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2심 판결문도 “김건희 계좌, 권오수 의사로 운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시세 조종에 동원됐다는 취지의 녹취록이 담긴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1심에 이어 2심 법원도 “김 여사 계좌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의사로 운용됐다”고 판단했다.
전날 이 사건 항소심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1심처럼 김 여사 계좌 3개와 모친 최은순씨의 계좌 1개가 시세 조종에 동원됐다고 판시했다. 권 전 회장이 2009~2012년 주가조작 세력을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김 여사 측 계좌가 활용됐다는 것이다.
판결문에는 김 여사가 2010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하면서 증권사 직원들과 통화한 녹취록이 담겨있다. 그해 10월 28일 김 여사는 대신증권 직원이 “예, 교수님. 저, 그 10만주 냈고”, “그, 그거 누가 가져가네요”라고 하자, “아 체, 체결됐죠”라고 답했다. 같은 해 11월 1일 대신증권 직원이 “방금 도이치모터스 8만주 다 매도됐습니다”라고 하자, 김 여사가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하는 녹취록도 있다. 이 거래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시세 조종으로 인정됐다.
권 전 회장은 ‘김 여사에게 일임(一任)받은 증권사 직원의 판단으로 매매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2심은 권 전 회장의 지시∙관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매매는 권 전 회장의 의사 아래 거래됐고, 증권사 직원은 지시에 따라 주문∙제출만 한 것”이라며 “직원이 자신의 판단으로 주식 거래를 하는 내용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계좌주인 김 여사에 대해서는 “거래 결과와 금액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거나, 직원이 김 여사에게 사후보고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1심도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 대해 “거래 일수나 횟수가 많지 않지만 (권 전 회장 등) 피고인들의 의사에 따라 시세 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고 했다.
김 여사 측은 “매수를 유도당하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수년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간헐적으로 매매한 건 맞지만 주가조작에 관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항소심에서 추가된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주(錢主)’ 손모씨가 주가조작꾼과 주식을 사고팔 때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도 판결문에 드러났다. 손씨는 2012년 자신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를 권유한 주가조작 선수 김모씨에게 “언제 (자금을) 쏘라는 거냐” “내가 도이치 ‘상(상한가)’ 찍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무리한 투자로 금전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사기 치면 용서 안 한다” “내가 자살을 생각할 만큼 최악이다”라며 김씨를 다그치기도 했다.
반면 김 여사가 주가조작꾼들과 직접 연락한 증거는 아직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회장도 “김 여사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364쪽의 항소심 판결문에 김 여사의 이름은 84차례, 모친 최씨의 이름은 33차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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