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씨름, 어렵지만 재밌네요" 중앙아시아 전통 스포츠와 의미 있는 교류

아스타나=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4. 9. 1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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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씨름협회 시범단 김태유가 13일(현지 시각) 카자흐스탄 카작쿠레시 선수와 씨름 교류전에서 호쾌한 들배지기를 펼치고 있다. 대한씨름협회


대한민국의 민족 스포츠 씨름이 중앙아시아 전통 종목과 의미 있는 교류를 이어갔다. 유목민 스포츠의 올림픽에 출전해 값진 경험을 쌓았고, 씨름을 현지 선수들에게 알리면서 세계화를 향한 가능성을 키웠다.

대한씨름협회 시범단은 13일(현지 시각)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카작쿠레시 경기장에서 씨름 교류전을 진행했다. 카자흐스탄 전통 스포츠인 카작쿠레시 선수들이 샅바를 묶고 한국 선수들과 씨름 경기를 펼친 것.

한국 선수단은 카자흐스탄 선수들에게 샅바를 묶어주고 씨름 기술을 전수했다. 조대연 감독(목원대)와 강형모 감독(중원대)이 샅바 싸움과 자세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김태유(영남대), 유성진(경남대), 홍태경, 이재준(이상 목원대), 장래환(세한대), 김재원(경기대)에 여자부 오지현, 권승희(이상 중원대) 등 선수들 카자흐스탄 선수들과 대결을 펼쳤다.

슬람샤이코프 메이르잔, 아이바트 세이텐 등 일부 선수들은 강력한 힘을 앞세워 한국 선수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씨름이 생소하지만 빨리 적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다. 슬람샤이코프와 대결한 장래환은 "기본적으로 워낙 힘이 좋다"면서 "샅바 등 씨름이 익숙하지 않겠지만 2년 정도 익힌다면 국내 선수들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카작쿠레시는 경기복을 입는 점에서 유도와 상당히 비슷하다. 허리 아래로는 공격할 수 없고 경기복의 깃을 잡고 업어치기 등의 기술을 쓴다. 카자흐스탄카작쿠레시협회 다미르 벡보시노프 회장 역시 유도 선수로도 활동한 바 있다.

카자흐스탄 선수들도 씨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슬람샤이코프는 "카작쿠레시도 허리띠를 사용하기 때문에 샅바가 아예 낯설지는 않다"면서 "다리에도 샅바를 묶는 점이 좀 다르지만 재미있고, 충분히 씨름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이바트도 "카작쿠레시는 등이 바닥에 닿아야 패배하지만 씨름은 무릎 위 신체가 닿으면 승패가 갈리는 만큼 매우 섬세하다"면서 "더 배워 익숙해지면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씨름협회 씨름단이 13일(현지 시각) 카자흐스탄 카작쿠레시 선수들과 교류전을 치른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협회


하지만 역시 이들에게 씨름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 맏형 김태유는 카작쿠레시 실력자로 통하는 아이바트를 들배지기로 여유 있게 제압했다. 홍태경도 카자흐스탄 선수를 가볍게 눌렀는데 "기술이 워낙 달라 2~3초면 끝낼 수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중앙아시아의 전통 스포츠가 한국 선수들에게는 낯설다. 시범단은 이미 카작쿠레시와 키르기스스탄 전통 레슬링 알리시 경기에 출전했다가 호되게(?) 당했다. 전세계 유목민 스포츠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5회 세계 노마드 게임 아스타나 2024(The 5th WORLD NOMAD GAMES Astana 2024)'에 출전한 것.

지난 10일 김태유, 홍태경, 장래환, 김재원, 오지현, 권승희가 카작쿠레시 경기에 출전했지만 모두 첫 판에서 졌다. 다음날 유성진과 이재준이 알라시에 출전했지만 역시 1회전에서 탈락했다.

조 감독은 "유도처럼 잡기 싸움을 해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샅바에 익숙하다 보니 처음부터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는 다리와 허리에서 샅바를 잡는데 카작쿠레시와 알리시는 허리 위 상체에서 잡기 때문에 힘을 쓰기가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권승희가 선수단 중 가장 긴 1분30초 이상을 버텼는데 에전 주짓수를 경험한 까닭이라는 분석이다.

강 감독도 "여자 선수들 중에 김다영(괴산군청) 등 유도 출신이 적잖아 상체를 이용한 공격이 자주 나오는데 카작쿠레시도 비슷한 느낌"이라면서 "또 씨름보다 강하게 다리 공격을 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지현이 상대 선수의 차는 듯한 다리 공격에 종아리가 붓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다만 강 감독은 "상체를 세차게 넘기는 동작이 거칠지만 씨름에 없는 부분인 만큼 접목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한씨름협회 씨름단이 카자흐스탄 이스타나 현지에서 시범을 펼치고 있다. 협회

이번 대회 출전과 교류에 대해 협회 부회장인 배현선 단장은 "씨름은 국제 대회에 나갈 기회가 많지 않는데 어린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라면서 "크게 다치지 않고 일정을 마무리해 다행"이라고 총평했다. 이어 "카자흐스탄에 이어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오는 11월 전통 무예 축제에 초청 의사를 밝혔다"면서 "씨름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만큼 전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벡보시코프 회장도 "씨름 선수들은 모래판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하체 힘이 특히 강하고 다양한 기술을 구사한다"고 주목했다. 카작쿠레시 역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벡보시코프 회장은 지난해 보은장사씨름대회에 참석해 협회와 상호 교류 협약(MOU)을 했다.

실제로 교류전 행사에서 노마드 게임 자원 봉사자들도 씨름에 흥미를 보였다. 오지현으로부터 씨름을 배운 여성 교사 아이누라 우테바예바는 "어릴 때 주짓수를 배웠는데 투기 종목을 좋아하는 편"이라면서 "씨름이 무척 재미있는데 향후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우테바예바는 내년 한국으로 건너와 연세대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공부할 계획이다.

노마드 게임 자원 봉사자 우테바예바 씨가 오지현에게 씨름을 배워 기술을 이용해 공격에 성공한 모습. 노컷뉴스

협회는 또 오는 11월 전남 영암에서 열린 천하장사대회에 카작쿠레시 선수단 초청을 검토하고 있다. 최봉진 협회 사무처장은 "초청이 성사되면 스페인, 몽골 등과 세계천하장사대회에서 겨루고 한국 선수들이 나서는 천하장사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를 전해들은 카작쿠레시 선수들은 "일정이 맞는다면 당연히 한국에 가서 씨름으로 겨루고 싶다"고 밝혔다.

선수단은 이날 노마드 게임 폐회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14일 귀국길에 올라 1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아스타나=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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