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덴마크 정부, 불법 입양 알고 있었다"
이달 초 덴마크 의회 사회위원회 소속 의원 7명 등이 해외입양 문제 현지 조사를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지난해부터 해외입양 문제를 다각도로 보도해온 뉴스타파는 이들 중 두 의원을 만나 무엇이 그들을 한국까지 오게 했는지 들어봤습니다.
지난 70년간 약 20만 명의 한국 아동이 해외로 입양됐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재외동포단의 통계에 따르면 이 중 덴마크로 보내진 아동의 수는 8,819명입니다. 미국, 프랑스, 스웨덴에 이어 네 번째로 많습니다.
방문단 대표인 캐트린 다우가드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입양은 아동매매와 다름없었다”고 말하며 “한국과 덴마크 양 국가가 공공연히 이런 일을 해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아동들이 상품 목록처럼 적혀 있던 입양 문건을 봤습니다. 저는 해외입양이 아동매매였다고 봅니다. 그동안 제가 읽은 자료를 보면 한국과 덴마크 양 국가가 공공연히 이런 일을 했던 거죠.
- 캐트린 다우가드 의원
지난 1월, 덴마크 정부 부처인 ‘사회부(Ministry of Social Affairs)’는 입양 문제 조사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1970년대와 80년대에 한국과 덴마크 사이 이뤄진 해외입양에 “조직적 불법 행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입양 과정에서 한국과 덴마크 입양기관들의 “거액을 주고받은 인센티브 구조”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덴마크로 해외입양을 주도했던 기관은 한국사회봉사회와 홀트아동복지회 등입니다.
덴마크 입양인들, 법적 구속력 갖춘 성역 없는 수사 요구
캐트린 다우가드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에 발표된 보고서는 덴마크 정부 책임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덴마크 내 입양인들은 법적 구속력을 갖춘,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발레스케즈 의원은 “덴마크 의회 사회위원회에서 불법 해외입양 진실 규명을 어떻게 할지, 덴마크 내 입양인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앞으로 해외입양을 전면 중지할 것인지 여부 등 세 가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진실규명 문제입니다. 캐트린 다우가드 의원은 “덴마크 정치권 내에서도 해외입양 진실규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정부 책임을 규명할 경우에 따르는 사과와 배·보상의 문제를 걱정하는 정치권 내부의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가 사과를 할 경우 배·보상 문제가 뒤따를 겁니다. 국가로서 큰 비용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잘못을 인정하는 걸 두려워하는 정치인도 있습니다. 저는 진실을 알아내자는 편입니다. 해외입양에 불법 행위가 있었고, 덴마크 정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저는 입양인들이 덴마크 국가를 상대로 소송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 캐트린 다우가드 의원
입양인들에게 ‘진실 찾기’는 치유 과정
뉴스타파가 만난 덴마크 의원들은 입양인 개개인의 고통에 주목하며,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빅토리아 발레스케즈 의원은 진실을 아는 것이 입양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입양 트라우마가 극복할 수 있는 아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하며 “그럼에도 이 트라우마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 터득하는 데 있어 진실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진실 찾기는 치유 과정의 일부이고, 진실 규명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책임지는 기회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를 향할 수 있죠.
- 빅토리아 발레스케즈 의원
빅토리아 발레스케즈 의원은 한국이나 덴마크가 아동매매, 입양 서류 조작과 같은 과거사를 은폐하고, 입양 기록을 엉터리로 보관하거나,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입양인들에게 또 다른 트라우마를 겪게 하는 것이고 그들을 다시 한 번 방치하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캐트린 다우가드 의원은 한국 아동관리보장원의 엉터리 입양 기록 전산화 의혹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사례가 덴마크는 어떻게 입양 문서를 관리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며 “입양 문서가 입양인들에게 너무 중요한데 현재는 정부가 아닌 민간 입양기관들이 문서를 관리하고 있다. 덴마크도 입양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입양인들이 자신의 모든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새로 입법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덴마크 의회 방문단은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일주일 동안 한국에 머물며 한국 입양기관, 해외입양 전문가 및 입양인들의 한국 가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한 아동권리보장원과 진실화해위원회 등 해외입양과 관련된 국가 기관을 방문했습니다. 국회 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의 면담에서는 양국이 협력해 입양인들이 가족 찾는 일을 도울 수 있도록 논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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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이명주 silk@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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