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3Q] 국민이 법관 전원 뽑는 나라, 멕시코·볼리비아밖에 없나
멕시코 상원이 지난 11일 의결정족수인 재적 의원(128명) 3분의 2를 턱걸이로 넘는 86명 찬성으로 ‘사법부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입법·행정·사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기초로 하는 현대 민주 국가에서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 불리는 법관을 투표로 선출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고 어떤 논란이 있는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Q1. 개편안의 내용은
핵심은 7000여 법관(대법관 포함) 전원을 국민투표로 선출하는 판사 직선제 도입이다. 경력 5년 이상 법조인이 9년 임기의 판사직에 출마할 수 있고 당선되면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사법부 개혁안’이라지만 사실상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대법관 정원은 11명에서 9명으로 줄고 임기도 15년에서 12년으로 단축된다. 객관성·공정성에 어긋난 판결을 한 판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고등징계법원’도 신설했는데, 단심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징계·파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Q2. 왜 추진하고, 왜 난리인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집권 여당 국가재생운동은 사법 개혁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법부의 부패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마약 카르텔 등 조직범죄가 성행하는 것은 이들에게 매수당한 법관들이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를 견제하는 사법부의 기능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여당의 진짜 의도로 풀이된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정책들을 대통령령 등 다른 방법으로 추진하다 위헌 판결 등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대법원에 수차례 가로막혔고 이에 강한 불만을 표해 왔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투표로 뽑더라도 법관만큼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현대 민주 국가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국가의 기반을 흔드는 법안이 실제 통과될 위기에 처하자 사법부 노조는 “판사들의 정치화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몇 주 전부터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법학부 대학생들과 함께 의사당에 난입해 의원들의 출입을 막으며 농성을 벌였지만 법안 통과를 막을 수는 없었다. 켄 살라자르 주멕시코 미국 대사는 지난달 “판사를 직접 선출하면 마약 카르텔과 범죄자가 정치적 동기를 가진 법관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멕시코 정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Q3. 미국도 판사를 선출하지 않나
멕시코가 추진하는 것처럼 모든 판사를 선거로 뽑는 나라는 현재 볼리비아밖에 없다. 미국과 스위스에서 판사 직선제를 택한 주(州)가 있지만 이 나라들도 연방 판사는 기본적으로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50주 가운데 39주가 판사를 선출한다. 모든 판사를 선거로 뽑는 곳도 있고 일부만 선출하는 주도 있다. 국가가 형성되던 초창기에 법관도 민의(民意)를 거스를 수 없다며 직선제를 택한 주가 많다. 그러나 미 연방은 권력 분립을 엄격히 지킨다는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선거 자금 모금과 후보자 매수, 판사들의 정치 성향에 따른 당파성, 선출된 판사의 자질 부족 논란 등 여러 부작용 때문에 판사 직선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 임명은 선거가 아닌 선발 방식으로 하되, 주민의 찬반 투표를 통해 임기 연장 여부를 정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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