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의 노동 개혁,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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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스물두살의 평화시장 봉제공장 재단사 전태일의 죽음은 당시 서울대 경영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살 김문수의 삶에도 어지간히 큰 영향을 끼친 듯하다.
그는 20여년 전 한 토론회 자리에서 "전태일은 노동자판 예수다. 자기를 위해 죽은 게 아니다. 불쌍한 여공들이 다락방에서 피를 토하고 죽는데 왜 아무도 돌보지 않느냐. 근로기준법은 왜 두었고, 노동부는 뭐 하고 있느냐. 이걸 계속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사람 도와주는 게 우파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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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스물두살의 평화시장 봉제공장 재단사 전태일의 죽음은 당시 서울대 경영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살 김문수의 삶에도 어지간히 큰 영향을 끼친 듯하다. 그는 20여년 전 한 토론회 자리에서 “전태일은 노동자판 예수다. 자기를 위해 죽은 게 아니다. 불쌍한 여공들이 다락방에서 피를 토하고 죽는데 왜 아무도 돌보지 않느냐. 근로기준법은 왜 두었고, 노동부는 뭐 하고 있느냐. 이걸 계속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사람 도와주는 게 우파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제 목숨을 버린 지 54년 뒤 고용노동부 장관이 된 김문수가 “우리 사회 노동 약자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고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열악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의 노동 조건이 개선돼야 한다는 그의 생각마저 마치 다른 노림수를 감추고 있는 것처럼 대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노동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오로지 좁은 의미의 근로기준법에만 갇혀 있다는 것이다. 헌법 32조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3항)고 해 근로기준법에 힘을 실어준다. 이어서 바로 33조에서 노동3권을 천명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노동 조건 향상을 위해 결사체인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와 단체로 교섭함으로써 구속력 있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되 여의치 않을 땐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김문수의 생각은 아직 32조에서 33조로 넘어오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불법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 “민사소송을 오래 끌수록 (노동자) 가정이 파탄 나게 된다”는 식으로 파업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을 순 없다. 삼성 임직원들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와해한 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반재벌·친민노총임을 잘 드러내 주는 것”이라는 반노조 발언은 또 어떤가. 지난 인사청문 과정에서 과거 발언에 해명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끈질긴 요구를 거부하는 장면을 보자면 그에게서 손톱만 한 개전의 정을 찾아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이 김문수 노동부 장관을 밀어붙인 걸 보면 그를 상당히 신뢰하는 듯하다. 김 장관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에도 윤 대통령한테 틈틈이 노동 문제에 대해 조언한 얼마 안 되는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노조를 향해 직접 ‘건폭몰이’를 하는 윤 대통령과 반노조 성향의 김 장관 짝은 기괴하면서도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럼 윤-김 짝의 노동개혁은 앞으로 가속페달을 밟게 될까?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는 보다 유연하게 개편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쉽잖을 것이다. 기나긴 시간 갈등과 협력 속에 만들어진 개별 민간 기업의 임금체계를 손대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정부 입김이 들어갈 여지가 있는 공공 부문이나 금융권부터 시작하려 하겠지만, 대통령과 장관이 그렇게나 싫어하는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게 돼 있다. 근로시간 제도를 개편하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데, 여소야대 시기의 대통령은 야당의 협력을 구할 생각이 전혀 없고, 장관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계속 반노조, 몰역사적인 발언에 발목 잡혀 연일 쫓겨나는 신세다.
전종휘 노동·교육팀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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