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대체 불가한 배우의 무한한 열정[TF인터뷰]
'베테랑' 서도철 형사로 9년 만에 컴백
"제 영화 중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힐링됐다"
황정민은 13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개봉을 앞둔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떨리고 조마조마해요. 제 영화 중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거든요"라고 9년 만에 '베테랑' 시리즈의 서도철 형사로 돌아온 소감을 밝히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작품은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어이가 없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등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여러 명대사를 남기며 1341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은 '베테랑'(2015)의 속편이다.
필모그래피 사상 첫 속편을 선보이게 된 황정민은 9년 전에 입었던 점퍼까지 똑같이 입을 정도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의 매력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그는 "고민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자신감이 있었어요. 이미 1편에서 제가 가공해서 만들어놓은 인물이었으니까 저만이 할 수 있는 인물인 거잖아요. 그래서 2편을 찍을 때는 편안하고 쉽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가장 큰 고민은 겨울에 촬영하면서 과한 액션을 소화해야 한다는 점이었죠"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황정민은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더욱 복잡해진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내고 고난도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묵직한 중심축이 됐다. 이에 그는 "서도철의 사상은 기본적으로 똑같아요"라면서도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생으로 자랐어요. 쉽게 지나갈 수 있지만 아버지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또 크거든요. 실제로 저의 아이의 나이와 똑같았고요. 이런 부분이 저에게도 다르게 다가온 것 같아요"라고 바라봤다.
"서도철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집안의 남편으로서 지내는 일상이 저의 삶과 붙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서도철을 이해하는 방법이 맞아갈 수 있었어요. 나중에 아이에게 사과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이에게 사과할 수 있는 어른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장면이 서도철다웠고 그래서 또 매력 있게 다가왔어요."
"저 나름대로 조금 힘든 시기였어요. 일하면서 자괴감이 드는 순간이 있잖아요. 늘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선보인다고 생각하는데 (결과가 따라오지 않으면) '관객들은 재미가 없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담감이 쌓였거든요.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될까?'를 고민하던 찰나에 류승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이렇게 어렵게 할 이유가 뭐가 있냐. 재밌게 할 수 있는 뭔가를 해보자'라고 말하면서 했던 게 '베테랑'이었죠. 정말 힐링 되는 작품이었어요. 또 개봉과 동시에 흥행도 돼서 큰 복덩이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저에게 큰 의미로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류승완 감독과 9년 만에 다시 '베테랑' 시리즈로 만나게 된 기분은 어땠을까. 영화를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천만 영화가 된 '베테랑'을 답습하지 않는 류 감독의 마음가짐이 존경스러웠다는 황정민은 "'부당거래'(2010)를 함께 해봐서 잘 알았던 것 같아요. 이를 같이 해보지 않았다면 '굳이 왜 힘든 돌다리를 새롭게 놓으려고 하냐'로 했겠지만 이미 작품을 해봤기 때문에 관련된 이야기를 심도있게 나눴던 것 같아요. 사실 SNS 등 모든 것들이 다 복잡해졌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작품에 새로운 빌런으로 합류한 정해인을 향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황정민은 "몸을 기본적으로 잘 쓰는 친구예요. 유연하고 액션도 잘하죠. 얼굴이 잘생겼는데 액션까지 잘한다니까요. 정해인의 장점은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는 거예요. 감독님이 이걸 활용한 것 같아요. 이런 영화의 빌런을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정해인이 하겠다고 한 건 저에게 '럭키비키'한 일이죠"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는 황정민은 "너무 감사할 뿐이죠. 요즘 어린 친구들이 저를 쉽게 생각하니까 고마워요.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기 편해요. 밤양갱 선물도 많이 받았고요"라면서도 "'황조지'를 좋아해 주시는 걸 보면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저의 말실수 때문에 시작된 거긴 하지만 '풍향고'는 갑니다. 어플리케이션없이 가는 건데 또 언제 돌아올지 몰라요(웃음). '핑계고' 대상은 기대하지 않지만 주면 좋죠"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어느덧 데뷔한 지 30년이 된 황정민이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만나 늘 새로운 얼굴을 꺼내기까지 수도 없이 자신을 갈고닦아 온 세월을 되돌아본 그는 "연기는 절대 타고나는 게 아니에요. 몸이 악기이기 때문에 많이 보고 훈련하고 읽고 고민하고 생각해야죠. 관객들이 보기에 제가 단기간에 연기를 잘하게 된 것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세월과 시간이 다 필요하거든요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고민했던 것을 잘 쌓아오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멀리서 황정민을 바라본다면 배우로서 이룰 수 있는 유의미한 성과를 셀 수 없이 많이 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는 여전히 이루고 싶은 게 많은 배우다. 특히 그는 "어떤 역할을 하던 '황정민 말고 할 사람이 없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가 연기한 배역에는 다른 사람이 안 떠오르게끔 하고 싶은 게 제 욕심이죠. 이왕 할 거면 미친 듯이 하거나 아예 안 하거나 둘 중 하나거든요. 그래서 감독님들이 절 좋아해 주는 게 아닐까요. 믿고 맡길 수 있으니까요. 제 직업은 광대로서 보여주는 것이니까 앞으로도 관객들과 열심히 소통하고 싶어요. 작품으로 공감하는 건 예술가의 삶이잖아요.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놓칠 것 같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리고 나아가서 우리 부모 세대가 왕년의 배우들을 언급하며 '최고의 배우였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중에 멋있었다고 소개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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