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무기 러 본토 타격 초읽기…'레임덕' 바이든의 선택은(종합)
NYT "美 ATACMS 사용제한은 계속 유지하는 방안 거론"
러-서방 전면전 우려에 제한 고수하다 퇴임 4개월 앞두고 기류변화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제공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후방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도록 사거리 제한을 곧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레임덕'(lame duck·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절름발이 오리에 빗댄 말)에 진입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정책 변경을 결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유럽 당국자를 인용해 이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미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프랑스명 SCALP)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싶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내고 바이든 대통령의 명시적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섀도 미사일은 250㎞ 이상의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정밀유도무기다.
NYT는 13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미·영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며 현재는 미국산이 아닌 다른 서방 무기의 러시아 본토 후방 타격을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사거리 300㎞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체계인 육군전술유도탄체계(ATACMS· 에이태큼스)의 사용제한은 유지하되 스톰섀도 미사일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의 이런 변화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1월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을 승전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레임덕 탓에 임기종료 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도 힘든 만큼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에 고전하는 우크라이나를 도와 전황을 개선하려면 이외에는 딱히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WSJ은 해설했다.
이와 관련해 한 미 정부 당국자는 "목표는 지금부터 임기 말까지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위치를 최대한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영국과 프랑스 등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마지막으로 가속할 수 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거론되는 미제 무기를 제외한 일부 무기의 완화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몇 달간 ATACMS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때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거듭 요구해왔다.
미국 내부에서도 사용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그간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무기의 사용 제한을 완화했지만 러시아와 확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직 대사와 장군 17명은 이번 주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서방 무기 제한을 완화한다고 해서 러시아와 긴장이 고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크림반도와 쿠르스크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이미 이런 무기로 공격하고 있고 이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엔 변함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이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러시아 국영방송 기자의 관련 질문을 받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 즉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의도된 수신인들에 전달됐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언제 연설은 매우 중요하다. 매우 명확하고 모호하지 않으며 이중해석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푸틴 대통령이 최근 우라늄·니켈 등 전략 자원의 수출 제한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 시도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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