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무현의 도시 세종시, 대화와 타협은 실종

한종구 2024. 9.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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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제시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된 도시다.

세종시는 탄생부터 대화와 타협이라는 노무현 정신을 바탕으로 오늘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세종시의회가 국민의힘 소속 최민호 시장의 공약 사업인 세종 빛 축제와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시와 시의회, 시의회 내 민주당과 국힘의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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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회 본회의 [세종시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세종시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제시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된 도시다.

수도 이전 위헌 결정과 세종시 수정론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47개 중앙행정기관과 31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법적 지위는 행정중심복합도시지만, 실질적 행정수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세종시는 탄생부터 대화와 타협이라는 노무현 정신을 바탕으로 오늘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런 세종시 정가가 요즘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세종시의회가 국민의힘 소속 최민호 시장의 공약 사업인 세종 빛 축제와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시와 시의회, 시의회 내 민주당과 국힘의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시장은 지난 10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을 호소하며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하고 미진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했음에도 예산을 전액 삭감한 시의회의 강경한 입장에 절망감이 든다"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최 시장은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이튿날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며 주장한 논리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39만 시민의 시장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이현정 시의회 예결위원장도 지지 않고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회는 시장의 치적을 위해 시민의 눈을 가리고 시민의 안전과 막대한 혈세를 위협하는 무리한 시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빛 축제와 정원박람회를 시장의 치적을 위한 행사로 결론 내렸다.

양측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 시장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의회를 향해 박람회 개최의 필요성과 기대효과를 논의하는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시의회는 의장 명의 보도자료에서 "예결위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심의·의결한 사항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시 토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세종시청 최 시장 집무실에서 시의회까지 걸어서 2∼3분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양측은 언론이라는 제3자를 이용하는 '대화의 기술'을 선보인 셈이다.

마치 부부싸움 후 아내가 자녀를 통해 "아빠에게 식사하라고 해라"하면 남편은 "엄마에게 안 먹는다고 해라"라고 하는 식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갈등을 2026년 지방선거 전초전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시가 시의회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며 최 시장 '책임론'을 제기하거나 시의회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며 시의회의 '발목잡기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다.

세종시와 시의회는 세종시정을 이끄는 두 개의 커다란 물줄기다.

두 개의 물줄기가 서로 섞이지 않고 평행선을 달린다면 결국 모든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노무현의 정신으로 출범한 세종시답게 대화와 타협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종시와 시의회의 갈등·대립을 취재하며 솔로몬의 재판이 떠올랐다.

솔로몬은 한 아이를 놓고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을 대상으로 현명한 판결로 친모를 밝혀냈다.

시와 시의회는 이번 문제와 관련해 서로 자신이 시민을 위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이의 팔을 찢어 놓고도 내 아이를 찾았다고 기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민은 어느 쪽이든 대화와 타협을 하고 양보하는 쪽이 자신들을 걱정하는 '진짜 엄마'라고 생각할 것이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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