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0㎞ 하이퍼루프, 단거리 항공편 대안 될 미래 철도”
‘꿈의 열차’로 불리는 하이퍼루프(hyper-loop)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시속 1000㎞ 속력을 자랑한다. 항공기(시속 900㎞)보다 빠르다. KTX(시속 300㎞)와 비교하면 약 세 배 빠르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직선거리로 320㎞인 부산까지 단 20분 만에 도달하는 속도다.
세바스티앵 장드롱(Sebastien Gendron) 트랜스포드(TransPod) 공동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최근 화상으로 만났다. 캐나다 트랜스포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만든 미국 보링 컴퍼니, 중국항공우주과학공업그룹(CASIC) 등과 함께 하이퍼루프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꼽힌다. 장드롱 CEO는 라이언 젠젠(Ryan Janzen) 현 트랜스포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2015년 회사를 창립했다.
트랜스포드는 캐나다 앨버타주 주도인 에드먼턴과 캘거리를 잇는 하이퍼루프 개발을 추진 중이다. 에드먼턴 시내~에드먼턴 공항~레드디어(에드먼턴과 캘거리 사이에 있는 도시)~캘거리 공항~캘거리 시내를 잇는 노선이다. 앨버타 주정부와 2020년 하이퍼루프 개발 협력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현재 에드먼턴과 캘거리를 오가는 철도는 없고, 차를 타고 가면 3시간이 걸린다. 항공편은 가격이 162캐나다달러(약 16만원), 비행시간이 약 55분이다. 하이퍼루프는 에드먼턴~캘거리 시내를 45분 만에 주파한다. 예상 편도 요금은 90캐나다달러(약 9만원)다. 장드롱 CEO는 “하이퍼루프는 지하철의 편리함과 항공기의 빠른 속력이 더해진, 철도의 미래”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 항공기 제조사에서 일했다.
“조종사를 꿈꾸다 항공학에 매료됐다.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혁신의 크기와 미래지향적 사고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크기가 아니었다. 일하는 것을 즐겼지만 한계가 느껴졌다. 교통 분야에서 더 흥미로운 일을 하고자 하는 야망을 갖고 있었다. 항공기를 만들며 교통 체계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고심했다.
2013년, 머스크가 하이퍼루프에 대한 구상을 발표하기 수년 전에 이미 스위스와 한국, 미국 등은 하이퍼루프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하이퍼루프의 기술적 개념은 사실 1910년에 나온 것이다. 흥미로운 기술이라는 생각을 이전부터 갖고 있었다. 머스크의 발표 이후로는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앨버타주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은.
“에드먼턴 시내와 에드먼턴 공항을 잇는 구간을 내년에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주정부는 2026년 착공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35년 이전에 전체 구간을 개통하는 것이 목표다. 열차는 25m 길이고, 좌석 50여 개를 탑재한다. 지하철처럼 모든 사람이 앉지 않고 일부가 서서 탑승한다면, 최대 100여 명이 탈 수 있다.
앨버타주에 개통할 하이퍼루프는 도시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다. 교통 혼잡과 탄소 배출을 줄이고, 도시 간 연결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자동차나 단거리 항공편의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에드먼턴과 캘거리를 오가는 하이퍼루프는 자동차 운행량을 32%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또 하이퍼루프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100% 전기로 구동해 탄소 배출을 줄인다. 에드먼턴~캘거리 하이퍼루프는 연 63만6000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진공 상태의 튜브에서 공기저항이 없는 상태로 작동하기 때문에 항공기나 고속철도와 비교하면 에너지 효율이 높다. 적은 에너지로 더 높은 속력을 낸다는 뜻이다.
하이퍼루프는 직장인의 통근 반경을 대폭 확대할 것이다. 기업과 주민은 하이퍼루프 노선을 따라, 대도시에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부동산 가격이 저렴한 곳에 눈길을 돌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 과정에서 하이퍼루프 노선에 위치하는 도시들이 새로운 경제 허브로 부상하고, 역세권 개발이 촉진될 것이다. 에드먼턴~캘거리 하이퍼루프는 연간 통근 시간 약 1800만 시간을 절약하고, 총 19억달러(약 2조6237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하이퍼루프는 어떻게 시속 1000㎞에 도달할 수 있나.
“튜브 안을 진공으로 만들고, 자기로 열차를 띄우는 것이 초고속의 비결이다. 열차 바퀴가 철로와 접촉하지 않아 마찰력을 받지 않고, 진공이라 공기저항을 덜 받는다. 하이퍼루프는 차세대 지상 교통수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단순히 혁명적인 기술이 아니라, 지상 교통수단이 하이퍼루프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증기기관차에서 디젤기관차로, 고속철도로, 하이퍼루프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 하이퍼루프는 다른 교통수단보다 빠르고, 날씨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각각의 열차 크기가 작기 때문에 고속철도보다 더 빈번하게 운행한다. 에드먼턴~캘거리 하이퍼루프는 2분에 1대씩 운행할 예정이다. 교통 체증으로 비행기나 기차의 출발 시간을 놓칠 걱정 없이, 지하철을 타듯 타 지역으로 단숨에 이동하는 것이다. 지하철의 편리함에 항공기의 속력을 더한 것이 하이퍼루프다.”
다른 하이퍼루프 기업과 비교할 때 트랜스포드만의 장점은.
“작년 말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만든 하이퍼루프 스타트업 ‘버진 하이퍼루프 원’이 운영을 중단했다. 그들은 2013년 머스크가 발표한 하이퍼루프 관련 ‘알파 논문’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고 그 콘셉트를 그대로 실현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았다. 알파 논문은 오류가 꽤 있다. 예를 들어 머스크는 열차 앞쪽에 공기 흡입구를 두고, 흡입한 공기를 압축하며 추진력을 얻는다고 적었다. 이는 불가능하다. 튜브 안은 진공 상태이기 때문에 상당히 적은 공기를 억지로 빨아들여 몇 톤에 달하는 열차를 띄우는 추진력을 얻을 순 없다.
트랜스포드는 독자적인 설계를 갖는다. 철로에 자석을 부착하는 일반적인 하이퍼루프 기업과 달리, 차량에만 전자석을 부착해 열차를 띄우도록 한다. 철로 인프라에 비싼 전자석을 설치하지 않아 건설 비용이 줄어든다. 트랜스포드의 하이퍼루프 인프라 구축 비용은 고속철도와 비슷하다. 간소화된 철로 인프라는 장기적인 유지·보수 비용도 낮춰 준다.
또 트랜스포드는 노선을 구상할 때 승객 운행과 화물 운행을 혼합해 재정적 실행 가능성을 키웠다. 에드먼턴 공항과 캘거리 공항이 노선에 포함된 것은 이 때문이다. 에드먼턴~캘거리 하이퍼루프는 일반 여객이 40%, 화물 운송이 60% 비중을 각각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공항을 통해 유입되는 DHL, 페덱스, 아마존 등의 화물이 트랜스포드를 통해 빠르게 운반될 것이다. 하이퍼루프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있지만, 이런 시각이 존재하는 건 오히려 좋은 소식이다. 올바른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방증이어서다. 진정한 혁신이 아니었다면, 회의론이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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