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애쓸수록… 잠 달아난다
‘잘 자야 한다’는 압박·노력이
오히려 만성 불면증 지속시켜
수면에 대한 잘못된 정보 수정
건강한 잠 찾아갈 방법 제시
매일 잘 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제이드 우/ 제효영 옮김/ 심심/ 2만3000원
잠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기능하며 왜 자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자는 동안 몸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난다. 뇌척수액의 독소가 제거되고,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이 분비된다. 손상된 조직이 회복되고 뇌에서는 새로운 정보가 검토 과정을 거쳐 체계적으로 정리된다. 저자는 이런 생물학적 활성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기보다, 잘 때 덤으로 일어나는 반가운 일 정도로 여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는 동안 얕은 수면에서 깊은 수면, 렘수면으로 접어든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이 과정이 비디오게임처럼 한 단계씩 올라간다거나 깊은 수면이 가장 좋으리라 여겨서는 안 된다. 수면 유형은 뷔페에서 한 접시에 음식을 조금씩 담아서 맛보는 것과 비슷하다.
일단 잠들면 처음에 ‘편안한 각성 상태’에 들어간다. 밤잠에서 이 단계의 비중은 약 5%다. 그다음 ‘얕은 수면’에서는 수면방추라는 전기활성이 대폭 늘어나서 뇌가 새로 학습한 것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단계는 밤잠의 약 45∼55%를 차지한다.
‘서파 수면·깊은 수면’은 뇌의 림프계가 뇌의 독소를 제거하는 단계다. 성장호르몬, 성호르몬이 분비되고 새로 학습한 것들이 강화되며 휴식·회복이 진행된다. 그렇다고 이 수면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건강한 성인의 밤잠에서 이 단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20%이다.
수면 주기가 90분이고 기상 알람을 이 주기에 맞춰야 한다는 통설은 사실과 다르다. 수면 주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수면 단계를 나누는 경계도 모호하다. 뇌의 특정 부분이 얕은 수면일 때 다른 부분은 렘수면에 가까울 수도 있다. 깊은 수면과 렘수면, 얕은 수면이 얼마나 필요하고 뇌의 어떤 영역에서 어떤 순서로 시작돼야 하는지는 우리 뇌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자동 조절한다.
최적의 수면 시간이 8시간 전후라는 얘기도 맞지 않다. 필요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며, 매일·계절·생애 시기마다 달라진다. 잠은 유연하고 탄력 있게 조절되도록 만들어졌다. 선사시대를 생각해보자. 부족민이 모두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면 포식자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아침형·저녁형, 한밤중에 꼭 깨는 사람, 얕게 잠드는 사람 모두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올바른 수면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잠은 ‘일주기 리듬’이라고 불리는 더 큰 신체 리듬 중 한 부분이다. 인체는 세포 수십억 개로 이뤄졌고, 세포 대부분이 고유한 일주기 시계를 갖고 있다. 이 세포들이 조화롭게 연주돼야 인체 기능이 유지된다. 인체의 지휘자는 시신경교차상핵이다. 뇌 깊숙한 곳에 자리한 완두콩 한 알 크기의 부분으로, 일주기 체계의 지휘를 맡고 있다.
이 일주기 체계가 원활히 돌아가려면 낮과 밤의 확실한 대비와 일정한 생활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사람마다 ‘얼마나’ ‘언제’ 자야 하는지는 다 다르다. 그러니 ‘일주기 유형’을 좋고 나쁨으로 나눠선 안 된다. 아침형 인간이 더 부지런하고 올빼미족은 게으른 게 아니다.
저자는 만성 불면증을 겪는 이들이 명심해야 할 핵심은 ‘잠은 통제할 수 없고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온 신경을 잠드는 데 쓰고, 잠을 방해한다고 알려진 요인을 극도로 피하는 ‘노력’이 오히려 만성 불면증을 지속시키는 연료가 된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에서 졸림을 ‘알아차리는’ 마음가짐으로 바꾸는 것이 잠과 건강한 관계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피로와 졸림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 낮 동안 수면 욕구를 차곡차곡 모으라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침대에서 과잉각성 상태를 다스리는 법, 수면일기 작성 등 실용적인 방법을 안내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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