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승부조작 혐의’ 손준호와 계약 해지…“축구 팬분들께 걱정 끼쳐 죄송” [공식발표]

강동훈 2024. 9. 14.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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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강동훈 기자 = 수원FC가 최근 승부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아 선수 생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손준호(32)와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 최순호(62) 수원FC 단장은 13일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축구 팬분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수원FC는 13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손준호와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지난 6월 계약을 체결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이자, 손준호가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지 3일 만이다.

최 단장은 “10일 발표된 중국축구협회의 손준호 징계 발표와 관련하여 구단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이도록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 아래 지금까지 진중한 자세로 숙고하는 시간을 보냈다”며 “한 시즌을 열심히 달려온 우리 선수단과 응원을 해주시는 팬분들께 경기 외적인 혼란을 더 이상 드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단과 팬분들을 생각한 손준호가 계약 해지를 요청했고, 구단도 이를 받아들여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알린 뒤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축구 팬분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 팬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감사드린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지난해 5월 훙차오공항을 통해 국내로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된 손준호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로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의 조사를 받았다. 손준호는 번번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그의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외교부가 불구속 수사를 요청하고, 또 대한축구협회에서도 변호사를 파견하면서 나섰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결국 손준호는 공안에 구금된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 3월 마침내 석방됐다. 이후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로 구슬땀을 흘린 끝에 지난 6월 수원FC와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손준호는 어떤 이유로 공안에 붙잡혔는지, 또 구금되는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침묵하면서 의혹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중국축구협회가 “사법기관에 따르면 산둥 타이산에서 뛰었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으면서 스포츠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손준호에게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이에 그동안 중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함구해 오던 손준호는 지난 11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공안이 가족을 들먹이면서 협박하는 등 강압 수사를 했고, 또 판사로부터 20만 위안(약 3800만 원)을 받았다고 인정하면 수일 내로 석방된다는 회유에 어쩔 수 없이 거짓 진술을 했다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손준호는 진징다오(31·무소속)에게 20만 위안을 받은 사실을 밝히면서 수수 혐의를 스스로 인정했다. ‘왜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진징다오와 사이가 돈독했다. 서로 돈이 필요할 때 돈을 빌리기도 했고, 그간 큰 금액의 금전적 거래를 많이 했다. 이번에도 그런 돈거래였다”고 명확하게 답하지 못해 의혹만 키웠다.

또 손준호는 진징다오로부터 받은 20만 위안이 정말로 승부조작이 아니라 단순히 금전적 거래였음을 밝힐 수 있냐는 물음엔 “중국 공안에 압수됐던 핸드폰을 돌려받은 뒤 증거를 찾으려고 포렌식을 했는데,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내용만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진징다오와 단순히 금전적 거래를 했는지도 알 수 없게 됐다.

무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없는 손준호로선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길 위해선 더 확실한 논리와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밝힐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했는데, 오히려 혐의를 인정하면서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의 징계에 대해 국제축구연맹에 통지하면서 선수 생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결국 수원FC는 고심 끝에 손준호와 계약을 해지했다. 다만 수원FC를 향한 축구 팬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시민 세금에 의존해 운영하는 지자체 구단이 혈세로 손준호에게 막대한 연봉을 줬다면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손준호를 영입할 당시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던 최 단장에게 물러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 수원FC, 중국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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