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다가올 금리 인하, 정부는 부작용 막을 준비가 돼 있나
미국이 오는 18일(현지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도 오는 10월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 회의에서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상황인데 최근 들어 금리를 내릴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8월보다 2.0% 올랐다. 한은 통화정책의 물가안정 목표에 부합하는 수치다. 이런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수가 부진한 만큼 수요 측면에서도 물가를 끌어올릴 만한 요인이 별로 없다.
그러나 금통위가 10월에 기준금리를 내릴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지난 8월 금통위가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로 제시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역대 최대폭인 8조2000억원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3% 오르면서 2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장은 금통위가 10월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거라고 보고 있다. 물가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 경기 부진 우려를 마냥 나 몰라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국이 이미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요소다. 특히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한국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걱정이 되는 것은 금리 인하 이후다.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문제가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는데, 정부의 대응 역량이 영 미덥지 못해서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를 오락가락 다루다 혼선을 빚었다. 대출 축소를 주문했다가 실수요자 피해를 거론하며 말을 바꿨고 결국 금융감독원장이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전히 은행마다 다른 기준으로 대출을 내주는 중인데, 잘 관리되고 있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주택당국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을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거나 “(가격 상승세가) 특정 지역 신축 아파트에 쏠려 있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비상사태라는 심정으로 임해도 부족할 판에 한가한 모습이다. 알고 보면 최근의 가계부채 문제도 근본은 부동산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말이다.
경제 주체는 물론 경제를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금리 인하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투자와 소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은 조금 더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다. 가계는 가처분 소득이 늘며 소비 또는 저축을 늘릴 수 있다. 때문에 정부도 금통위가 하루빨리 금리를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정부는 우선 금리 인하 환경을 조성하는 데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가계부채를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끊임없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금통위원들은 물론 시장 참여자들이 봤을 때도 안정감이 있어야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고, 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그리고 금리 인하 이후 일어날 일에 대한 확실한 대응책도 마련해 둬야 한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은 긴밀하게 얽혀 있다. 둘 중 하나만 확실히 잡으면 나머지 하나는 어느 정도 해결된다. 다소 무리수를 두더라도 금리 인하로 커진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무한정 흘러가지 않게 할만한 선제적 대응책이 필요하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25주 연속 올랐다는데도 아직 지방은 괜찮다는 등의 해석을 듣자니 데자뷔처럼 떠오르는 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인식이다. 집값은 별로 오르지 않았고 부동산 가격만큼은 확실히 잡을 수 있다고 여러 번 큰소리를 쳤지만, 결국 부동산 때문에 정권을 내준 것을 우리는 불과 얼마 전에 봤다. 또 실패한 정부가 되고 싶은가. 무엇보다도 경제가 부동산에 발목 잡히는 것은 그만 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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