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피해 후 2개월…명절 앞둔 정뱅이마을은 여전히 '복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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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 때문에 집에서 안 보내는 명절은 또 첨이여. 내 평생 이런 명절은 처음 보네."
습하고 불쾌한 공기가 몸을 감싸던 지난 12일 오전,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에서 만난 문옥남(84)씨는 수마가 마을을 할퀴고 간 두 달 전 일을 여전히 생생히 기억했다.
문씨는 여전히 집보다는 이웃집과 마을회관 등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마을 초입부에 살고 있어 피해가 컸던 김용태(59)씨는 이번 달부터 완전히 집으로 복귀해 지내고 있지만 당장 추석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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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주민들 "올해 추석 없다고 생각·성묘로 간소화"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물난리 때문에 집에서 안 보내는 명절은 또 첨이여. 내 평생 이런 명절은 처음 보네."
습하고 불쾌한 공기가 몸을 감싸던 지난 12일 오전,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에서 만난 문옥남(84)씨는 수마가 마을을 할퀴고 간 두 달 전 일을 여전히 생생히 기억했다.
문씨는 한 쪽 손으로는 집 문고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처마 끝을 가리키며 "그때 물이 여까지(여기까지) 차올랐는데 내가 이 고리를 잡고 계속 버팅긴거여(버틴거야)"라고 또렷하게 설명했다.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문씨 집은 아직도 내부 수리가 한창이었다.
진흙 범벅이던 집에 장판과 도배를 새로 했으나, 여전히 고쳐야 할 게 많다.
수해 피해로 크게 뚫린 대문 옆 담벼락도 구멍이 난 채 그대로였다.
문씨는 여전히 집보다는 이웃집과 마을회관 등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이곳으로 시집온 뒤 20대부터 줄곧 살고 있다는 문씨에게 이번 명절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집에 자식과 며느리, 손주, 증손주들로 북적거리던 모습과 달리 이번에는 간소하게 가족들과 포와 술 한 병을 사 들고 남편이 있는 추모 공원에 갈 예정이다.
문씨는 "어차피 집이 이렇게 된 상황인데 아들한테는 '너희 아버지도 우리의 이런 상황을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수해 피해 후 두 달이 지나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마을 곳곳엔 여전히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들이 여전했다.
물에 잠겨 곳곳이 무너져 내린 비닐하우스는 처음 모습 그대로였고, 한쪽에는 폐기물도 잔뜩 쌓여 있었다.
비닐하우스는 주변 벼를 수확한 뒤에야 철거를 할 수 있어 10월 이후에 정돈될 예정이다.
내부 수리하는 곳은 집마다 망치 소리와 전동 드라이버 소리가 가득했다.
목조 집이 온통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본 주민 김모(62)씨는 다른 곳에서 숙식하며 매일 집수리를 하러 오고 있다.
김씨는 "목조 건물이라 내부에 석고를 다시 쳐야 하고 수리가 오래 걸린다"며 "올해 추석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이제 막 내부 수리를 마친 한 가정집에서는 어수선한 상태로 새로운 가전제품이 채워지고 있었다.
집에서 가전제품을 설치하던 설치 기사는 "아직 주인 분이 들어와 살지 않는 것 같다"며 "수해 피해로 가전제품이 대부분 망가져서 새로 구입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 초입부에 살고 있어 피해가 컸던 김용태(59)씨는 이번 달부터 완전히 집으로 복귀해 지내고 있지만 당장 추석이 걱정이다.
회사 출근을 위해 무리해서 복귀해 일상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김씨는 "모두 물에 잠겨 안에 있던 물건들을 모두 버렸으니 생활에 필요한 가재도구나 양념통 같은 것이 전무하다"며 "지금도 집에서 잠만 자는 수준인데, 명절에 가족들과 음식을 못 해 먹게 되니 걱정이 많다"고 했다.
정뱅이마을은 지난 7월 10일 집중호우로 제방이 무너지며 순식간에 들이닥친 급류에 온 마을과 27가구가 침수되고 주민 36명이 고립됐다 구조됐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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