이 달리며 '톡커들의 선택' 랭킹 카테고리에 배치됐다.

글 작성자 기혼 여성 A씨는 "집값 반반 예식비용 반반 생활비 반반. 남편이 원한대로 아니 늘 연애할 때부터 데이트 통장(데통)으 반반한 것처럼 '반반 결혼'했다. 하면 집안일도 반반하게 될 줄 알았죠"라며 "최소 명절 때 친정, 시댁 번갈아 가고 제사 같은 것도 최소로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자기 잇속만 홀랑 챙기고 집안일도 내 일이 된 지 오래고 명절 때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되고…"라고 힘겹게 운을 뗐다.

이어 A씨는 "그러다 이번에 몇 년 전 결혼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한창 내가 연애할 때 나한테 '남자들한테 돈 왜 쓰냐'며 자기는 그걸 이해할 수 없다는 친구였다"며 "솔직히 그때는 그 친구처럼 더치페이(더치) 안 하는 남친을 만나면 나보다 급이 낮은 애를 만나야 돼서 괜찮은 사람은 놓치기 쉬울 거라 생각함…더치를 해야 내 권리도 주장할 수 있고 그래서 결혼한다면 더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고 최근 자신의 친구를 만난 사연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렇게 결혼하고 만나서 보니 우리는 참 처한 상황이 다르더라…추석에 어디 마트가 쉬지 않는지부터 알아보는 나와는 다르게 그 친구는 '어디 호텔 갈까' 고민하고 있더라…"며 "제사 지낸다고 하니까 깜짝 놀라더라. 아직도 그런 걸 하냐고"라고 친구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비교했다.

A씨는 "자기(친구) 시댁은 며느리 불편할까 봐 음식 다 해놓고 부른다고. 설거지 한 번 해본 적 없다고…가서 맛있는 거 먹고 인사드리고 놀다만 온다고. 그래서 늘 명절엔 친정부터 갔다 간다고…"라면서 "그러는데 솔직히 짜증 났음ㅋㅋ"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A씨는 "걔(친구)가 금수저도 아니고 얼굴이 나보다 예쁜 것도 아니고 일도 하다 말다 한다던데 (나는) 한 번도 (일을) 쉰 적 없고 적금 다 털어가며 결혼한 내가 이 정도 취급인데 자기가 왜 공주 취급받으며 편히 사는지ㅠ"라며 "내 생각이 틀렸던 건지 걔가 그냥 복이 많은 건지 아무튼 부럽고 기분이 묘했다ㅠㅠ 제가 이런 마음이 드는 게 이상한가요? 저 같은 분 또 계신가요?"라고 네티즌들에게 의견을 구했다.해당 게시물을 접한 네티즌들은 "내가 10대부터 지금까지 다른 사람한테 주장하진 않지만 내가 생각해오는 건 '더치 하자', '반반하자'는 남자랑은 만나는 거 아님", " 나도 반반하면 개념녀인 줄 알았는데…자존감이 낮아서 그렇게라도 인정받고 싶었던 건가 보더라…가스라이팅인지도 모르고…반반해 가도 결혼하면 여자는 그냥 노예더라…내 딸한텐 '반반 타령' 하는 놈 만날 바엔 혼자 살라고 할 거임…돈으로 재고 따지는 게 얼마나 대단한 사랑이고 인성이겠냐…", "헛똑똑이. 남자는 반반 계산 가능한 거만 반반하지 그 이외의 것은 다 글쓴이(쓰니)몫인 걸 왜 몰랐을까…" 등의 댓글을 남겼다.

다른 이들은 "저는 남자 너무 계산적으로 나오면 안 만나요ㅋㅋ", "모내 주변도 반반해서 행복한 애들 별로 없더라 다들 계산만 하기 바쁨ㅋㅋ", "지 맘에 쏙 드는 여잘 만나면 '반반, 더치, 데통' 소리 절대 못 꺼냄", "시험관 비용도 반반한다는 거 보고 충격받음. 그런 놈이랑 정붙이고 사는 게 놀랍더라", "글 읽다가 갑자기 분노가 남편이 아닌 친구한테 가는 게 진짜 이상하네요;; 왜 분노의 대상이 친구가 되는 거죠? 어이가 없네…", "남자가 반반 거리면서 계산적이라는 건 상대를 그냥 나랑 엇비슷하니 '결혼할 만하네' 정도로 생각하고 계산 하에 결혼한 거라 사랑은 없다고 보면 됨" 등의 반응을 보였다.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이날 발표한 '2024 결혼 인식 조사 결혼 전 자산 공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조사대상 2030 미혼남녀 500명(남녀 각 250명)·조사방식 오픈서베이·조사기간 지난 6월 20~24일·신뢰수준 95%·표본오차 ±4.38%포인트(p)]에 따르면 결혼 전, 상대에게 필수로 공개해야 할 항목 1위는 통장 잔고, 2위는 빚 여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결혼 전, 자산 현황 공개 시기'에 관한 질문에 응답자들은 '본격적인 결혼 이야기가 오가기 직전(37.4%)', '교제 중 언제라도(29.2%)', '본격적인 결혼 이야기가 오간 직후(27%)', '굳이 공개할 필요 없다(4.4%)', '결혼 날짜를 잡은 후(2%)' 순으로 답했다.

'자산 현황 공개 범위'는 '통장 잔고 등의 현금 자산(51.4%)', '빚 여부(47.2%)', '보기 항목 모두(41.4%)', '보유 건물(28.2%)', '보유 주식(24.8%)', '보유 토지(23.8%)', '가족에게 증여받을 예정인 자산(9.8%)' 순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현금 자산과 빚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꼽았고, 모든 항목을 다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은 남성(37.2%)보다 여성(45.6%)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개 통장 잔고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 경제관을 증명할 수 있기에 중요도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빚은 학자금, 집안 사정, 사치 비용 등 출처에 따라 다르게 여기기도 한다.

'예비 배우자에게 자산을 100% 공개할 의향'은 85%가 '그렇다', 15%가 '아니다'를 택했다. 100% 공개는 하지 않겠다고 한 이들은 '결혼할 사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비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49.3%)', '혼자만의 비상금이 필요할 것 같아서(30.7%)', '내가 모은 돈이 상대보다 너무 적을까 봐(13.3%)', '내가 모은 돈이 상대보다 너무 많을까 봐(5.3%)'로 응답했다. 그중 성별로 분류하면 남성의 1순위는 '비밀이 필요해서', 여성의 1순위는 '비상금이 필요해서'였다.

정윤희 가연 커플매니저는 "연애와 결혼의 큰 차이 중 하나는 가계 부담을 공유하고 경제적 책임을 함께 진다는 데에 있다"면서 "자산 공개는 결혼 전 필수적인 과정이며, 당장의 결혼 비용부터 앞으로의 가계 운영까지 계획할 수 있다. 특히 이런 부분에서 신뢰가 쌓여야 향후 갈등 요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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