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부터 국제결혼까지 4박5일... 추석 연휴에 출국합니다
추석에 맞선 투어?
속전속결 국제결혼
“추석 연휴를 이용해 베트남 맞선 보러 가요. 시간적 여유 때문에 국제결혼 망설이시는 분들, 항공료만 내시고 현지에서 맞선 보세요. 맞선 성공 시 계약하시면 됩니다. 지금 바로 전화 주세요.”
한 국제결혼 중개 업체가 올린 ‘9월 이벤트’ 공지. 전화해 봤다. “4박 5일 안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오실 수 있어요. 베트남 도착해서 다음 날 아침 8시부터 계속 맞선을 볼 거예요. 보통 아가씨들 10명 정도 만나면 그 안에서 결정을 내리시더라고요.” 업체가 일러준 일정은 속전속결이었다. 1일 차 베트남 도착, 2일 차 맞선 및 배우자 결정, 3일 차 상견례, 4일 차 약식 결혼식, 5일차 입국. 올해 추석 연휴는 주말 끼고 5일이다. “오늘 사무실 들르세요. 미리 사진이랑 프로필 교환하고 영상 통화 주선해 드릴게요.”
“올해는 장가가니?” 명절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 절박해진 노총각들이 추석에 비행기를 탄다. 빠르면 연휴 기간 내에 혼사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고소득 남성 이용자도 증가 추세. 또 다른 업체가 홍보 글을 올렸다. “추석 연휴에 계약금 없는 1차 배낭여행,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하셔서 인터뷰 진행하시고 한국으로 돌아오시는 길(스케줄).” 관계자는 “도착하자마자 맞선을 진행해 30~50명 정도의 여성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빠르면 뒤탈이 난다. 안전장치(?)가 마련된다. 신붓감이 결정되면 남자는 귀국하고 여자는 현지 ‘기숙사’에 입소해 한국어 교육 및 사생활 검증 등을 거쳐 2~3개월 뒤 혼례를 올리는 방식이다. “이번 추석에도 한국 분 두 명 가기로 했습니다.”
장모님의 나라답게, 행선지는 베트남이 압도적 1위. 업체 측은 “베트남도 음력 추석이 있긴 하지만 어린이날 개념에 가까워 아가씨들과의 만남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베트남 국제결혼 전문 카페에서도 이번 추석 ‘맞선 투어’를 진행한다. “금요일 밤 출발해 토요일 새벽에 도착하는 일정이 가장 좋습니다. 그날부터 맞선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일요일에 가장 많은 여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현행법(결혼중개업법)상 중개업자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2명 이상의 이용자에게 2명 이상의 상대방을 소개해선 안 된다.
가히 ‘빨리빨리’의 민족. 여성가족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23년 결혼중개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지 맞선부터 결혼식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9.3일이었다. 2~3일(18.6%), 심지어 1일(6.5%)도 있었다. 평균 비용은 중개 수수료 1436만원, 예단비·현지 혼인 신고비 등 469만원으로 총 1905만원이었다. ‘매매혼’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이용자들은 ‘원하는 이성 선택’(40.2%), 시간 절약(36.7%), 간소한 결혼 절차(35.7%)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가성비가 좋다는 것이다.
스물세 살 나이에 한국 남성(당시 39세)과 현지 결혼식을 올린 베트남 여성 A씨는 그러나 차일피일 한국행을 미뤘다. 한국어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핑계. 강습비 등 명목으로 1년 동안 약 1700만원을 뜯어냈다. 입국하면 곧 가출해 한국에서 돈을 벌 계획이었을 뿐 부부 생활을 지속할 의사는 없었다고 한다. 지난 3월 법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서 한국 여성과 베트남 남성 간 혼인 건수는 792건이었다. 10년 새 3배 가까이 뛴 이례적 수치. 전년도 비율을 보면 86.7%가 한국 남성과 이혼한 재혼 여성이었다. 국적 취득용 ‘위장 결혼’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사랑이라는 결혼의 결정적 요소가 결여돼 있다면 배신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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