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정훈 대령 “김계환, VIP 격노 묻자 끄덕이며 맞다 해”

오연서 기자 2024. 9. 1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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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했다가 항명 혐의로 기소돼 군사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을 주장하는 진술서를 법원에 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이야기를 박 대령에게 처음 전달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윤 대통령의 격노를 직접 들은 거로 지목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증인들이 법정에서 '격노설'을 모두 부인하자 박 대령이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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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재판에 36쪽 진술서 제출
핵심 증인들 ‘격노설 부인’ 반박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은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채모 해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및 상관명예회손 혐의로 재판을 받기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채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했다가 항명 혐의로 기소돼 군사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을 주장하는 진술서를 법원에 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이야기를 박 대령에게 처음 전달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윤 대통령의 격노를 직접 들은 거로 지목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증인들이 법정에서 ‘격노설’을 모두 부인하자 박 대령이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박 대령은 지난 11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 36쪽짜리 진술서를 제출했다. 박 대령은 이 전 장관이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 보고서’를 결재한 지 하루 만에 결재를 번복하고 사건의 이첩 보류를 지시한 지난해 7월31일, 김 사령관과 나눈 대화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나는 사령관에게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입니까?’라고 질문하자, 사령관이 ‘오늘 오전 대통령실에서 브이아이피(VIP·대통령) 주재 회의가 있었는데, 회의 간 (임기훈) 국방비서관이 해병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하여 보고하자 VIP가 격노하면서 바로 국방부 장관 연결하라고 하였고, 전화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고 하였다. 국방 관련 대통령이 이번 보다 격노한 적이 없다고 한다. VIP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브이아이피가 맞습니까?’라고 하자 사령관이 양손으로 턱을 고인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라고 했다. 사령관은 계속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며 고민했다.”

그러면서 박 대령은 진술서에서 “1000페이지 가까운 수사결과를 이미 가족들에게 설명했고, 국방부 장관까지 결재를 받았다. 이제 와서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빼는 것은 명백히 허위공문서 작성을 지시하는 것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해도 위법한 명령은 따를 수가 없다”고 적었다.

박 대령은 진술서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이 해병대 수사단 조사에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박 전 대령은 “임 전 사단장 첫 조사 전날인 지난해 7월25일 오후에 만났을 때 임 전 사단장이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사단장 조서 내용은 대부분 과실혐의를 부인하고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조서 어디에도 채 상병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진술서에 적었다.

박 대령은 또한 진술서에서 앞서 군사재판 증인으로 나왔던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의 주장도 반박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8월1일 통화에서 유 전 법무관리관이) ‘혐의자 적시를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라’고 하기에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직접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라고 했고, 법무관리관이 ‘그렇다’라고 했다”며 “법무관리관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한 것은 직접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말은 못하고 우회적으로 사단장을 빼려는 의도라고 판단된다”고 썼다 .

유 법무관리관은 지난 5월17일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해당 대화 내용에 대해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령 쪽은 자신이 따르지 않은 이첩 보류 명령은 윤 대통령의 격노가 개입된 위법한 명령이었으므로 항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격노설과 관련된 핵심 증인들이 박 대령 쪽 주장과 완전히 배치되는 증언을 이어가면서 박 대령 본인이 직접 진술서를 통해 이런 입장을 재판부에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도 이첩보류 지시가 위법한 명령이었는지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오는 25일 대통령실 관계자로는 처음으로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채상병 사건’ 당시 임 전 비서관은 이 전 장관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과 함께 각각 대통령실과 국방부를 잇는 ‘핫라인’ 역할을 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 12일 군사법원에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상태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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