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어느 자영업자의 남탕 난입
김홍준 2024. 9. 14. 00:38
그렇게 핸드폰을 찾은 김동희(63)씨는 신용카드 배송업자입니다. 그의 하루 벌이는 핸드폰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도, 예전에도 그는 자영업자였습니다. 더 먼 과거에는 직장인이었습니다. “건당 1000원이라 시간이 돈”이라며 발을 돌리려는 그를 겨우 주저앉혔습니다. 짧은 시간 그는 자영업자의 단면을 드러냈고 실상을 들춰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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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 찾으러 온 카드 배송업자
자영업자 실상 짧고 강하게 남겨
」
백화점에서 승진을 못 해 명퇴를 하고 의류 자영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갑자기 투자자들이 돈을 뺐습니다. 그렇게 자영업자 한 명이 무너졌습니다. 5년 전이었습니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 20%가 위태위태하던 때입니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달 자영업자 비율은 19.9%. 그나마 7월보다 0.1%포인트 올랐지만 2000년 36.8%와는 격세지감입니다. 김씨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어도 “쉬면 나중에 재기하기 힘들다. 소줏값이라도 벌어야 한다”며 카드 배송업에 뛰어든 이유를 말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김씨 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8월 고용 동향을 봤습니다. 뚜렷한 이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 ‘그냥 쉬었음’ 인구가 256만7000명입니다. 1년 새 24만5000명이 늘었습니다. 200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8월 기준 역대 최대이고 넉 달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김씨와 같은 60대가 가장 많았습니다. 93만2000명에 달합니다. 두 번째로 많은 20대(43만8000명)의 두 배가 넘습니다. 1년 전보다 14만5000명이나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그냥 쉬었음’ 인구 중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평균 실업자는 91만8000명. 1년 전 같은 기간 85만9000명에서 6.9% 증가했습니다. 상반기 실업자 중 최근 1년간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은 월평균 2만6000명이었습니다. 1년 전(2만1000명)과 비교하면 23.1% 급등했습니다. 전체 실업자 증가율의 3배가 넘습니다. 이는 폐업하고 구직 활동에 나섰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예 구직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 폐업 자영업자들은 어떨까요. 상반기 월평균 26만8000명이었는데, 25만3000명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 늘었습니다.
임금근로직을 연장하려는 중장년이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자영업은 일자리 안전망으로 여겨집니다. 문제는 김씨 같은 고학력 베이비부머 60대 인구가 늘어나고, 자영업 진입은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일하려 해도 안 되고, 아예 손 놓는 60대가 늘 수도 있는 거죠.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많이 하는 치킨집만 하더라도 개점률은 줄고 폐업률은 늘어 서로 비슷해지고 있다”며 “조심스럽지만, 당분간은 자영업자 비율이 19% 안팎에서 정체하다가 디지털 기술 접목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씨는 “자영업자에게 카드 배송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카드로 막고 또 돌려막다가 결국 연체를 하고 신용불량자가 된다”며 “자영업자들의 상처는 그대로인데, 정부의 신용 사면이 진통제처럼 잠깐 고통을 감춰주기만 할 뿐”이라고도 했습니다. “신용정보 삭제는 채무불이행 빈도를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한국금융연구원의 우려와 일맥상통합니다.
김씨는 “한 달 180만원 정도로 벌지만, 카드 배송업을 징검다리로 삼아 재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절대 오래 쉬면 안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약속한 10분에 5분을 더한 뒤 뛰어갔습니다. 김씨가 보여준 건, 현실의 19.9%(자영업자 비율) 중 극히 일부이지만 여운이 강합니다.
김홍준 기획담당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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