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핵농축 공장 공개… 美 대선 편승한 상투적인 ‘몸값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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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가 어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 시찰 소식을 전하며 원심분리기 설비가 빼곡히 늘어선 우라늄 농축시설의 내부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은밀하게 운영하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것은 미국 대선을 50여 일 앞두고 핵무기용 고농축우라늄(HEU) 대량생산 능력을 과시하려는 대미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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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은밀하게 운영하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것은 미국 대선을 50여 일 앞두고 핵무기용 고농축우라늄(HEU) 대량생산 능력을 과시하려는 대미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그간 ‘핵병기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외쳐 온 김정은이다. 잘 정비된 공장 내부에 원심분리기 수천 개가 늘어선 모습을 통해 대미 위협이 말뿐이 아님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나아가 김정은은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신형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까지 언급했다. 북핵을 방치할수록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으름장이다.
그런 협박에 담긴 대미 메시지는 복합적이다. 향후 비핵화나 핵 폐기는 기대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는 한편 은근히 협상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우라늄 농축은 플루토늄 재처리보다 훨씬 은밀하게 핵물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난 것도 영변 외에 숨겨진 시설의 폐기를 놓고 맞섰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노출한 것은 그 존재를 토대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나아가 핵동결을 전제로 군비통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북한은 협박과 미끼 두 가지를 동시에 던지며 미국 대선판을 흔들고 싶어 한다. 핵능력 과시는 당장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부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원사격 성격이 짙다. 다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북핵 해법의 상당 부분을 공백으로 남겨 둔 터라 향후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도 다분하다. 이런 상투적 수법에 미국이 쉽게 농락당할 리는 없겠지만 우리로선 면밀히 경계해야 한다. 갈수록 수위를 높여갈 도발 대응에다 미 대선 이후 정책 조율까지 대비해야 할 과제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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