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도 “가짜 뉴스 방치한 플랫폼에 5% 벌금”
호주 정부가 허위 정보 확산을 막지 못한 플랫폼에 대해 전 세계 매출의 최대 5%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12일 호주 통신부(ACMA)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신법률 개정안(허위 정보 근절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이 되는 허위 정보는 ‘선거의 공정이나 공중 보건을 위협하는 가짜 정보, 특정 단체·개인을 비난·위협하는 콘텐츠, 국가 주요 시설·서비스에 방해가 되는 정보 등’으로 규정했다. 호주 통신부 장관인 미셸 로랜드는 “잘못된 정보와 허위 정보는 호주 국민의 안전과 복지,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 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문제를 악화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의 이번 입법은 유럽·미국 등에서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AI를 이용한 진짜 같은 가짜 콘텐츠) 음란물 등의 유포와 관련해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엔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메타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지 기반 성적 학대를 막기 위한 원칙’에 서명하기도 했다.
◇”거짓 정보 방치하면 매출 5% 벌금”
호주 정부는 지난해부터 잘못된 정보와 가짜 뉴스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묻는 ‘허위 정보 근절 법안’을 추진해 왔다. 호주 통신부는 “플랫폼은 전 세계 가족과 친구를 연결시켜 줬지만 호주인의 안전, 보안, 복지에 해로운 영향을 주고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며 “플랫폼이 허위 정보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이번에 호주 정부는 규제 대상이 되는 허위 정보를 명확히 했다. 선거와 관련해 피해를 주는 허위 정보, 예방 및 건강 조치 효과에 관한 가짜 정보로 공중 보건에 피해를 주는 콘텐츠, 인종·종교·성별·장애·국가 등 사회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비방, 국가 주요 시설과 은행 시스템에 영향을 줘 호주 경제에 즉각적인 피해를 주는 정보 등이다. ‘전문적인 뉴스, 패러디나 풍자로 간주될 만한 콘텐츠’와 ‘학술적, 예술적, 과학적 또는 종교적 목적을 위한 콘텐츠의 합리적인 배포’는 규제 대상에서 예외로 규정했다.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허위 정보 처리와 관련한 정책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허위 정보 처리 관련 내부 시스템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도록 했다. 플랫폼의 대책이 미흡할 경우 규제 당국은 특정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이 지시는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했다. 만약 이를 어길 때는 전 세계 연 매출의 최대 5%를 벌금으로 내도록 했다.
◇세계 각국도 플랫폼 규제 동참
법안에 대해 X(옛 트위터)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는 즉각 반발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X에 “파시스트”라는 글을 올리며 호주 정부를 비판했다. 기술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비슷한 법안이 다른 나라로 퍼지게 되면 X는 많은 비용을 쓸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호주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 각국 정부는 허위 정보 및 유해 콘텐츠 유포 방지, 개인 정보 보호 등과 관련해 플랫폼에 강한 책임을 묻는 추세다.
미국 상원은 지난 7월 우울감을 조장하고 폭력 괴롭힘, 약물 등 유해 콘텐츠를 막는 의무를 플랫폼에 부여하는 ‘아동 온라인 보호법’을 통과시켰다.
영국 의회는 지난해 불법·유해 콘텐츠에서 이용자를 보호할 의무를 플랫폼에 부여한 ‘온라인 안전법’을 통과시켰다. X와 유튜브 등에서 퍼진 가짜 뉴스 때문에 영국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자 플랫폼이 이를 책임지고 통제할 수 있도록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구글·틱톡 등 19개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하고, 불법 콘텐츠 유통 등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글로벌 연 매출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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