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날라'…응급실 뺑뺑이 우려에 "성묘·벌초 안가요"
"벌초하다 다쳐도 치료 못 받을까 '집콕' 선택"
"상하기 쉬운 생선전 안 해…상비약 구비도"
정부, 연휴 기간 24시간 의료 체계 가동 방침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추석 연휴엔 많은 이들이 고향에 돌아가 성묘와 벌초를 해왔지만, 올해는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의정 갈등 심화 후 처음으로 맞는 명절인데다 '응급실 뺑뺑이' 등의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자 자칫 성묘와 벌초를 갔다가 사고를 당할 경우 제때 치료를 못 받을 것을 우려해 '집콕'(집에 콕 박혀 있는 것)을 선택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가 고향인 회사원 정모(30)씨는 14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연휴에는 성묘와 벌초 등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안전하게 '집콕'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대구는 아직 날씨도 덥고, 아버지가 최근 다리를 다치신 후로 몸이 예전 같지 않으셔서 벌초는 대행업체에 맡기자고 먼저 제안했다. 성묘도 한 번만 쉬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벌초는 쉬운 일도 아니지 않나. 묘역이 있는 산등성이에 올라가는 것부터, 수풀을 베고 벌을 피하는 일까지…. 혹시 사고라도 나면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고, 치료비도 더 비쌀 텐데 이편이 나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박모(31)씨 역시 "올해는 벌초를 직접 하는 대신 대행업체에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할아버지가 벌초 '강경파'셔서 코로나19때도 고향인 전주에 계시는 친척 어른들끼리 벌초를 하셨다"며 "그렇게 뜻이 완고하셨던 분인데 올해는 '벌초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 날 수 있다. 튀어나온 돌에 피부가 찢기거나 벌에 쏘여도 병원 못 갈 수 있다'며 한 해만 대행업체에 맡기자고 했더니 승낙하셨다"고 했다.
직장인 강모(28)씨도 추석 연휴 기간 평소보다 좀 더 조심하려고 한다.
강씨는 "뉴스에서 '의료 공백', '응급실 뺑뺑이' 등 소식을 계속 접하다 보니 무슨 일이 생겨도 진료를 못 받을까 봐 겁이 난다"고 했다.
그는 "명절 음식을 다양하고 넉넉하게 준비하는 편인데 올해는 생선전 등 상할 우려가 있는 음식은 아예 하지 않고, 먹을 만큼만 하기로 했다. 감기약과 소화제 등 상비약은 미리 준비해 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일 소방청이 발표한 구급활동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벌쏘임 사고로 인한 구급 이송 인원은 1445명에 달했다. 연휴 기간 하루 평균 60명이 벌에 쏘인 셈이다. 이 가운데 심정지 환자는 3명, 부상자는 1442명이었다.
추석 연휴 기간 뱀에 물려 구급대에 이송된 건수는 5년간 140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인원은 총 1만1917명으로, 연휴 기간 하루 평균 497명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휴 기간 증가하는 응급 환자 수와 의료 대란 여파가 합쳐져 제때 치료를 못 받을 것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늘자, 정부와 지자체에선 응급 환자에 대비해 24시간 의료 체계를 가동하고 병의원, 약국 등을 지정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비상진료 대응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연휴 기간 전국 409개의 응급실 중 건국대충주병원과 명주병원 2개소를 제외한 총 407개의 응급실은 매일 24시간 운영된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문 여는 의료기관은 일 평균 7931개소다. 연휴 첫날인 14일에는 2만7766개소, 15일 3009개소, 16일 3254개소의 병·의원이 문을 열고, 추석 당일인 17일에는 1785개소,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3840개소가 문을 열 예정이다. 이는 올해 설 당일에 1622개소 병·의원이 문을 열었던 것에 비해 약 10% 증가한 수치다.
또 복지부는 추석연휴 기간 아플 때 경증이면 동네 병·의원이나 가까운 중소병원 응급실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는 "중소병원 응급실의 진찰 결과에 따라 중증이라고 판단되면 큰 병원으로 신속한 이송이 가능하므로 안심하셔도 된다"며 "이러한 경우 의료비 부담은 평소와 같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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