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무기 시설 공개로 국제사회 협박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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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고농축 우라늄 농축시설 사상 처음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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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압박 피해 핵보유국 쐐기박기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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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한반도 비핵화 원칙 흔들리지 말아야
북한이 핵탄두에 쓸 고농축 우라늄(HEU)의 제조시설을 사상 처음 공개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대선을 50여일 앞둔 시점에 전례 없는 비밀 핵시설 공개를 통해 국제적으로 핵보유국 입지를 굳히고, 미국 차기 행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핵시설이 처음 공개돼 북핵이 실존적 위협으로 더 가까이 다가온 만큼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치밀한 대책을 마련할 때다.
북한 선전 매체는 어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완성단계에 이른 신형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추진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한층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앞서 2010년 미국의 핵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일부를 보여주긴 했지만, 대외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핵시설은 그동안 미국 정보당국이 지목해온 평양 남동쪽의 강선 단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여섯 차례 핵실험을 했지만,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핵물질 생산 공장의 실물 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래도 핵 보유를 못 믿겠느냐’는 으름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6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이 이미 50기의 핵탄두를 조립했고, 90개의 핵탄두를 조립할 정도의 핵분열 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가동 중인 핵무기 공장을 그대로 보여준 배경에는 미국 등 국제 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인정을 받겠다는 포석이 읽힌다. 이미 보유한 핵무기, 즉 ‘과거의 핵’은 기정사실로 쐐기를 박아 비핵화 압력을 회피하고, 현재 생산 중이거나 앞으로 생산할 ‘현재 내지 미래의 핵’은 핵 군축 협상용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미국의 반응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북한이 7차 핵실험 감행으로 도발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위험한 의도가 국제사회에서 절대로 통할 수 없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유엔 안보리의 수많은 기존 대북 제재 결의에서 보듯 국제사회는 북한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기에 이런 시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걱정스러운 점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묵인 내지 방관 분위기다.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4년 만에 당 강령에서 북한 비핵화가 삭제됐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자칫 비핵화를 접고 핵 군축으로 직행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타개해야 할 우리 외교·안보 당국의 노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대북 구상’ 제시에 북한은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외교부에서 비핵화 협상을 전담해온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지난 5월 갑자기 폐지되는가 하면, 대통령실의 잦은 외교·안보 라인 인사도 불안감을 주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의 일관된 견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미 동맹의 일체형 확장억제를 기반으로 강력한 대응 체계를 완비하는 한편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으로 핵 잠재력 확충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지도자가 바뀌더라도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는 필수불가결하다. 필요하다면 북핵 위기관리를 위한 남북 간의 물밑 대화 노력도 모색해야 한다. 눈앞에 다가온 북한 핵 위협 앞에서 우리 안보는 결국 우리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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