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사색] 주소

2024. 9. 14.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소
박소란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안간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대기

그러니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심장에 가까운 말』 (창비 2015)

취한 밤이면 그분은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다고, 안 취했다고, 잘 들어갈 수 있다고, 아니 한잔만 더하자고. 하지만 저와 친구는 굴하지 않고 양 팔짱을 꼭 낀 채 집 앞까지 함께했습니다. 종점에 내려 십오 분은 더 가야 하는 길. 그러다 그분이 비틀거리기라도 하면 세 사람이 모두 비틀거렸던 것이고 이것이 재미있어 킬킬 웃었습니다. 공원 길에 들어서면 그분은 나직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해서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로 시작되는 노래. “말 못하는 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로 끝나는 노래. 하지만 “이내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로 다시 미련처럼 시작되던 노래.

박준 시인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