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혐의 재판받던 70대, 피해자 찌른 뒤 도주했다 사망 [사건수첩]

하천 하수구서 발견돼… “스스로 목숨 끊은 듯”

이웃 여성을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70대 남성이 피해자를 수 차례 흉기로 찌른 뒤 달아났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 여성은 이 남성의 지속적인 스토킹으로 경찰의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로 등록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협박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A(79)씨가 이날 오전 8시쯤 세종시 도담동의 한 임대아파트 인근 하천 하수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에 앞서 A씨는 같은 날 오전 5시20분쯤 해당 아파트 주차장에서 스토킹 피해자인 B(61·여)씨의 옆구리와 허벅지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뒤 달아났다. 세종남부경찰서는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추적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경찰 관계자는 언론에 “A씨가 최근에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검안 결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데, 부검을 통해 자세한 사망 원인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1월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B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이후 한 달여간 휴대전화 문자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 등을 여러 차례 보내 스토킹한 혐의(특수협박·스토킹처벌법 위반 등)로 최근까지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는 범행 전에도 B씨에게 여러 차례 접근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와 사귀는 사이”라고 허위 진술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 2월부터 B씨를 안전조치 대상자로 등록하고, B씨에게 거주지 이전을 제안하기도 했다.

경찰은 B씨가 이주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하자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아파트 복도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을 통해 사례 관리를 해왔다. B씨는 이날 A씨의 흉기 공격 직후 스마트워치로 곧장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B씨는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법원 역시 그동안 B씨에 대해 두차례 신변보호조치(잠정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잠정조치 효력이 지난 7월 말 끝난 탓에 A씨가 이날 B씨에게 접근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