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 한 서울시 킥보드 주차장
관리·보수 위한 예산도 없어 수년째 방치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의 무분별한 방치를 막기 위해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2022년부터 4억원을 들여 서울 전역에 설치한 ‘킥보드 주차장’ 280곳이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지난 5일 찾은 서울 종로구의 한 PM 주차 구역엔 전동 킥보드 8대를 주차할 수 있는 받침대가 마련돼 있었지만 주차된 킥보드는 한 대도 없었다. 오히려 인근 150m 반경에 전동 킥보드·자전거 등 PM 10여 대가 인도 곳곳에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었다. 일부는 아예 자동차도로 갓길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강남구의 한 주차 구역은 거치대도 따로 없이 ‘개인형 이동장치 주차’라고 적힌 파란색 표지판과 노면의 하얀색 페인트 표시가 전부였다. 킥보드 대신 일반 자전거나 스쿠터가 주차돼 있는 곳도 있었다. 평소 전동 킥보드를 이용한다는 직장인 김모(27)씨는 “이걸 타고 다니는 이유가 간편하게 아무 데나 놓고 갈 수 있기 때문인데 누가 주차장에 킥보드를 주차하고 걸어서 목적지까지 가겠느냐”며 “킥보드 주차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PM 주차 구역은 2021년 도로교통법에 관련 규정이 신설되면서 설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탁상·전시 행정 아니냐’ 같은 지적이 이어지고, 실제 이용률도 저조하자 지난해부터 관리·보수 예산도 따로 책정하지 않았다. 이런 탓에 도심 곳곳 PM 주차 구역이 무관심 속에 계속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차장에만 킥보드 등을 주차하라는 강제 규정은 없다”고 했다.
결국 지자체들은 ‘강제 견인’을 선택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날 킥보드 등을 강제 견인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동 킥보드를 견인해달라는 신고가 접수되면 위탁 업체를 통해 실제 견인 조치를 하고, 킥보드 업체에 견인료 3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업체는 추후 킥보드 이용자에게 이 비용을 청구한다.
서울시도 주차 금지 구역 등에 킥보드를 주차하면 강제 견인할 수 있도록 한 도로교통법을 근거로 2021년 7월부터 강제 견인을 하고 있다. 지난 7월까지 19만1381대를 견인했다. 2022년부터는 약 5억원을 들여 무단 주차 신고 시스템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김태완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킥보드 등 PM은 짧은 거리를 편리하게 오가는 용도로 이용하기 때문에 주차장에 주차하라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했다. PM 대여업은 현재 ‘자유업’으로 분류, 등록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에 유통되는 PM 대수조차 집계가 안 되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PM 업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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