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원석 “검찰 악마화, 지구 멸망해도 정의 세워야”
검찰총장 퇴임
김건희 여사 사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 등 현안 수사를 둘러싸고 여야 진영에 따라 극과 극의 상반된 비난을 쏟아내는 정치권을 겨냥한 작심 발언도 내놨다.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하며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으며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게 솔직한 현실”이라면서다.
이 총장은 지난 2년 임기에 대해서도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지만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온전히 미치지는 못했다. 아쉽고 부족한 것은 모두 제 지혜와 성의가 모자란 탓”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이 총장은 임기 중 성과로 ‘민생범죄’ 대응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극복, 각종 합동수사단 출범 등을 꼽았다. 그는 “검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안전·재산 등 기본적 권리를 범죄로부터 지켜내는 것인 만큼 민생범죄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며 “이를 위해 증권범죄합수단과 보이스피싱 합수단,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 등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대검찰청 차장으로 임명돼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같은 해 9월 제45대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법조계와 검찰 내부에서는 특수통 경력에도 임기 중 민생 침해 범죄에 대한 검찰의 대응력을 크게 키운 점을 이 총장의 대표적 성과로 꼽는다. 실제로 지난 2년간 검찰은 마약 유통 및 투약과 전세사기·보이스피싱·주식리딩방·성폭력·음주운전 등 국민의 안전과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사건 수사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반면 일각에선 총장 임기 동안 굵직한 수사 국면에서 유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선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신청한 수사심의위 개최가 결정되면서 이 총장이 “임기 내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던 명품백 수수 사건 처분은 결국 차기 총장 몫이 됐다.
김정민·석경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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