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벽돌책] 고인류학계 통설 뒤엎은 440만 년 전 화석
1970년대생인 나는 학교에서 태양계의 행성은 9개라고 배웠다. 공룡은 파충류라고, 아메리카 대륙에 가장 먼저 도착한 유럽인은 콜럼버스라고, ‘설공찬전’은 전해지지 않는다고 배웠다. 모두 틀린 말이 됐다.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새로운 학설이 나오고, 기존 정설이 뒤집힌다. 지식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나중엔 상식이 모자란 사람이 된다.
특히 고인류학계에서는 내가 20세기에 배웠던 ‘상식’은 거의 다 사라진 것 같다. 네안데르탈인은 우리의 조상이 아니라 친척이었다. 사람속(屬)에는 그 외에도 다른 종, 혹은 아종이 많았던 걸로 밝혀졌다. 아프리카가 과연 인류의 요람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어느 학계에서 통설이 이렇게 자주 바뀐다는 것은 혁신적인 연구 결과가 그만큼 쏟아진다는 얘기다. 야심 있는 연구자들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기자 출신 작가 커밋 패틴슨의 ‘화석맨’(김영사)은 그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소재를 골라 소설처럼 풀어낸 논픽션이다. 일명 ‘아르디’라고 부르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화석이다.
1994년에 발견된 이 440만 년 전 고인류의 화석은 고인류학계의 기존 이론들과 도무지 맞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 폭발력을 즉각 알아차렸다. 오랜 정설들을 뒤엎고 학계에 자신들의 이름을 길이 남길 기회가 그들 눈앞에 있었다. 그 과정에서 거센 반발은 당연히 각오해야 할 터.
여기까지만 해도 흥미진진한 서사의 재료인데 거기에 캐릭터성 강한 인물들까지 가세한다. 아르디 연구팀을 이끈 학자는 고집 세고 호전적인 완벽주의자 팀 화이트였고, 라이벌들도 성깔 있는 이들이었다. 이 학계 분위기가 원래 그렇단다. 터프한 학자들이 활동한 에티오피아의 발굴 현장 역시 독사와 전갈, 총성이 끊이지 않는 터프한 장소였다.
그래서 아르디가 흔든 고인류학계의 기존 통설이 뭐냐. 책을 읽으며 상식을 업데이트해보시기를. 짧은 소개 글로 ‘엥? 인류가 이렇게 진화한 게 아니라고?’ 하는 놀라움의 순간을 뺏으면 안 될 것 같다. 700쪽이 그리 길지 않다. ‘사람 이야기’는 늘 재미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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