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71] 감사함에 대하여

백영옥 소설가 2024. 9. 1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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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에 센트럴 파크가 보이는 플라자 호텔, 입시를 마친 딸에게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며 꿈꾸던 뉴욕 여행을 선물한 지인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게 너무 당연하다는 듯 고마워하지 않는 딸을 마주하니 돌연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 오랜 고민의 레퍼토리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인물은 셰익스피어의 주인공 ‘리어왕’으로 그는 “감사할 줄 모르는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뱀의 이빨보다 날카롭구나!”라는 말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했다. 사랑과 미움이 얼마나 강력히 연결되어 있는지는 최근 부쩍 늘어난 이혼 예능의 법정 싸움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장 맹렬한 안티 팬은 한때 그를 사랑했던 팬이다.

보너스를 받은 직원들의 입에서 “너무 적다!”란 불평이 아니라 “어차피 세금으로 나가는 건데 생색을 낸다!”는 말을 들은 후, 아예 보너스를 없앴다는 사장의 사연을 읽은 적이 있다. 학비와 생활비를 후원한 아이가 고가 명품 패딩을 구입해 입고 다니는 걸 안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상했다는 기사를 읽으며 ‘기버’와 ‘테이커’의 당연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중년의 동창회에서 흰머리가 늘었다고 하소연하는 친구를 바라보는 탈모인 친구의 심정은 어떨까. 분명 그는 남아 있는 친구의 흰 머리카락이 부러워 부아가 날 것이다.

왜 우리는 있는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심지어 타인의 배려를 종종 자신의 당연한 권리인 듯 여길까. 데일 카네기는 ‘자기 관리론’에서 “감사는 교양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자기 수행의 결실”이라고 정의하며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으며 오히려 감사를 기대하지 않을 때 선물처럼 감사가 찾아오는 역설을 강조한다. 애타게 바라면 오히려 멀어지는 행복의 역설처럼 감사함 역시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기억할 때라야 찾아온다. “나는 신발이 없어 우울했다. 거리에서 발이 없는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잃고 나서 후회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우리가 비범해지는 유일한 길은 매사에 감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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