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만 좋아진다고 하는 경제
기획재정부가 ‘경제동향 9월호’에서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견조한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 회복 흐름” “설비투자·서비스업 중심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이라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지난 5월부터 다섯 달 연속 ‘내수 회복 조짐’이라고 표현했다. 백화점·마트 등의 카드 승인액, 자동차 내수 판매량 등이 늘어난 것을 근거로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조짐이라고 봤다.
이는 국책 연구기관 KDI의 경기 진단과 차이가 난다. KDI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수출 호조에도 소매 판매와 건설 투자 부진이 지속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가 역대 최장인 16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경제 판단은 한국은행과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어제 한국은행은 “집값 상승세가 단기간에 꺾일 가능성이 낮다”며 계속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또 “기준금리 인하도 가계 부채와 관련한 정부 정책들이 분명한 효과를 내는 상황에서 하게 될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집값 및 가계 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으면 10월에도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물가가 2%대 초반으로 내려가자 지난 6월부터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이라며 한은을 압박해왔다. 한은이 지난 8월에도 금리를 내리지 않고 동결하자 대통령실은 “아쉬움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입장을 냈다. 그렇지만 한은의 입장은 단호하다. 금리 정책은 경제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쪽에서 효과가 있어도 다른 쪽에서는 부작용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금리를 낮추면 부진한 내수를 살리는 데 도움 된다는 것은 알지만 선뜻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지금 우리 경제에 훨씬 심각한 위험 요인이 가계 부채 급증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경제 낙관론이 지나치거나 성과에만 집착해 조급하면 되레 경제 회복을 저해하고 정부 신뢰만 떨어뜨린다. 최근 국정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블록버스터급’이라는 외신 표현까지 동원해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고 했는데 바로 다음 날 나쁜 경제 지표가 발표돼 대통령 말이 하루 만에 무색해졌다. 경제 정책의 첫 단추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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