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해리스 싸잡아 비판…"차악 투표하라"
낙태·이민 등 반생명 정책에 대해 두 미국 대선 후보 강력 비판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낙태권 수호를 모두 생명에 반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미국 유권자들에게 차악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AP·AFP 통신, 미국 CNN 등에 따르면 교황은 13일(현지시간)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 도중 미국 가톨릭 유권자들에게 조언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나설 두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이민자를 쫓아내는 사람이든, 아기를 죽이는 것을 지지하는 사람이든 둘 다 생명에 반한다"며 "둘 다 생명에 반한다"고 거듭 말했다.
교황은 "이주는 성경에 명시된 권리이며, 나그네를 환대하라는 성경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중대한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낙태에 대해서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낙태를 하는 것은 인간을 죽이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낙태는 살인"이라며 "우리는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유권자들은 덜 악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 누가 덜 악할까요? 여성 또는 남성? 나는 모르겠다"며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선거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이민자 공약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길 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기독교 신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낙태를 청부 살인자를 고용하는 것에 비유하며 낙태 행위를 맹비난한 바 있다.
교황은 당시 "임신을 종결하는 것은 마치 누군가를 제거하는 것과 같다"며 "한 인간을 없애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청부 살인자에게 기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황이 탑승한 전용기는 이날 오후 7시께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2013년 즉위 이후 45번째인 이번 해외 사목 방문은 교황 재위 기간 중 기간(12일)과 이동 거리(3만2천814㎞)에서 모두 최장을 기록했다.
87세 고령인 교황의 건강 리스크를 지적하며 무모한 여행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교황은 4개국 순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 2일 로마에서 출발한 교황은 3일부터 사흘간 인도네시아에 머물며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회담하고,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을 만나 위로했다.
6일에는 두 번째 순방국인 파푸아뉴기니로 향했다. 이후 동티모르를 거쳐 싱가포르에서 순방 일정을 마무리했다.
교황은 최대 8시간의 시차와 무더위 속에서도 4개국 모두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했고, 16차례의 연설 등 예정된 일정을 대부분 소화했다.
교황은 4개국 지도자들에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선 동남아 최대 규모 이슬람 사원을 찾아 종교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남용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오지 정글 마을을 방문해 부족 간 경쟁과 폭력에 마침표를 찍을 것을 주문했다.
세 번째 방문국 동티모르에서 진행된 야외 미사에는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약 60만명의 신자가 참석했다. 동티모르는 전체 인구 약 98%가 가톨릭 신자다.
교황은 아시아 부국 싱가포르에선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약자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은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적으로는 약 1억7천만명의 이주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대부분은 미주, 유럽, 중앙아시아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의 행보는 앞으로도 쉼 없이 이어진다. 교황은 오는 26일부터 나흘간 룩셈부르크와 벨기에를 방문할 예정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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