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표 과학고②]핵심 키워드는 '지역 특화' '이공계 양성'
지역 교육자원 연계한 이공계 우수 학생에 초점
유치 과열 양상에 따른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20년 만에 과학고등학교 설립을 추진 중인 경기도교육청은 '지역 특화', '이공계 인재 양성'을 경기형 과학고의 설계 방향으로 명확히 잡았다.
도교육청이 이번에 과학고 신규 지정에 나서면서 이 같은 목표를 뚜렷하게 설정한 데는 자칫 일부 엘리트 학생만을 위한 특권교육을 조장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분명히 선을 긋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교육자원 연계한 이공계 학생 키운다
이로 인해 그동안 보수진영의 단골 공약메뉴로 등장했던 '과학고 설립'을 임 교육감이 꺼내들자 주변의 시선이 일반 학생에 대한 교육적 역차별이나 지역 서열화 우려 등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11일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 1단계 예비지정 공모계획 공고'를 등록하며 사전 언론브리핑을 열어 과학고를 둘러싼 여러 가지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도교육청은 경기형 과학고 특성을 '지역 특화형 과학고'로 규정했다. 즉 학교·교육지원청·지자체·지역기관이 상호 협력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과학고만의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평소 지역 교육자원을 활용한 미래교육을 강조해왔던 임 교육감의 교육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도교육청은 크게 3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과학고 설립 취지에 맞도록 이공계 과학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공계 진로 진학을 강화하고 교육과정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또 일반고와 과학고의 가장 큰 차이가 학생 연구활동에 있는 만큼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 및 수행하는 등 실험 데이터를 분석·처리하는 훈련이 반영돼야 한다.
따라서 학생 연구활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의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비롯해 졸업생과 재학생을 연계한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계획도 담아내야 한다.
이와 함께 도교육청은 지역 과학·수학교육 선도학교 역할을 주문한다. 일반학교와 달리 과학고는 첨단 장비나 실험 도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인프라를 활용해 수업을 개발하고 실험·실습 관련 선도적 교수학습 방법도 있어야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경기형 과학고는 지역 내에서 이공계 인재 양성에 필요한 과학 및 수학교육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러한 교육 방향성이 확산될 수 있도록 초등학생이나 중·고교생,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과학 및 수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사회적 책무성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희표 과학고, 넘어야 할 과제는
하지만 두 달 만인 이달 11일 도교육청이 올린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 1단계 예비지정 공모계획 공고'를 보면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로 과학고를 늘리겠다는 세부 내용은 빠져 있다.
지금까지 도내에서 과학고 유치 의향을 밝힌 지자체는 고양·용인·성남·화성·안산·평택·이천·부천·시흥·광명·군포·과천 등 12곳에 이른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거의 절반 가까운 지자체가 과학고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셈이다.
도교육청은 전국 학생수의 3분의 1이 경기도 학생임에도 과학고가 1개뿐인 점을 교육부에 전달하며, 학생 이동거리 간 교통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지리적 범위 내에서 과학고가 설립될 수 있도록 숫적 안배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자체들은 저마다 지역 발전을 위한 명분으로 우수한 공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과학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는 교육청 입장에서는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들이 해당 자치단체장까지 전면에 나서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시·군 간 과열 경쟁에 따라 유치에 실패한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도교육청은 이번에 설립을 추진하는 과학고가 '의대 입시'나 'SKY 대학'으로 직결되는 관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이러한 지자체 간 경쟁 분위기를 자제시켜야 할 책무도 있다.
이 뿐만 아니다. 과학고를 유치한 시·군과 이번 공모에서 탈락 또는 아예 나서지 못 했던 지역 간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도교육청이 발표한 경기형 과학고 유형을 보면 지역사회가 합심해 과학고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이 고유하게 갖고 있는 특성과 연계한 과학고 교육과정을 꾸려야 하는데, 도내에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만한 곳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권역별로 기존에 대학 및 대기업, 첨단산업 및 연구시설 등을 지역 교육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부 지자체들이 벌써부터 과학고 유치가 유력한 예상 후보군으로 성급하게 점쳐지고 있다.
도교육청은 추후 과학고 신규 지정 결과에 따른 지역 서열화가 생기지 않도록 이를 이공계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적기로 삼아야 한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에 도전했다가 떨어진 지역을 비롯해 지역 자원이 부족한 지자체까지 꾸준한 관심을 갖고 함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이를 통해 도교육청이 전국에서 가장 첨단 분야의 기업과 스타트업이 많은 경기도에서 이공계 부흥을 이끄는 데까지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를 비롯한 도내 교육 및 시민사회단체와 학부모들도 이같은 지점에서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서고 있다.
특권교육저지 경기공대위를 비롯한 70여개의 경기 교육·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1일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도교육청이 구상하는 ‘경기형 과학고’는 통상적으로 교육부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지원받아 설립하는 방식이 아닌 지자체의 자체 재원 등으로 설립과 운영이 이뤄지게 되는 방식으로 선정기준에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결국 수백억이 드는 과학고 설립비용을 각 지자체의 자체 예산으로 지급해야 하며 이 부분은 시의 재정자립이 충분한 '부자 대도시'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심도 있는 과학교육을 희망하는 학생 모두에게 관련된 교육의 기회의 제공이 필요하다'는 발언의 대상이 소수의 특권층의 학생이 아닌 도내 일반고 학생 전체이기를 바란다"고 과학고 설립 중단을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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