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딸' 새댁은 왜 미분양 아파트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나

김세령 2024. 9. 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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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9월 13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수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2005년 6월 16일 당시 전단지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 씨는 그날도 어김없이 서울시 성북구 돈암동의 한 미분양 아파트를 찾았습니다. 그곳은 입주를 시작하기도 전에 아파트였기 때문에 아직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기도 했죠. 김 씨의 말에 따르면 유독 한 집에서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그날 김 씨가 발견한 건 다름 아닌 한 여성의 시체였습니다. 심지어 부패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의 시신이었죠. 도대체 이 여성은 누구였을까요?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게만 보였던 한 여성은 왜 돈암동의 한 미분양 아파트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수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수민 변호사 (이하 김수민) : 안녕하세요. 김수민 변호사입니다. 반갑습니다.

◇ 이원화 : 매주 금요일 이 시간 잊혀져선 안 될 미제 사건들 돌아보고 있는데요. 오늘 다뤄볼 이 사건은 용의자가 여전히 특정되지 않아 19년째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장기 미제 사건인데요.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젊은 여성이 사망 사건이었죠.

◆ 김수민 : 2005년 6월 16일 오후 청소업체 직원이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한 한 미입주 아파트에 들어가 홍보용 전단지를 붙이고 있었는데요. 유독 한 집에서 코를 진동하는 악취가 풍겨오기에 냄새의 진원지인 집 현관문 손잡이를 살며시 돌려보고 문이 잠겨 있지 않아 집 안을 살피며 냄새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갔다가 안방 화장실에서 젊은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 일이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얼마나 놀랐을까요?

◆ 김수민 : 발견 당시 모습이 특히나 기이하여 상당히 놀랐을 것입니다. 젊은 여성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요. 겉이 찢어지고 속옷은 벗겨져 발목에 걸쳐져 있었고, 가방 안에는 휴대전화, 신분증, 신용카드, 상품권, 현금까지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초여름 날씨 탓인지 시신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 이원화 : 피해 여성의 신원은 좀 밝혀졌습니까.

◆ 김수민 : 출동한 경찰이 시신이 메고 있던 가방 안에서 신분증을 발견했는데요. 발견된 이는 2005년 6월 9일 실종된 30세의 이해령 씨였습니다. 그전 해에 결혼한 새댁이였던 이 씨는 이미 남편에 의해 실종 신고가 된 상태였는데요. 이 씨는 지방의 한 대학을 나온 후 2001년 고려대에 편입해 2005년 초 졸업해서 2004년에는 부동산 재력가의 아들과 결혼한 신혼부부였고, 쾌활하고 명랑한 성격으로 대학 시절에는 지방 미인대회에 출전하기도 한 모든 면에서 부러울 곳이 없어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더욱이 가족들이 이 씨의 사망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이 씨가 발견된 장소는 이 씨가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이라 그 아파트까지 갈 이유도 그곳에서 발견될 이유도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일단 중요한 건 사인을 파악하는 일 같은데 당연히 부검 진행했을 테고요. 사인이 밝혀졌습니까?

◆ 김수민 : 시신 발견 이틀 뒤 나온 부검 결과는 상황을 더욱 곤란하게 했습니다. 국과수는 이 씨가 실종 당일인 6월 9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시신이 이미 너무 부패돼 사망 전 어떤 외상을 입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회신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화장실 양변기 뒤에 수납장 유리가 깨져 있었고, 신축 미입주 아파트여서 누군가 사용하던 중 깨졌을 가능성은 희박했기 때문에 경찰은 충격에 의한 손상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리고 또 그 틈에서 긴 머리카락이 한 움큼 발견됐는데 감식 결과 이 씨의 머리카락으로 판명되어서 몸싸움이 있었을 거라는 추정이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앞서 남편의 집안이 굉장한 재력가 집안이었다. 이야기해 주셨는데 혹시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사인이라든가 아니면 원한 같은 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 김수민 : 그래서 경찰은 이 씨가 실종된 당일의 행적을 집중 탐문했습니다. 사망 추정일인 6월 9일 이 씨는 여느 때와 같이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한 다음 집 정리를 간단하게 마치고 오전 9시 무렵 외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전 11시경 한복점에서 볼일을 마친 다음 곧이어 11시 30분쯤 식당에서 도시락을 포장 구매하였는데요. 도시락을 들고 찾은 곳은 대학 시절 따르던 A교수의 연구실이었습니다. A교수와 함께 도시락을 먹고 헤어진 이 씨는 자원봉사를 함께했던 후배와 통화를 마친 뒤 교내 은행에 들렀고, 은행 CCTV에 의하면 오후 2시 23분 은행을 나와 지하철역 방향으로 걸어갔고 이 모습이 이 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 이원화 : 여기까지는 이상할 게 없네요.

◆ 김수민 : 그런데 이 씨는 집으로 가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점인데요. 이 씨가 발견된 미입주 아파트는 이 씨가 졸업한 학교와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지만 그곳은 아무 연고가 없던 곳이었고, 이 씨의 집은 강남에 있었는데 집으로 가는 방향도 아닌데다가 이 씨는 결혼 전에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한 경험이 있어서 주변 지리를 매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길을 헤매다가 이곳에 도달했을 리도 만무했습니다. 그리고 이 씨의 소지품 중 수첩에서 미입주 아파트 근처 공인중개사 사무실 번호가 발견되기는 하였는데, 당시 이 씨나 가족 누구도 새로운 집을 구하고 있지 않아 미분양 아파트를 찾을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강제로 끌려온 흔적도 없어서 스스로 왔을 가능성이 높았고, 다만 이 씨가 누구와 왜 이곳에 왔는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씨는 이곳에 오기 전 분명 누군가와 만나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의 가족과 주변인들은 이 씨가 평소 술을 즐겨하지 않았고, 특히나 만취할 때까지 마신 적은 없는 성향이라 또 숨지기 전에 4개월 넘게 위장병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실 일 자체가 없었는데 모두 의아했다고 합니다. 이 미제 사건의 문제는 이 씨가 학교에서 나온 후 행적이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그리고 함께 술을 마신 상대방도 누군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당시 해당 아파트 단지에는 여러 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기는 했지만 입주 전이라 지하 주차장에 있는 것만 정상 작동했기 때문에 이 씨가 아파트에 언제쯤 누구와 들어왔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은 원한에 의한 살인이나 청부 살인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를 벌였지만 의심가는 인물이 특히 없었습니다. 이 씨의 학교 생활은 원만했고 대인관계도 매우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경찰은 이 씨의 주변 인물로 수사망을 좁혀갔고, 그러다가 3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집중 수사를 벌였는데, 경찰이 세워둔 용의자는 이 씨의 남편과 전 남자친구, 그리고 A교수였습니다. 특히 그녀가 친하게 지나던 A교수가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A교수에게 의심의 눈길이 쏟아졌습니다.

◇ 이원화 : 방금 말씀해 주신 교수라는 사람 참고인 신분으로 일단 조사를 받았을 것 같은데 당시에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을지 궁금한데요.

◆ 김수민 : A씨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이 씨와의 관계에 대해 교수와 학생으로 만난 친한 사이라고만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교수의 증언이 180도 달라지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 이원화 :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 김수민 : 경찰이 이 씨의 몸에서 범인의 DNA가 나왔다라고 하자 이 A교수가 돌연 우리는 내연관계였고 실종 당일에도 신체적 접 접촉이 있었다. 아마 내 DNA가 나올 수도 있다라고 말을 바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면서 A교수는 이 씨에게 타살 정황이 있는데도 자살한 것처럼 몰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컴퓨터에 이 씨가 쓴 유서가 있다고 밝히면서 암호가 걸려 있었는데 내가 도움을 받아 풀었다 하면서 그 유서를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서의 내용은 시부모와의 불화 때문에 결혼 생활이 힘들었다는 것과 자신의 장례식에 시부모님은 안 오셨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내용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건 생전에 이 씨가 그 누구에게도 내색하거나 털어놓은 적 없던 얘기였고, 경찰 조사 결과 중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씨의 결혼 생활에 특별한 불안은 없었던 것으로 밝혔졌습니다. 그러나 A교수는 평소 이 씨가 자신의 불행한 결혼 생활에 대해 여러 차례 털어놓았다고 계속하여 주장하였는데 상당히 의문스럽죠.

◇ 이원화 : 굉장히 수상한 대목입니다.

◆ 김수민 : 그런데 이 씨의 가족들이 A교수가 보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또 털어놓았습니다. A교수가 실종 당일 밤 9시가 넘은 시각에 이 씨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 씨가 귀가했는지 물어봤다는 것입니다. 이날 교수는 몇 번 인사만 하였을 뿐인 이 씨의 전 남자친구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 씨의 행적을 찾았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A교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조사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 이원화 : 왜죠? 이유가 뭡니까?

◆ 김수민 : 시신에서 발견된 유전자와 그 교수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유력 용의자로 본 사람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그는 바로 남편이었습니다. 이 씨의 친정 어머니가 경찰에 이 씨의 남편에게 혼외 여성이 있다는 의혹을 전하였기 때문인데요. 이 씨의 친정 어머니는 이 씨가 실종되고 온 집안이 들썩이던 중 A교수의 연락을 받고 만났는데 남편에게 다른 여성이 있어 힘들어했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그건 사실무근이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씨의 실종 당일부터 시신 발견 날까지 사위죠. 남편의 알리바이는 명확했고 시신에서 발견된 유전자와 남편의 유전자 또한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남편 역시 용의선상에서 제외됐습니다.

◇ 이원화 : 아까 3명이라고 했는데 또 다른 용의자는 누가 있었습니까?

◆ 김수민 : 전 남자친구였습니다. 전 남자친구 역시 알리바이가 확실해서 나중에는 결국 제외됐는데 용의선상에 올라가게 된 경우도 A교수의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A교수가 수사 기간에 전 남자친구는 헤어진 지 한참 됐는데도 A씨 주변을 맴돌고 있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2005년이면 거의 20년 전이기는 해도 CCTV 같은 것들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던 그런 시기기는 하거든요. 그런데도 범인을 잡는 게 많이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 김수민 : 아무래도 당시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미분양 아파트라 누구든지 출입이 자유로웠고 부동산업자, 인테리어 업자, 청소업체 등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렸기 때문에 범인을 좁히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주목할 만한 단서가 또 나오기는 했는데요. 바로 미국 골프웨어 브랜드의 단추였습니다. 단추는 실이 풀려 저절로 떨어졌다기보다는 뜯겨나간 것으로 보이는 상태였기 때문에 경찰은 이 단추가 범인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 공소시효 문제는 없습니까?

◆ 김수민 : 다행인 점은 2015년 7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완전히 폐지되었다는 점입니다. 언제든 범인만 잡으면 법으로 단죄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보가 절실한 사건입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서울 돈암동의 한 미입주 아파트에서 젊은 여성이 무참히 살해당했던 장기미제 사건 살펴봤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아간 진범이 가장 바라는 건 자신의 범행. 그러니까 이 사건이 영원히 잊혀지는 일일 겁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사건 진범이 잡힌다면 지금이라도 처벌 가능한 사건이죠. 그렇기에 아주 작은 단서라도 기억하는 분들의 증언, 너무나도 간절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이 사건 잊지 말고 계속해서 관심 가져 나가야겠죠.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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