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원석 “검찰 악마화, 지구 멸망해도 정의 세워야”

김정민.석경민 2024. 9. 14. 01: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찰총장 퇴임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 [뉴시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퇴임식을 끝으로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2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한 데 책임을 통감한다”며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는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한쪽에선 검찰 독재라고 저주하고 한쪽에선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한쪽은 과잉수사라며 욕을 퍼붓고 한쪽은 부실 수사라며 손가락질한다”며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소통하고 숙의해 해결할 문제를 검찰과 사법에 몰아넣는 가히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고 토로했다.

김건희 여사 사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 등 현안 수사를 둘러싸고 여야 진영에 따라 극과 극의 상반된 비난을 쏟아내는 정치권을 겨냥한 작심 발언도 내놨다.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하며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으며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게 솔직한 현실”이라면서다.

이 총장은 지난 2년 임기에 대해서도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지만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온전히 미치지는 못했다. 아쉽고 부족한 것은 모두 제 지혜와 성의가 모자란 탓”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이 총장은 임기 중 성과로 ‘민생범죄’ 대응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극복, 각종 합동수사단 출범 등을 꼽았다. 그는 “검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안전·재산 등 기본적 권리를 범죄로부터 지켜내는 것인 만큼 민생범죄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며 “이를 위해 증권범죄합수단과 보이스피싱 합수단,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 등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대검찰청 차장으로 임명돼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같은 해 9월 제45대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법조계와 검찰 내부에서는 특수통 경력에도 임기 중 민생 침해 범죄에 대한 검찰의 대응력을 크게 키운 점을 이 총장의 대표적 성과로 꼽는다. 실제로 지난 2년간 검찰은 마약 유통 및 투약과 전세사기·보이스피싱·주식리딩방·성폭력·음주운전 등 국민의 안전과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사건 수사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반면 일각에선 총장 임기 동안 굵직한 수사 국면에서 유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선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신청한 수사심의위 개최가 결정되면서 이 총장이 “임기 내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던 명품백 수수 사건 처분은 결국 차기 총장 몫이 됐다.

김정민·석경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